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네가

‘어디야?’
‘지금 조원 애들이랑 밥 먹으러 들어왔어. 형은?’
‘기다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네. 난 신경 쓰지 말고 먹어.’
“영주 오빠야?”
밥을 먹다 말고 휴대폰 화면을 검지로 두들기던 봄이었다. 현진은 호기심 어린 눈짓으로 봄에게 물었다.
“응.”
“뭐래? 어디래?”
“그건 말 안 해주고 신경 쓰지 말고 먹고 있으라네.”
“그래..?”
어디 간 거람.
깨끗이 비운 식판을 치우고 난 뒤 봄은 홀로 식당을 나갔다. 지하 식당 밖 복도에는 몇몇 사람들이 지나다녔다. 봄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영주의 실루엣을 찾았다. 게임을 진행했던 강당과 식당 앞 복도 주변, 그리고 지하 1층의 화장실까지 둘러보았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지상 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발을 내디뎠다. 어색한 환경을 둘러보면서 걷던 다리는 유리창으로 된 문 앞에 멈추어 섰다. 유리창 너머엔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줄줄이 서 있었다. 어둡게 내려앉은 밤하늘 위로 희뿌연 연기가 줄줄이 솟아올랐다. 그 연기 중엔 영주도 자연스레 끼어 있었다.
창으로 가려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옆 사람과 꽤 친근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것처럼 보였다.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창문 너머의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멍하니 보다 자연스레 돌아가는 그의 시선에 붙잡혔다.
아, 웃었다.
연한 미소가 그의 입가에 걸렸다. 살짝 벌어진 그의 입술 사이로는 연거푸 뽀얀 것이 새어 나왔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무어라 말하는 것 같았지만, 들리지 않았다. 느리게 흘러만 갔던 시간은 곧 유리문이 열리며 끝이 났다.
“밥 다 먹고 왔어?”
잠깐 열렸던, 문틈 사이로 코끝을 아리게 만드는 냄새가 훅하고 들어왔다. 봄은 무의식적으로 검지로 코끝을 문지르며 대답했다.
“응. 형은 먹은 거야? 식당에서 안 보이던데.”
“뭐야. 밥은 안 먹고 나만 찾아봤어? 먹자마자 이렇게 찾으러 쪼르르 돌아다니고.”
영주는 태연한 말투로 저런 말을 툭 내뱉었다. 양심이 찔린 행동을 한 것도 아닌데, 괜히 바늘 끝으로 심장이 콕 찔린 것처럼 따끔했다.
“아니거든. 형 담배펴?”
“아, 응. 냄새 많이 나? 심해?”
영주는 소매를 가져다 킁킁대며 물었다.
문이 열렸을 땐 독하다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한 냄새였다. 하지만 문이 곧 닫히니 은은한 향기만 남아 있었다. 평소 같으면 분명 눈살을 찌푸리게하는 담배 냄새일 텐데. 그에게 남은 향은 달랐다. 은은하면서 달달한 냄새였다. 담배 냄새인지, 아니면 눈앞의 이 사람의 본래의 향인 것인지. 과 건물 1층 갤러리에서부터 은은하게 나던 향기였다. 사탕처럼 달콤한 것도 꽃가게 안의 꽃냄새처럼 싱그러운 것도 아닌데, 묘하게 끌림이 있는 향이었다. 이런 향기 때문에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일까. 그래서 향기 찾아 날아드는 나비처럼 그를 찾으러 다닌 것인가.
봄은 저도 모르게 그에게 가까이 가서 코를 대었다. 가까이 가도 향이 짙어질 뿐 조금 전 불쾌함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조금 신기했다. 뿌옇게 올라가던 연기 속에서 이렇게 좋은 향을 가진 그가.
아래로 내리고 있던 시선을 올리니, 저를 바라보던 그의 눈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보였다. 시원한 눈가에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아.
순간 너무 가까이 갔다는 것을 인지해, 봄은 한 발짝 그에게서 물러났다. 너무 가까이 간 탓일까, 영주는 조금 움츠러든 것처럼 보였다. 어색해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심하진 않아. 그냥 조금 나네.”
봄은 어색함을 애써 감추며 대답했다.
“…그래? 다행이네.”
잠시 말 없던 그도 곧 다시 미소를 드러내며 말했다. 둘은 곧 밤 행사가 일어날 지하 강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방금 같이 있던 사람들 우리 학년 아닌 거 같던데.”
“아- 응응. 맞아.”
“담배 피우면서 친해진 거야?”
“음… 뭐, 그렇지!”

지하 강당에서 오직 무대만 불빛으로 반짝였다. 나머지는 밤하늘처럼 어두웠다. 시간이 차차 흐르니 사람들은 점점 어둠 속에 스미듯이 모여들었다.
“봄아, 너 그거 들었어?”
봄 뒤에 두 무릎을 가지런히 모은 채 앉아 있던 한우진은 봄에게 속삭였다.
“뭘?”
봄은 고개를 슬쩍 돌려 그랑 비슷한 목소리 크기로 속닥였다.
“우리 조에 엑스맨이 있다는데?”
엑스맨? 영화 엑스맨이 우리 조에 왜 있다는 거야. 봄은 한우진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나 싶었다.
봄 바로 옆에 앉아 있던 현진은 두 사람 사이에 불쑥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거 말이야. 우리보다 선배인 사람이 새내기인 척 하는 거.”
한우진은 갑자기 불쑥 들어온 현진에 의해 흠칫 놀라다 대답했다.
“헐, 진짜? 그럼 영주 오빠가 엑스맨인가?”
“에이. 형이랑 에스엔에스 아이디 주고받았는데, 피드 보니까 그 형은 진짜 재수생인 거 맞던데?"
봄은 현진의 말을 받아치며 말했다.
“근데, 우진이 넌 그런 소리 어디서 들었는데?”
언뜻 스쳐 간 기억 속에 대학교에서 그런 장난을 친다고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냥 정말 얘기만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듯 들었을 뿐 어떤 건지 잘은 몰랐다.
“밥 먹고 나와서 선배들끼리만 모여서 쑥덕거리는 걸 들었는데, 엑스맨 뭐 어쩌고저쩌고 하던 거 같더라고. 그래서 말인데…. 우리 조에 엑스맨은 누굴까...?”
“글쎄... 현진이가 말한 것처럼 만약에 영주형이라면 너무 철저하게 숨겼다. 그 게임 때문에 에스엔에스도 꾸며놓겠어?"
봄은 곰곰이 생각해보다 말했다. 처음 과 건물 1층 갤러리에서부터 지금까지 어색한 낌새는 전혀...
아.
방금전 담배 무리 속 영주의 모습을 떠올렸다. 강당에 들어오기 전 미묘한 어색함을 감춘 얼버무림까지.
“에스엔에스 꾸며 놓을 수도 있지! 사진하고 글만 조금 올리면 되는 건데."
이런저런 추측이 조용하게 난무하는 대화 속 봄은 오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았다.
만약 그 사람이 정말 선배라면…
“만약 그 사람이 선배라면 봄이 너 좀 큰일 난 거 아니야?”
현진과 이런저런 추측의 꼬리잡기를 하던 우진은 봄에게 말했다.
“어?”
“맞아. 너 아까 게임할 때 영주 오빠한테 엄청 구박했잖아. 못한다고.”
우진의 말을 거들 듯 현진도 뒷말을 더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랬던 거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그래, 구박하긴 했다.
“그렇…긴 한데. 에이…”
괜히 속이 뜨끔해져 식은땀을 삐질 흘렸다.
때마침, 마이크를 든 학회장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저녁타임, 조 대항 게임을 시작했다. 큰 음악 소리가 강당 안을 꽉 채웠다. 귀가 잉잉 울리도록 큰 음악이 혼잡한 사람들 속을 뚫었다. 한참 몸을 흔드는 게임을 진행하다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쯤, 마지막 행사가 시작되었다.
각 조원의 대표로 나온 이들은 줄줄이 차례에 맞추어 무대로 올라왔다. 개중엔 송영주도 조금 주춤한 자세로 서 있었다.
“영주 오빠 파이팅!”
현진의 크고 또렷한 목소리가 날아갔다. 그 시끄러운 통에 들은 것인지 무대 위에 주춤거리던 영주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엑스맨 이야기로 한참 찝찝함이 묻어나오는 감정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눈부신 조명 아래 그의 얼굴만 선명했다. 조곤조곤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와 포근한 멜로디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혼잡하던 분위기는 노래의 포근함에 가라앉았고, 위로 뻗은 팔들이 파도처럼 일렁거렸다. 봄은 가지런히 모은 무릎 위에 두손을 올려놓은 채 그의 목소리를 감상했다. 푹신한 침대 위 이불을 머리위로 한껏 덮은 것처럼 따스하고 포근한 감각이었다. 그렇게 멍하니 홀린 것처럼 그를 보고 있을 때, 노래하는 눈과 마주쳤다. 잠깐 지나가려나, 했는데. 조명에 비쳐 투명해진 눈동자는 노래의 멜로디가 끝날 때까지 떠나지 않고 머물렀다.
잔잔한 노래가 끝나니, 큰 환호와 박수 소리가 조용하던 강당 안을 메꾸었다. 영원히 멈추어 있을 것 같던 시선이 한 발자국 물러났다. 영주는 어색하면서도 수줍은 듯한 미소를 띠며 마이크를 다시 사회자에게 건넸다. 큰 음악 소리를 계속 귀에 때려 박은 것도 아닌데 심장 뛰는 소리가 머릿속을 어지럽게 울려댔다. 조금 곤란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음 순서인 사람이 춤을 추기 시작했지만, 전혀 눈에 들어오지도 크게 울려대는 노랫소리가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처럼 눈 부신 조명의 그림자 뒤에 선 그만이 보였다.
“아, 정말 한 사람 한 사람 재능이 뛰어나네요! 우리 새내기 분들 재밌게 보셨나요? 무대 위에 올라와 준 우리 엑스맨들에게 큰 박수 다시 한 번 부탁합니다!”
“뭐?”
당황한 듯 놀란 목소리가 곳곳에 들려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웃음소리와 환호 소리가 만연했다. 어안이 벙벙한 얼굴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그런 사람 중엔 역시, 라며 감탄사를 내뱉는 사람들도 있었고,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니까… 저기 무대 위에 올라간 사람들이 다 새내기가 아니라 선배들이라고?
잠시 홀려있다 사회자의 말에 정신이 돌아온 봄도 식은땀을 삐죽삐죽 흘렸다.
“아!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영주형이 엑스맨이었네!”

“자! 건배해야지!”
봄은 타들어 갈 것 같은 속을 꾹꾹 눌러 참고 있었다. 구수한 것 같으면서도 톡, 쏘면서도 알싸한 느낌이 드는. 처음 마셔보는 술의 맛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웠다.
봄은 방금 전 비웠는데, 다시 또 채워진 종이컵을 내려다보았다. 곱다면 고운 노란 빛깔의 액체에서 은은한 술 향기가 올라왔다. 마신 것도 아닌데, 벌써 목구멍에 내려간 것처럼 울렁거렸다.
다정하고 착한 한 살 위 형. 송영주. 조금 수줍음이 있는 순수한 사람 같던 송영주. 그렇게 속으로 내렸던 첫인상 표는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바뀌었다. 술고래 송영주. 조금 밉상 선배 송영주로.
술 파티가 시작된 방안에 두 남자는 서로서로 종이컵으로 건배했다. 봄은 어쩐지 조금 어색해진 그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하지만 그 눈치는 이미 개밥으로 던져버린 지 오래였다. 송영주는 계속해서 그의 종이컵에 술을 따라주었다. 이미 조금 혀도 꼬이고 얼굴도 빨개져서 누가 봐도 취한게 분명한데. 빈 잔에 계속해서 따라주었다. 솔직히 안마신다고 하면 됐지만...
“못 마시겠어?"
봄은 울렁거리는 속을 누르려 천천히 심호흡했다. 이미 붉을 대로 붉어진 얼굴을 쳐들고 옆에 앉은 영주를 바라보았다. 이미 자신의 속은 술로 버무려서 어지러울 지경이었는데. 미세한 홍조 하나 없이 멀끔한 얼굴이었다. 맥주병이 가득 담긴 상자 하나를 안고 그 옆에 앉으며 지었던 짓궂은 미소도 그대로였다.
"너랑 마시려고 무거운 상자 열심히 들고 왔는데."
일부러 저런 말을 툭, 던지며 거부하기 어렵게 하는 것이었다.
더 이상 먹으면...
봄은 억지로 고개를 젓고서 던져버리고 싶은 종이컵에 입을 대었다. 술에 취하면 취할수록 달달하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는 말들은. 다 명백한 거짓말이다. 톡톡 쏘는 탄산들이 목구멍을 타고 아래로 떨어졌다.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잔을 비웠다. 빈 종이컵이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빙글빙글 천방지축으로 돌아가던 시야가 점점 어두워졌다.
추가 주렁주렁 매달린 것도 아닌데 무겁던 눈꺼풀은 결국 감기며, 정신이 점점 새카만 어둠 속으로 물들어갔다. 완전히 눈이 감기기 전. 놀란 그의 얼굴이 보인듯 했다.

“…”
눈을 뜨니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고요한 어둠 속 들려오는 것은 옆 사람의 숨소리뿐. 조금 가벼워진 눈을 끔뻑 꺼리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점점 익숙해지는 어둠 속에서 이불을 펴고 잠이 든 사람들로 널려있었다.
어떻게 들어온 거지. 누가 옮긴 거야…?
눈뜨기 전까지 기억만 해도 속이 결딴난 것 같고 머리가 띵했다. 가슴 속 심장박동이 머리 위로 올라가 혈관이 두근두근하는 감각이 선명했다. 하지만 잠 한번 자고 일어나니 그것이 모두 꿈이었던 것처럼 깨끗이 비워진 채였다.
“지금 몇시인거지…?”
바지춤 주머니 속에 넣어뒀던 휴대폰을 켰다. 화면 상단에 뜬 디지털 숫자가 다섯 시를 향해 돌아가고 있었다.
다시 누워 자자니 몇 시간을 푹 잔 것처럼 너무나 개운했다. 결국,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방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문을 열었다. 문을 열기 전 이제 익숙해진 밤눈으로 누워 자는 이들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봄이 찾던 사람은 그들 중에 없었다.
문고리를 조심히 당겨 거실로 나가보니, 환하게 빛나던 조명은 어두웠다. 거실의 베란다에 비춰오는 달빛만이 환했다. 발 몇 걸음 옮겼을 뿐인데, 그 작은 소리를 들은 것인지 베란다에 서 있던 사람은 고개를 돌렸다.
낮에 피웠던 작은 안개가 위로 피어오르고 있었다. 영주는 봄을 발견하자마자 다급히 담뱃불을 껐다. 그리고 살짝 열려 있던 베란다 문틈을 열었다.
“너 괜찮아?”
그렇게 부어라. 죽어라. 마시게 하던 이가 하는 말치곤 상당히 뻔뻔했다.
봄은 조금은 언짢은 말투로 대답했다.
“그렇게 마셨는데, 괜찮겠어요?”
“큼…”
조금 쏘아붙인 말에 영주는 어색하게 목을 가다듬었다.
“미안… 너가 쓰러질 때까지 참고 마실 줄은 몰랐어. 계속 마시길래 얼굴만 빨갛지 괜찮은 줄 알았다. 미안..."
바로 정중한 사과로 돌아오니, 괜히 쏘아붙인 사람의 마음만 머쓱해졌다. 영주는 정말 미안한 듯 곧게 뻗은 눈썹을 아래로 축 내리고 있었다.
“됐어요… 이 밤중에 안자고 뭐해요. 거기서?”
그에게로 천천히 발을 내디디니, 그는 베란다 문을 활짝 열며 말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따뜻하던 날씨가 밤이 되니 조금 쌀쌀했다. 소름이 오소소 돋은 팔뚝을 문지르며 베란다 문을 통과했다. 쌀쌀한 밤이었지만…. 나쁘진 않았다.
“아, 자다가 깼는데 잠이 안 와서 말이야. 너는 상태 안 좋으면 더 자지. 내일… 너 해장용 컵라면 내가 해줄게…”
“잠들기 전까진 토할 것처럼 울렁거리긴 했는데…”
“…”
“막상 자고 나니까 완전 멀쩡해졌어요. 전 술 못 마시는 대신 숙취가 없나 봐요.”
덤덤한 말투로 대답하고 나니, 영주는 말이 없었다. 밤하늘의 별처럼 콕콕 박힌 도시의 불빛들을 구경하다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왜요?”
잠들기 전 짓궂던 얼굴은 어디 가고 다시 머뭇거리는 새내기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너… 갑자기 왜 존댓말로 바뀌었어?”
“선배잖아요. 한 살 아래가 게임 못한 거 구박해서 술 그렇게 먹인 거 아니었어요?”
“…그… 미안… 전처럼 편하게 말해줘. 난 그게 더 좋아.”
가시 정도까진 아니고, 딱 탄산수 정도의 톡톡 쏘는 말들을 줄줄이 늘여놓으니. 그는 미안한 얼굴을 하고서 봄의 눈치를 살폈다. 그 맹한 얼굴을 다시 보고 있자니, 쿡쿡 웃음이 나왔다.

잔잔한 호수 같은 대화를 몇 번 나누니, 조금 멀어졌던 것 같던 분위기는 다시 말랑해졌다.
“형이 근데 엑스맨 하겠다고 한 거야?”
“아니… 난 별로 안 하고 싶었어. 연기를 잘 못해서... 딱히 할 사람이 없어서 뽑기로 했더니. 걸렸어. ”
“그런 것치고는 잘했어.”
“그래…?”
두 사람 베란다에 나란히 서 있었다. 영주는 손에 쥔 담뱃갑을 만지작거리며 픽-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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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3-14 19:45 | 조회 : 846 목록
작가의 말
최올랑

일주일에 하나씩 올라오니 굉장히 오랜만인 기분이네요. 다들 잘 지내셨는지요. 기다려 주신분들 전부 감사합니다. 덕분에 힘내서 쓸 수 있었어요…! 사랑합니당~! 다음주 일요일에 또 봐요!!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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