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살해

"뭐? 살해요? 장난하는 거에요?"
"아뇨, 장난 아닙니다. 신고가 들어왔어요. 애틀런씨가 살해 당하신 장소와 시간에 카밀라씨를 목격하였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저희와 함께 서로 가주셔야겠습니다."
"...네?"

당황스러웠지만 경찰의 표정이 너무 무서워 결국 하려던 말도 삼킨 채 경찰을 따라갔다.

낡고 허름한 경찰서 안은 쾨쾨한 냄새가 가득했다. 바닥에 거미가 기어다니고 의자와 책상에는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경찰이 테이블 앞 의자에 앉자 나도 그 맞은편의 의자에 앉았다.

"여기, 작성해주세요."
"아...네."

그가 건네준 설문지에는 이름, 생년월일, 성별, 직업, 주소, 가족관계등이 적혀 있었다.

이름: 카밀라 다이애나
생년월일: 1978년 7월 27일
성별: 여성
주소: 런던 아네르댕가 테르덴로 27
가족관계
부: 토블런 다이애나
모: 하런 다이애나
형제: 로렌츠 다이애나
직업: 에뜨왈 직원

"...다 적었어요."
"음... 이름은 카밀라 다이애나, 주소는 아네르댕가, 위에 오빠 한 명 있네요? 에뜨왈..? 에뜨왈이 뭐죠?"
"..."
"저기요? 카밀라씨? 에뜨왈이 뭐냐고요."
"...술..."
"술? 양조장이요?"
"아뇨, 술집이요..."
"예? 푸흐... 술집?"

뭐지? 날 무시하는 거야?

"..."
"자, 그럼 조사는 이렇게 끝내고! 잠시만 나 따라와봐요."
"네? 네..."

그는 날 데리고 작은 방으로 향했다. 딱 봐도 취조실의 느낌은 아니었고 방음이 잘 되게 벽에 박스와 골판지 등을 붙여 놓은 게 보였다. 그저 테이블과 그 위에 막대, 칼이 있었다.

''''칼?''''

"... 여기 앉아볼래요?"

그는 날 테이블 아래 있던 등받이가 없는 작은 의자에 앉혔다. 그는 내 몸을 쭉 훑어보았다. 하필이면 짧고 가슴골이 보이는 원피스를 입어서 그런가 그의 볼에는 조금의 홍조가 돌았다. 기분이 나빴다. 그는 내가 입고 있던 블레이저를 벗겼다.

"뭐, 뭐하는 거에요?"
"아, 여기 너무 더우니까요. 덥지 말라는 제 성의죠."
“아.. 예..”

그는 내 입술을 손가락으로 훑었고, 내 원피스의 줄을 풀려 잡아당겼다.
이거.. 성추행이다.

“뭐, 뭐하시는 거죠? 이거 성추행..”
“닥쳐, 술집 여자 주제에. 이런 거 자주 했을 거 아냐?”

그는 내 턱 끝을 훑으며 남은 손으로는 내 원피스를 올렸다. 그는 내 허벅지 위에 살포시 앉아 내 입술을 혀로 핥았다.

“흐읍, 하, 하지마요…”

하지말라는 나의 말에도 그는 계속 입술을 핥았다. 제발 하지말라고 그에게 빌어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내가 술집 여자라고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하는거야? 그는 내 가슴과 허벅지를 계속 만지기 시작했다.

불쾌해…

정말 그에게 맞아 죽을지 몰라도 도움을 청해야 겠다는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쳤다.

“꺄악!!! 도와줘요!!!”
“씨발… 미친년이..!”

그가 내게 욕을 퍼붓고 발로 나를 차고 크리켓 배트로 날 패도 계속 소리를 질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남자 경찰 하나와 어떤 남자 하나가 들어왔다. 그 경찰은 크게 놀라고는 그 남자를 제압했다. 같이 들어왔던 남자는 날 방 밖으로 끌고 나갔다. 입술이 덜덜 떨리고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결국 꾹 참았던 울분이 터졌다.

“흐윽… 흐으…”

내가 갑자기 울기 시작하자 남자는 당황하여 손수건을 꺼내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닦아도 멈추지 않았다. 원피스의 줄을 다시 묶고,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돈했다. 누구든 날 안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에게 손수건을 돌려주고 남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으응? 아밀로온?”
“울지 마, 내가 늦게 발견해서 미안해.”
“크흡… 흐으…”
“울지 말라니까… 미안해…”

그에게 안아달라는 듯 손을 뻗자, 그는 날 꼭 안아주었다. 방금까지 덜덜 떨리던 몸이 진정되는 느낌이다. 급하던 숨소리도 조금씩 느려졌다.

내가 그대가 없다면 어떻게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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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7-03 15:38 | 조회 : 444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