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바보같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약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러 온 남자가 반지를 끼고 있다니, 심지어 왼손 약지에! 자세히 보니 유명한 브랜드의 반지였다. 요즘 약혼 반지로도 유명한 아가판서스였다.

(아가판서스는 사랑의 전달자라는 꽃말을 지니고 있는 꽃입니다.)

"그 반지 뭡니까! 혹시 그 반지가 약혼 반지라든지, 결혼 반지는 아니겠지요? 저희... 약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러 온 거 아닙니까? 그런데 약지에 반지라뇨! 허... 장난하는 겁니까?"
"예? 아, 이 반지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는 재수없게도 너무나도 침착했다.

"허, 왜 그렇게 침착하십니까? 뭐 그 반지가 공작님 반지가 아니기라도 하나요?"
"아니요, 제 반지 맞습니다. 하녀가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것 같군요."
"뭐요, 그 쪽이 아내가 있는 남자라는 거요? 하, 아니지. 아이들도 있을 수 있죠. 가정도 있으신 분이 대체 왜 여기 나오신 겁니까? 아니, 저희 아버님께는 어떻게 허락을 받으신건지 의문이군요. 저희 아버지께 거짓말이라도 하신건가요?"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약지에 있는 반지를 뺐다.

"왜 갑자기 반지를 빼십니까? 뭐 버리기라도 하시려"

그가 창문을 열어 반지를 던졌다.

"어? 어... 어? 뭐, 뭐하는 거예요?"
"자, 이제 됐습니까?"
"예? 뭐가 된 겁니까? 그... 반지 약혼 반지 아닙니까?"

그가 조금 미소를 지은 채, 내 손을 잡았다.

"뭐예요? 놔요."

"그 반지, 결혼 반지가 맞습니다."
"예? 장난하는 겁니까? 어떤 사람의 지아비인 사람이 반지를 버립니까?"
"...음, 이제 지아비는 아니죠. 이제 전 그 여자의 지아비가 아닌걸요. 앉아서 얘기 하시는 게 어떠신지 묻고 싶네요."
"뭐, 한 번 변명이라도 들어보고 싶네요."

그가 앉아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는 흰 연기를 뱉어낸 후, 말을 이어갔다.

"정확히 세 달 전입니다. 저에겐 나탈리 포드라머라는 아내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저주 받은 여자라고 불렸어요. 그녀가 있는 집엔 아이들이 죽어갔거든요. 저희 부모님과 주변의 사람들은 그녀를 버리라고 했습니다. 이러다가는 가문의 대가 끊길 거라고요, 그리고 그녀에게도 악담을 퍼부었죠. 하지만 그녀는 그런 말들에 흔들리지 않고 언제나 자고 일어나서, 그리고 자기 전마다 기도를 했어요. 그런데... 제가 잠시 업무 때문에 요크셔로 갔을 때... 아니, 다녀왔을 때, 그녀는 죽은 채로 발견되었어요. 그녀는 의자에 앉아 책상에 고꾸라진 채 발견되었는데 옆에는 뿌연 물이 발견되었어요. 청산가리를 물에 섞고 죽은 채, 발견되었더군요. 아마도... 그녀는 그 독극물을 먹고 자살한 것 같았어요. 그녀의 옆에는 붉은 잉크로 쓴 글이 있었는데 살려달라는 말과, 죽여달라는 말이 반복되어 적혀 있었어요. 그녀는 미쳐간 거겠죠. 제가 없는 동안에 있었던 일을 조사해보니 저희 부모님은 그녀에게 큰 압박을 가했고, 주변 사람들은 그녀에게 저희 공작가에 피해 끼치지 말고 꺼지라는 편지와 쪽지를 보냈더군요. 그녀는 사람들의 저주와 악담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거 같았어요. 그런데 말이에요... 그녀는 제 아이를 임신 중이었습니다. 홀몸도 아닌 상황에서 그런 일을 겪어야 했던 그녀를 생각하면 아직도 끔찍해요. 그녀가 죽고 나서 한 달 동안 저는 거의 미친 상태였어요. 식사도 하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았어요. 언제나 업무를 처리하고 씻는 것 빼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물론 잠을 자지도 않았죠. 그러다가 그녀가 쓴 유언장 하나를 발견했어요. 그녀가 정말 아끼던 가방 안 에 들어있었죠. 그녀는 정말 힘들고 죽고 싶다는 말과 함께 저 만은 꼭 행복히 살았음 좋겠다고 했어요. 그러고나서 정신을 차렸죠. 그녀에게 창피하지 않게 살려고 했어요. 그리고 그녀가 쓴 쪽지 하나를 발견 했죠. 자신이 죽고 나서 이 사람에게 가달라고요. 그게 당신이에요. 에밀리아 프뢸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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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3-12 08:26 | 조회 : 545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