22. 의심

수술이 마침내 끝나고 병실에서 회복하는 동안 굉장히 여러가지를 고민해 보았다. 누군가 날 기어이 죽이려 하는 구나, 그렇다면 난 어떻게 해야할까.

“아, 아밀론 공작. 고맙네.”
“별 말씀을.”
“근데 내가 거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나?”
“…그 쪽 주변에 있었었네.”
“그쪽은 왕가가 있는 곳이라 대부분 다 번화가일 텐데? 공작이 번화가를 갈 일이 있나?”
“그냥 있었네.”
“설마 또 다이애나를 만나러 간 건 아니겠지?”
“공녀가 다이애나를 어떻게 알지?”
“이미 소문이 다 났지 않나. 술집 여자를 사랑하게 된 카틀로우 공작… 하면서.”
“공녀가 소문을 낸 건 아니겠지?”
“내가 설마 그러겠나. 나도 소문으로 들은 거라네.”
“…”
“예전엔 나에 대해 흥미가 생겼다며 날 죽이지 않더니… 이젠 그 흥미 대상이 바뀌었나보군?”
“그저 흥미 대상이 아니네.”
“그럼 설마 그녀를 좋아하기라도 하는 건 아니겠지?”
“…그녀는 그저 내가 잠시 가지고 노는 장난감일 뿐이야.”
“그래, 이렇게 나와야 공작답지.”

그의 표정이 굳어있었다. 그럴만도 하지. 자기 입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장난감 취급했으니.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이걸 말하지 않았더군.”
“뭐지?”
“다이애나가 살인 용의자가 되었더군?”
“그렇네.”
“근데 다이애나가 시위대의 물자를 대부분 지원하고 있지 않나?”
“그렇지.”
“그대도 진압군의 편일 터, 그래서 내가 그대를 도와주려 하네.”
“아니, 도와줄 필요는…”

그녀의 입꼬리가 점점 올라갔다. 아, 그녀는 내가 다이애나를 좋아하고 있는지 아닌지 심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내 마음대로 말을 했다가는 그녀의 덫에 빠지는 거나 다름없다.

“아니지, 어떻게 도와주려는 거지?”
“다이애나가 살인을 했다는 걸 근거 삼아 그녀를 사형시킬 작전이네.”
“뭐? 혹시 정말 그걸 여왕에게 말이라도 했나?”
“당연하지, 내 성격 알지 않나? 마음 먹으면 바로 실행하는, 마침 그녀의 나이가 사형을 시킬 수 있는 나이더군. 그러니까…”
“사람 목숨이 장난인가! 아직 진짜 그녀가 살인을 했다는 판결도 나지 않은 상황에 그렇게 사형을 해달라 하면 어떡하나!”
“흐음? 혹시 뭐라도 잘못 드셨나? 갑자기 왜 이렇게 나오시지? 분명 살인 용의자든 살인자든 죽여야 한다 했던 아밀론 공작은 어디가셨나?”

그녀의 덫에 걸렸다. 그녀가 소름끼치게 미소지었다.

“아밀론 카틀로우, 카밀라 다이애나를 좋아하는 거 맞지?”
“아, 아니… 하… 그래. 난 카밀라를 좋아하고 있네. 그게 무슨 문제가 된다는 거지?”
“약혼자가 있는 상태에서 외간 여자와 불륜을 저지르면 어떻게 되는 지 알지?”
“…귀족 지위 박탈과…”
“내가 원하면 사형까지 갈 수도 있지?”
“…”
“평소에는 뭐 이딴 법이 있나 했지만 지금 보니 너무 현명한 법이로군.”
“…어떻게 할 예정이지?”
“별 거 없네. 그녀를 죽이는 상소문에 그대가 서명을 해주면 돼.”
“…”
“할 수 있겠나?”
“알겠네.”
“그래, 이렇게 나와 주셔야지.”

그의 몸이 떨리고 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질락 말락 하였다. 그래, 그대의 모습은 이래야 한단 말이야. 그의 몸을 감싸 안자 그는 빠져나올려 하다가 결국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대는 내가 원하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다이애나와 함께 내가 원하는 걸 들어줬음 좋겠어. 그녀가 망가지더라도, 혹여나 그대가 망가지더라도.

그녀를 위해 눈물 흘리는 그 꼴이 너무 우스워.

참 대단한 사랑 납셨네.

ⓒ 2022. 이멷 All Rights Reserved

0
이번 화 신고 2022-07-31 11:38 | 조회 : 399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