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격 (1)

"저 거대한 마차에 앉아 있는 자가, 이 나라의 왕."

이 행사의 가장 중요한 의식을 치를 한 사람, 다스 에이나 폴로. <유메니티>의 수장인 왕의 등장이었다.

지난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그를 향해 무릎을 꿇고 있다. 위에서 보면 아주 장관일 것 같은 배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과연, 이게 진정한 의미에서의 지배자의 풍모인 걸까. 나도 받아본 적이 없는 극진한 대접이다.

"모두, 고개를 들도록 하라. 오늘의 짐은 축제를 즐기러 온 것일 뿐이니, 너무 그렇게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서 주위의 자들을 말로써 일으켜 세우는 다스 에이나 폴로. 그 모습을 말릴 것으로 보였던 지난과 기사 단장은 의외로 그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지나갈 때마다 무릎을 꿇는다면 축제가 진행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 건가.

(다행히도 주위의 귀족들로 보이는 자들은 안 보이고.... 진정한 신분 차별이 없는 모두의 축제라는 건가.)

그래, 왕이라는 것이 그 정도의 관용과 배려가 있어야 밑의 자들이 편해진다. 나로서도 나 자신이 수호자들에게 그리 잘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 그를 보면서 여러 태도를 배울 필요도 있어 보이는군.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이러한 분위기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모험가들이 있었다는 제보를 받았고, 그것이 사실로 드러났구나. 이거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겠다만,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지만 그건 그거고, 큰 잘못이 있다면 엄중하게 처벌하는 것이 그의 의무이기도 하다. 타국 사람인 용사 파티가 방문한 이 타이밍에 난동을 피우는 것을 <유메니티>의 상층부로서는 탐탁지 않게 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왕이 이 나라의 국민인 이동현을 향해 물어보았다. 주요 인물 중 한 사람인 스톤이 도망가버린 이상, 그에게 질문하는 수밖에 없겠지. 어디선가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시선들이 있을 때 이런 질문을 한 이유라면, 명확히 선을 긋는 행위라고도 볼 수 있다.

-여기에 우리 <유메니티>의 의도는 담겨 있지 않다고.

"그것이 폐하. 조금 전의 일은 사실...."
"...사실은?"

그가 이동현의 마지막 한 마디를 강조하며 서로의 눈을 마주친다. 마치 무언가 확인이라도 하듯이 강렬한 눈빛을 그에게 발사한다.

왕의 패기에 눌린 이동현으로서는 이미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이 아무 데도 움직이지 못하고 몸을 경직시키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마치 천적을 눈앞에 둔 마물처럼 말이다.

(저자의 신분이 왕이라는 것을 제외하고서라도, 제법 사람을 이끌어가는 자로서 완성된 눈빛이기는 하군.)

아마도 태생이 지도자에 어울릴 것이다. 물리적인 폭력의 대명사인 스톤을 두고도 무서워하지 않았던 이동현이 그를 상대로 긴장하는 것이 훤히 보이는 만큼 그 둘 사이의 상하관계는 누가 봐도 뚜렷했다.

"아무리 무슨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고, 오늘 이 나라에 용사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난동을 부렸다는 점에서는 반박의 여지가 없겠구나."
"...그 말씀대로 입니다, 폐하."

순순히 왕의 말에 수긍하는 이동현. 다른 국민에게서 평판이 좋은 왕인 만큼 어떠한 판결이 기다릴지 궁금하기도 한 찰나였으니, 어떻게 결론이 나던지 나로서는 상관없지만-

(하필이면 그 상대가 저 자라니.... 그 스톤 녀석을 상대로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곁에 있는 기사 단장은 물론이고 지난 또한 그저 두 사람의 상황을 보고 침묵할 뿐이다. 사실 지난도 공식적으로는 저자의 국민이기 때문에 말참견할 수 없을 뿐이지만 그래도 그가 가진 능력에 비해서는 좀 낮은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아니, 자꾸만 위에 있었을 때의 시선으로 보게 되는군. 이곳 테라피아로 내려온 이상, 이쪽 사람의 시선으로 봐야 할 것이 자꾸만 어긋난 시선으로 보게 되네. 아, 이러한 점도 서서히 고쳐나가야 할 텐데.

"그렇다면 시간이 없으니 빨리 판결을 내리도록 하겠다. 우선 주위의 증언도 들어봐야 하겠지만, 짐은 곧장 식을 해야 하므로 재빨리 판단을 내려야겠지. 부디 이해해주겠나?"
"...어떤 벌이든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유메니티>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이동현이니만큼, 조금 전의 자신의 행동이 옳지 않다는 것과 다스 에이나 폴로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 이해가 가겠지. 그 말은 조금 전 싸움의 전후 과정도 듣지 않고 처벌을 한다고 선언한 것을 받아들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합리.... 를 받아들이겠다는 건가. 변명할 기회조차 없어지는 것인데, 그걸로 괜찮은 걸까, 이동현.)

물론 상대와의 계급 차이 상, 그가 자유로이 발언할 수 없는 상황과 분위기라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저 모습을 보면 스톤을 상대할 때만큼의 여유가 없다는 것이 딱 보이겠지. 역시 평범한 시민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는 건가.

(시간이 없다고 했지만, 적어도 그의 상황은 파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그가 어떠한 비밀을 품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도와준 인물인 만큼, 나로서는 그가 처벌을 받는 것을 원치 않는데.)

어떻게든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주위를 둘러보지만, 아까 전보다 더 많은 시선이 이곳에 집중되어 있었다. 마법을 쓰려고 해도 왕 주위의 경호가 있는 이상, 어떠한 마법 대책이 펼쳐져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수호자인 지난한테 <전언>을? 아니, 아까 전 저 녀석의 발언과 행동을 보아 한데 이 사건이 해결되더라도 그를 혼낼 생각이 역력한 표정인데, 저건.)

저렇게 된다면 지난은 이미 나의 말을 듣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내가 억지를 부린다면 마지못해 행동할 수도 있겠지만, 이곳으로 내려와 수호자들에 대한 미안함이 커진 나로서는 그에게 억지를 부릴 생각이 없었다. 이동현에게는 미안하지만, 한 번의 도움을 준 그와 많은 시간을 함께할 지난을 동일 선상에 둘 생각은 없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내가 그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은 간접적인 영향에서만.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이 곁에 있는 이상, 그의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은 하고 싶지 않아.)

그가 담당하고 있는 나라에서 내가 휴가를 즐기고 있다. 그의 업무를 방해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미 그의 도움을 받은 이상,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데....

"흠, 그렇다면 아무래도 이번 사건의 판결은-"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내가 포기하려던 찰나, 누군가의 가늘고 높은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그 덕분에 다스 에이나 폴로의 판결은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태.

"자,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폐하!"
"링링, 언제 또 이리로...."

그러나 그 폐해는 작지 않다. 바로 이 나라의 왕의 말을 중간에 끊다니, 어떤 용기 있는 자일까. 그게 아니면 무모한 자일까.

주위의 관중이 목소리가 들렸던 뒤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걸어 나오는 그녀를 중심으로 왕의 앞으로 가는 길이 열린 채 두 사람의 대화가 성사되었다.

관중들 사이로 천천히 걸어 나오던 그녀는 이동현의 바로 옆까지 발을 옮기더니, 곧장 무릎을 꿇어 그에게 예의를 표한다. 그와 더불어 왕에게서의 허락도 구하지 않은 채 곧장 발언한다. 정작 왕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흥미로워하는 것 같았지만.

"한 번만, 단 한 번만 그의 말을 들어줄 수는 없겠습니까, 폐하?"
"감히 폐하의 말씀을 끊어놓고서 그런 말을 하는 거냐, 링링."

앞으로 걸어 나온 그녀는 이동현과 파티를 맺고 있던 링링.
당연하겠지만 아무리 유대감이 깊다고 해도 감히 왕의 말을 끊으면서까지 그에게 용서를 구하는 경우는 드물다. 거기에 맞춰 그녀에게 화를 낸 인물도 나의 예상외였다.

"아직 <모험가 길드>에 등록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신인이 벌써 거만해진 건가? 감히 폐하의 말을 중간에 끊다니, 용서할 수 없는 행위이다, 이니."
"예, 알고 있습니다. 길드 마스터. 하지만-"

...지난이 저자를 그렇게 생각했을 줄이야. 나에게 보내온 보고서 이상으로 꽤 밀접한 관계인 듯하군. 진정으로 믿을 만한 자가 아니라 판단되면 같은 수호자라도 접근을 거부할 정도로 강경한 인물인데, 지난은.

"동현 씨는 그저.... 저를 지키기 위해서 그런 것입니다! 그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습니다! 잘못이 있다면 부디 저를-!"
"미안하지만, 링링. 지금의 쟁점은 그게 아니야. 타국의 용사가 이 나라에 온 이 중요한 때에 소란을 벌이는 것 그 자체가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는 거다. 무슨 이유가 있든 간에 그 소란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크게 소리를 치지는 않으면서 잔잔하면서도 그와 그녀 두 사람을 모두 꾸짖는 것 같이 혼을 내는 지난. 분명 그의 말대로 나라의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왕의 위엄을 세우기 위해 확실히 처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게다가 점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거대한 마차 위에 앉아 있는 왕과 말다툼을 벌이고 있는 특수한 상황은 수많은 인파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이제는 빠르고 간결히 판단을 내리는 것이 제일 좋은 상황.

"링링, 물러나 줘. 나도 모르게 술에 취해 너무 경솔하게 행동했어. 그것도 폐하의 곁에서 말이야. 무슨 벌을 받아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지. 마스터의 말이 옳아."
"동현 씨...."
"...잘 알겠나. 방금 그가 말한 것처럼 이 사건은 문제의 원인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일을 저지른 이상,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는 말이다. 결정을 내려주십시오, 폐하."

지난의 마지막 말에 모두가 마차 위에 있는 한 사람에게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의 말에 노인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판결을 내렸다.

"아니, 지난. 이 정도에서 끝내도록 하지. 이제는 정말 시간이 없으니까 말이야."
"-에?"

그러나 뜻밖에도 그는 가장 효과적으로 이 상황을 끝낼 방법을 거절하고 그렇게 말한다. 지난뿐만 아닌 주위의 기자들도 그의 판단에 놀란다.

갑옷으로 표정이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던 기사 단장이라는 작자도 예상외였는지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 왕에게 충성스러운 그로서도 나라 간의 관계에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 건가.

"다들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런 판단을 내린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각국의 기자들이 귀를 열었다. 그와 더불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자들에게까지 들릴 정도의 목소리를 내며 근엄한 자세를 유지한다.

"모두가 이렇게 축제 분위기인데, 고작 하나의 사건으로 시간만 낭비하며 서로 감정 상할 필요는 없지 않나? 괜히 한 사람이 참으면 될 사건을 갖고 이런 즐거운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지, 안 그런가?"
"하지만 폐하.... 그렇다고 하셔도...."

저자는 지금 주위의 수많은 관중을 상대로 연기를 하고 있다. 그것도 전혀 긴장하지도 않은 채로 말이다. 그와 더불어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무리가 있었다.

"걱정하지 말게. 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이 축제의 분위기야. 오늘 정도는 그리 신경 쓰지 말고 넘어가세."

저 할아버지, 수많은 자를 상대로 거짓말도 참 잘하시는군.
왕이 지금 제일 신경 쓰고 있는 건 대중들에게 상냥한 이미지를 호소하는 것이다. 나 이렇게 관대해요, 라는 것을 알게 모르게 어필하고 있는 상태라는 뜻이다.

(딱 전형적인 이미지 메이킹이지만, 콩깍지가 쓰인 대중들에게는 잘 통하겠지. 그에 대한 평판은 이상하리만큼 높았던 게 이런 행위의 반복일지도 모르겠군.)

뭐, 그래도 자신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나타내는 것도 지도자로서는 중요하다. 그는 그걸 충실히 이행하고 있을 뿐이니까.

"거기에-"

다스 에이나 폴로는 어느새 자신의 곁에까지 온 마차와 무리에게로 눈을 돌렸다.

"-이제부터 이 축제의 핵심인 자들과 함께 의식을 치러야 할 것 같고 말이다."
"...어느새 이리로 도착한 건가."

그의 말에 지난도 서서히 다가오는 6명의 무리에 시선을 맞춘다. 그들 모두가 화려한 드레스와 말끔한 양복을 입고는 겁도 없이 그 현장에 스스로 의지로 투입한다. 단 한 사람만은 이런 분위기에 익숙지 않은 듯했지만.


"오랜만입니다, 다스 에이나 폴로 폐하."
"그렇군, 벌써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구려, 용사 여러분들."


<유메니티>의 대표인 다스 에이나 폴로와 <웨포스트>의 대표인 용사 일행의 만남이 모두의 이목이 쏠린 이때 극적으로 이루어진다. 이 행사의 주요 인물들의 등장에 주위는 그야말로 환호성으로 물들었다.

(오오, 엄청난 환호성. 그에 맞춰 기자들의 손놀림도 바빠지는구먼. 하긴, 널리 알려진 <그랜드 스쿨>이라는 학교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많은 나라의 기자들이 와있는데, 이때 보게 된 저 장면은 놓칠 수야 없는 장면이겠지.)

주위의 환호에도 두 사람의 표정은 전혀 바뀌지 않고 해야 할 본분을 하려는 듯 그저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다.

"그러면 곧바로 의식을 시작할까요?"
"아, 물론. 그래야지."


★★★


"딱 전형적인 이미지 메이킹이구만, 쓰레기 같은 왕."

다른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건물 사이의 뒷골목에서 조용히 그 쓸데없는 모습을 바라보는 거한의 남성이 있었다. 주위의 환호와는 다르게 매우 부정적으로 그 광경을 혐오하고 있는 듯이 험악한 인상을 풍긴다.

"별것도 아닌 사건으로 저렇게 일을 키워 오히려 자신의 이미지만을 올리다니. 그렇지만 저 멍청한 대중들에게는 잘 통하는 듯하군."

얼마나 삐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인지 이 나라에 거처를 잡았으면서도 이 나라의 왕에게 날리는 폭언. 더러운 혀 놀림뿐만이 아닌 얼굴까지도 험해 쳐다보기도 힘든 그의 표정이 더욱 험악해진다.

"쳇, 거기다가 저 가식적인 표정들. 뭘 서로 오랜만에 본 듯한 표정을 지고 있는 거냐? 어차피 왕궁에서 서로 만나고 이 장면을 위해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거면서. 여전히 이런 꼼수에는 능하구먼, <유메니티>."

뒤에 준비된 부하들의 표정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왕에 대한 험담만을 계속하고 있는 거구의 남성. 아무래도 그가 이 나라에 가진 원한은 끝이 없는 듯하였다.

그러다 보면 저 높이 지붕 위에서 되지도 않을 무게를 잡고 있던 검은 망토의 녀석들이 조금씩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 눈에 훤히 보인다. 아무래도 이미 준비는 마친 것처럼 보인다.

"그나저나 저 녀석들, 이 작전에 대한 위험성은 알고서 이런 짓을 벌이는 건지 궁금할 지경이군. 왕의 주위를 지키는 기사 단장에 그 사신을 쓰러트렸다는 수상한 길드 마스터라고? 거기에 용사까지, 생각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

제일 습격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장소를 탐색하는 듯한 대낮의 그림자들. 다행히 주위의 그늘에 몸을 맡겨 어떻게든 몸을 숨기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어설프다는 생각이 든다는 게 솔직한 그의 심정이었다.

"참나, 아마 100% 이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겠구먼. 안 되겠다. 역시 이번 의뢰에 대한 돈은 받았다지만 이번 작전에서 우리는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다. 적당히 상대하다가 돌아오면 되겠지. [선혈의 광란]이라 불렸던 저 녀석의 명성도 이제 끝이다."
"저기.... 그래도 괜찮은 겁니까...?"

그의 마지막 말에 부하 중 한 사람이 그에게 물어온다. 자신의 뒤를 이은 무력의 남성으로 전투력 부문에서는 가히 NO.2라 불릴 만하다.

"괜찮냐고...? 뭘 당연한 걸 물어보는 거냐?"
"아뇨.... 그저 저자를 적으로 돌려도 될지.... 의뢰도 받았고...."

다만 이 부하는 성격이 그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리바리하면서 동시에 쓸데없는 걱정이 너무나도 많다. 차라리 성격 면에서는 그 바로 밑의 3인자가 나을 지경이다.

(그 새끼도 정상은 아니지만.)

그러나 지금은 쭈뼛거리는 이 부하의 정신 상태를 다시 말끔히 닦아주는 것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술집의 대걸레 같은 분위기인 지금의 이 녀석은 도저히 쓸데가 없다.

"어이, 잘 들어. 국가를 상대로 저런 짓을 벌이려고 하는, 이미 몰락할 징조가 보이는 녀석을 도와줄 필요는 없단 말이다. 그게 곧 계약을 맺은 숙적이라고 해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만약 성공해버리면...."
"100% 불가능하다고 전해두지. 대국의 왕을 죽이는 게 그렇게 쉬울 것 같냐?"

자신의 악명이 같은 어둠의 자들에게 멀리 펼쳐졌다고 해도 국가를 상대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몇 달 전의 사례가 있는 만큼, 전혀 불가능하다고는 보지 않지만-

"-적어도 우리 흑월이 가진 전력으로는 불가능해. 수많은 시민 사이에 암살자가 하나 숨어든 거나 마찬가지다. 결국은 지게 돼 있어."
"그.... 저자의 전력과 우리들의 전력.... 그리고 노예 부문장의 전투 노예들을 포함한 모든 전력을 써도.... 말입니까?"
"그래, 애초에 우리들의 전력은 저기에 있는 용사 일행의 몇 사람 정도로 끝난다. 그렇다면 나머지들을 상대할 수도 없겠지?"

그렇구나, 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NO.2의 간부. 도대체 상대와의 전투력 차이도 못 보면서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는지를 알 수가 없을 정도다.

(뭐, 넘사벽이라면 그럴 수도 있나.)

애초에 이 작전은 주위의 수많은 시민의 존재가 있기에 성립이 가능한 작전이었다. 만약 시민이라는 고기방패가 없었더라면 용사 일행의 마법사의 광역기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그만큼의 차이가 실제로 그들에게 존재하였다.

"어쨌든 지금 그건 중요치 않고, 네 바로 밑의 간부는 어디로 간 거냐? 또 혼자 술이나 처마시러 간 건 아니겠지?"
"아뇨.... 방금 <전언>을 걸었을 때 준비는 다 되었다고 합니다."
"OK.... 그러면 됐어. 이번 작전에만 집중할 수 있으면 돼. 뒤의 녀석들에게 모두 준비하라고 말해."

끝내 NO.2는 자신의 바로 밑인 NO.3의 인물이 몰래 술을 마셨다는 사실을 경비 부문장에게 알리지 못하고 그저 자신이 가진 무기를 준비했다.

(그나저나....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군.)

뒤의 간부가 움직일 무렵, 경비 부문장은 주위를 둘러보면서 그 밤의 상황을 떠올린다.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는 그녀의 행동 때문이었다.

(어째서 그 창관 부문장이 나에게 새로이 <전이> 마법이 담긴 스크롤을 주었는지 말이야.... 그냥 놔뒀더라면 손쉽게 성가신 나를 제거할 수 있었을 텐데.)

흑월은 전체적으로 보면 서로에게 협력적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모두가 서로를 제거하려고 하는 악질들이다. 그 점에서는 다른 남자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그녀가 자신을 도왔다는 것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온건한 편에 속하는 그 변태 상인과 안경잡이가 아닌 그 년이 나를 구하다니, 제길.... 뜻하지 않게 빚을 져버렸군.)

물론 죽는 것에 비하면 그편이 낫지만, 괜스레 기분이 나빠져 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자연적 거부 반응이랄까.

(아잇, 됐어. 괜히 그딴 일에 신경써봤자 기분만 더러워질 뿐이지. 우선 지금은 저 망할 녀석의 의뢰를 최대한 망치는 데에 집중해야겠군. 나중에 저 녀석이 우연히 살아남더라도 전력이 거의 박살 나도록 획책해야겠어.)

"좋아, 그렇다면-"

그는 생각을 바꾸어 이번에야말로 암살 부문을 아예 조직에서 빼버리겠다고 결심하며 머리를 굴렸다. 그와 더불어 뒤의 준비된 부하들을 보며 만족해한다. 죽일 생각이 가득한 날이 갈린 무기들뿐이다.

"-가보도록 할까, 쓰레기 자식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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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3-28 16:17 | 조회 : 636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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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ZXC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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