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감각 (1)

짝짝짝, 무감정한 박수 소리를 내며 학생회장의 인사가 끝났다. 마지막 차례로, 시험관들의 대표 1인이 학생들을 상대로 축하의 인사를 건네고 있다.

몇 차례의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가면, 어느새 입학식은 끝에 도달하고 있었다.
이 식만 끝난다면 직접 자신의 눈으로 용사를 볼 수 있는 용사 환영식이라는 축제가 있기에 지금에 와서는 학생과 시험관을 포함한 거의 모두가 이 입학식이 빨리 끝나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 빨리 가서 꼬치구이라도 사 먹고 싶다.)

"이 학교만의 마법 비법과 여러 가지의 실험을 바탕으로 <그랜드 스쿨>은 다른 마법 학교들에 비해 짧은 역사를 가진 이곳을 최고의 학교로 만들었습니다. 또한, 이번 연도에 한해서...."

응, 지금까지 계속 생각하고 있던 건데, 좀 길지 않아?
아까부터 한바탕 연설을 하는 시험관을 은근슬쩍 째려본다. 필요한 절차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는 바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몇 분째 이러는 건 좀 너무하지 않냐?

주위 학생들의 시선을 좀 봐라. 빨리 끝내달라는 얼굴이잖냐.
다른 시험관들의 지루한 표정을 봐도 굳이 필요 없는 부분까지도 자신이 추가해 쓸데없이 시간을 길게 잡아먹는 것 같은데.

"그 어떠한 학교도 해보지 않은 실험적인 구성, 우리 학교는 이미 나라에서도 직접적인 지원을 받는 만큼, 그 기대가 큽니다. 게다가-"
"...저, 저기 선생님. 이제 슬슬 시간이...."

들리지 않게 살짝 시험관에게 말을 거는 장 선생의 말이 여기까지 들림에도 말을 멈추지 않는 시험관. 이미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듯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이 학교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 안 되겠어.
웬만한 부분까지는 참으려고 한 나였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아 시험관에게 약간의 불만을 품은 얕은 살기를 날린다. 거기에 더해 다른 학생들의 반응을 자세히 알 수 있도록 약간의 마법을 조합한다.


-D급 마법, <매료>.


"...!"

의지가 없는 학생들의 무기력한 표정. 그것을 과장되게 표현한다.
거기에 더불어 이유 없이 자신의 몸에 소스라치는 소름. 그것만으로도 머릿속은 냉정해지고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그, 그, 그러면 여기서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랜드 스쿨> 학생 여러분들, 진심으로 입학을 축하드립니다!"

순간 잠시 얼굴을 파랗게 물들이고 잠시 말을 멈추더니, 황급하게 입학식을 종료시키는 한 시험관. 저 남자한테는 미안하게 되었지만, 우리는 지금 이 쓸데없는 데에 시간을 낭비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저 서두를 뿐이다.

모든 학생이 기숙사에 생활하는 이 <그랜드 스쿨>. 그러다 보면 밖으로 나갈 기회는 그리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오늘이 거의 마지막 외출이라 생각하고서는 마음껏 즐기는 것이 아무래도 좋을 것 같다.

"비록 아직은 크게 변화한 관계는 없지만, 이 세계를 즐기는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어디까지 이 휴가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학교에 있는 동안에는 업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겠지. 물론 밤에는 조금 할 필요가 있겠지만.


★★★


제 3 시험장에서 나오게 된 우리는 우선 다시 1-F반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아직 환영식이 펼쳐질 시간까지 약간의 여유도 있고, 또 자신의 기숙사의 방이 어딘지 알 필요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교실로 들어오자마자 장건영은 교복의 셔츠를 벗더니, 곧바로 책상에 엎드려 자기 시작한다. 마치 스스로 자포자기한 듯 그 누구의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떳떳하게 행동했다. 귀족들의 자제로 보이는 학생들도 그 모습에는 아연실색한다.

(아버지가 이 나라의 기사 단장이니까 말이지. 함부로 대하다가는 나중에 정치판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생각한 건가.)

어떻게 보면 혈연의 덕을 보고 있다고 말할 수가 있겠다. 실상은 이 반에서 하위권에 속하는 F반의 15위이지만, 입학 초반인 현재까지는 아직 각자의 신분이 유효한 상황인 듯하다.

(후우, 그렇지만 지금 걱정해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나겠지. 이 반에서의 최하위 서열인 내가 이들 눈에서는 제일 만만히 보일 테니까.)

현재의 자리는 모두의 순위에 반영되어 결정된 것이다. 그러니 앉은 자리를 통해서도 상대방의 순위를 알 수가 있었다. 사실 명찰 옆의 붉게 빛나는 숫자만 보면 바로 알 수 있겠지만.

줄은 총 4줄로, 한 줄당 각각 5명의 학생이 배치되어 있었다. 순위는 앞에서 뒤로 갈수록,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시스템인 듯하다. 최하위인 나는 4번째 줄의 맨 뒤쪽 자리이며, 그 바로 왼쪽에는 어째서인지 오늘 오지 않은 제 2왕녀, 다이아의 자리였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이 반의 1위인 정안섭은 가장 앞쪽의 맨 왼쪽 줄이며, 이 반의 15위인 장건영은 바로 내 왼쪽 대각선 위의 자리로, 내 자리와 꽤 가까운 자리였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상태에서 태평하게 숙면을 취하는 중이었다.

그 외에 오늘 좀 눈에 띈 몇몇 학생들을 살펴보자면, 초반에 나름대로 좋은 분위기를 연출하려던 여학생은 7위로, 상위권과 중위권 사이 정도의 순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장건영과 나처럼 하위권 아이들이 봤을 때는 충분히 상위권에 위치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높은 등수다.

그 외에 장건영과 다툼을 벌였던 엘프 남학생은 나름대로 실력은 있는지 3위, 약간 건방진 스타일의 주홍색 양갈래 머리의 여학생은 놀랍게도 정안섭의 뒤를 이은 2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의외인 것은, 저 두 사람의 자리가 붙어있는데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아직 싸우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여태까지 내가 봤던 성격으로는 두 사람 다 한 성질 하는 학생들로 보였는데 아직 원만한 모습을 보이다니.... 서로 아예 관심이 없어서 그런가.

그런 앞쪽에 있는 애들과는 다르게 내가 있는 하위권 쪽의 애들은 모두가 진지해 보이지 않는 인상을 하고 있다. 숙면 중인 장건영이나, 다혈질의 왕녀나. 거기에 더해 불편한 시선까지 최악의 환경이다.

(아아, 젠장.... 그래도 어느 정도 이 반에서 희망이 있는 정안섭과 가까이 있고 싶었건만. 첫인상은 좀 그랬어도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그는 정상인이니까. 다른 녀석들과는 다르게 화내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불행하게도 나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 정안섭의 자리이다. 게다가 그의 주위에는 상식적인 애들이 많지만, 내 주변에는.... 말이 필요 없겠지.

(물론 시간이 지나다 보면 내가 생각했던 그런 애들이 아닐 수도 있고, 단순히 나의 편견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현 상황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긍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는군.)

"저기, 얘들아! 잠시만 나에게 집중해줄래?"

활기찬 목소리와 함께 나를 포함한 총 18개의 시선이 누군가에게로 쏠렸다. 그 시선을 받는 주인은 목소리를 떨지도 않은 채 당당하게 많은 학생을 상대로 교감을 시도한다.

"우리, 아무래도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이대로 가다가는 1년 내내 어색한 분위기만 지속될 것 같아서 말이야. 만약 괜찮다면, 우선은 자기 자신에 대해 소개를 하면서 친구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어떨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입학식 전의 상황을 알지 못하는 연두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단 한 명의 학생뿐이다. 그는 미남 특유의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모든 학생에게 천천히 제안한다.

"이 학교가 워낙에 특이하고 베일에 감춰진 만큼, 우리도 최대한 시험에 집중해 서로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상태로 여기까지 왔잖아? 거기에 이렇게 힘들게 온 만큼, 이 학교의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팀워크를 어느 정도 길러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정안섭 바로 오른편의 여학생이 그를 보며 싸늘하게 묻는다. 하지만 정안섭은 그녀의 반응에 당황하지 않고 계속해서 할 말을 이어간다.

"그래서 조금 전에 말했던 대로 서로가 자기소개하는 게 어떨까 해서. 그게 아니면 나중에 친목회라도 열어서 모두가 함께 놀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호오."

무언가 꺼림칙한 표정을 짓는 그녀의 시선이 뒤쪽으로 향했다. 그 시선을 받고는 흠칫하는 한 명의 여학생을 한 번 힐끔 쳐다보고는 그녀의 얼굴이 못된 미소로 가득 찼다.

"...그런데 말이야. 만약 그 자기소개나 친목회를 싫어하는 학생이, 그게 아니라 친구가 있으면 어떻게 할 거야?"
"응?"

예상치 못한 질문인지 무심코 되물어보는 정안섭. 거기에 맞춰 주홍 머리의 여학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가더니 더욱더 밀어붙인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말이야. 여기에 있는 모두가 그걸 거부한다면-"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장난스럽게 미소짓는 그녀와 대조적으로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모습을 보이는 한 소녀.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장건영은 지금 책상에 엎드려서 자고 있으므로 아까 전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체적이 아닌 정신적 압박인가.

(도대체가 이 반의 학생들은 왜 그리도 분쟁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네.)

불안해하는 그녀와 장건영의 대화에는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 주변의 환경에 실망하여 의욕을 잃어버린 장건영과 그것을 극복하고자 한 그녀의 의지 대립. 그러나 이번에는 단순히 설명할 수 없는 이유가 이 상황을 만들어낸 듯하다.

"그까짓 자기소개가 뭐라고.... 쯧."

나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다툼. 감정적으로 보자면 개인적으로 정안섭이나 그녀를 싫어해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자신보다 순위가 높은 정안섭에 대한 반발 심리일까?

"-그래서, 대답은 뭐야?"
"....."

그녀의 알 수 없는 질문에 고민하는 정안섭. 그 또한 이 질문에 담겨져 있는 그녀의 의도를 알기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 분명하다.

"빨리 좀 해 줄래? 그래서, 답은?"

모두의 시선이 그녀뿐만이 아닌 정안섭에로도 몰린다. 부정적인 분위기가 서서히 그를 압박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아니, 자기들은 의견을 내놓지도 않으면서 왜 자꾸 무언가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왜 이렇게 부정적인 거야?

(하지만, 확실히 여기서 F반의 1위인 그가 어느 정도 결정을 내려주는 것이 좋겠지.)

이 반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암울한 것이 사실이다. 저 여학생이 하지 못한 것을 그가 가능케 할 수 있을까.
약간의 침묵을 유지하던 정안섭이 드디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약간은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으음.... 확실히 다른 학생들이 거북해할 수도 있겠네. 만약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너무 다른 친구들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니까. 그러면 친해지는 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천천히 해볼까."
"그러면 그 친해지는 것은 어떻게 할 생각인데? 네 주위의 인물들이 도와줄 거로 생각해? 여기의 학생들이?"

어느 정도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려는 정안섭. 그러나 그녀의 질문은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 이 반 학생들의 협조성을 의심하고 있다.

"아니, 나는 그래도 우리 반의 학생들을 믿어. 비록 거의 모든 학생을 처음 보긴 했지만, 사실 너희들은 알게 모르게 의지를 품고 있거든. 합격이 어렵다는 이 <그랜드 스쿨>에 들어온 것만 봐도 그 점을 알 수 있지. 너도 마찬가지일 거고 말이야, 그렇지?"
"....."

오히려 그녀에게 질문함으로써 더 이상의 질문을 끊어버리는 정안섭. 그 말에는 그녀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말을 긍정한다면 정안섭의 말이 옳다는 거겠고, 부정한다면 자신이 이 학교에 들어온 것이 이상하다는 의문 제기일 테니까.

"그리고 이런 의문 제기를 개인으로라도 해줘서 고마워. 사실 나도 아까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반의 적극성이 있었는지 약간 걱정되기는 했었지만, 이제는 안심이 됐어. 서로 간에 문제는 없는지 소통하는 것은 중요하니까."
"...그래, 그렇다면 좀 조심해줬으면 좋겠네."

마치 비꼬는 듯한 대사같이 들렸지만, 그의 표정과 환하게 웃고 있는 그의 미소를 보면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이 문제아 투성이의 반을 한 명의 일원으로서 이끌어 가겠다고 한 거나 다름이 없었다.

그녀로서도 거기서 더 할 말은 없는지 그 말을 끝으로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털썩 앉는다. 그리고 그 또한 마지막으로 여기에 있는 모든 학생에게 선언한다. 이 반의 궁극적인 목표를.

"얘들아, 비록 우리 반이 지금은 제일 밑에 있더라도 조금 전의 그녀처럼 우리 반이 가진 이미지에 대해 혼자 자책하지 말고 어느 정도 자신의 의견을 말해줬으면 좋겠어. 그 한 걸음으로부터 모든 것이 달라질 수도 있는 거니까."

어느새 모든 학생이 그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 장건영은 아직도 잘 자고 있군.

"만약 다른 학생들에게 말을 걸기가 힘들다면 나에게라도 말을 걸어줬으면 해. 내가 성심성의껏 들어줄 테니까 너무 부담 갖지 않아도 되니까. 이제부터 앞으로 3년, 모두가 서로 협력해서 A반까지 노력해보자. 아직 시작일 뿐이야, 충분히 늦지 않았어."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말. 여기에 와서 다른 학생들과 자신의 격차를 느끼고 있던 친구들까지도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하고 있다. 그렇다는 말은 아직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이대로라면 그의 말대로 충분히 A반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

"그리고 내 이름은 정안섭이야. 앞으로 잘 부탁해."
"우오오오오오오오!"

그 마무리로서 뿌리는 상큼한 미남의 미소. 그의 연설은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
다른 학생들도 그 모습에 용기를 얻었는지 모두 자신들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거 참, 단순한 녀석들이군.

"...왜 뒷자리 녀석들만 불타오르는 거야. 뭐, 나로서는 상관없지만."

주홍색 머리카락의 여학생이 뒷자리를 보며 한숨을 한 번 쉬더니 자신과 관계없다는 듯 고개를 휙 돌린다. 언행일치의 귀족 아가씨다.

하지만 그래도 저렇게 열정적으로까지 표현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다른 녀석들에게도 긍정의 기운이 나고 있다. 일시적으로라도 이런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건 정말 그의 말대로 어느 정도 희망이 있다고도 볼 수는 있겠지. 제일 중요한 건 이 분위기를 타고 이어가야 한다는 거지만.

"그래, 그럭저럭 괜찮은 연설이었다. 정안섭. 내가 말한 대로 잘 해냈나 보군."

그때, 드르륵하고 열린 교실 문틈 사이로 박 선생이 들어왔다. 한층 더 깔끔해진 의상으로 갈아입고 온 것을 보면, 그래도 선생이라고 단정하게 입은 건가. 왼손에는 출석부를, 오른손에는 무언가를 들고 오는 것을 보면 무언가 준비라도 한 듯하다.

"-박 선생님?! 어, 어느 틈에 이곳으로.... 분명 저희가 사용하게 될 학교 기숙사의 열쇠를 가지러 갔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래서 여기 들고 왔잖냐. 그것보다 나름대로 이 반의 분위기를 풀어주는 데에는 성공한 것 같구나. 그럼 자리에 앉아라, 이제부터는 내가 진행하도록 하지."

방금 그 말이 약간은 민망한지 머리를 긁으며 그 말대로 착석하는 정안섭. 박 선생은 교탁 위에 출석부와 열쇠꾸러미를 놓고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누군가를 응시하지만, 곧바로 무시한다.

"...완전한 성공은 아닌가. 여기에 존재하지 않은 한 사람을 포함하지 않더라도 듣지 않은 인물이 있지만 뭐, 좋아. 그 정도는 너희 반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겠지."

그래도 그가 코를 골지 않아서 다행이라 해야 할까, 그러나 박 선생으로서는 장건영을 깨우려 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기로 한다.

"어쨌든 지금은 내가 너희들이 3년 동안 머무르게 될 기숙사를 소개해야 하는 시간이지만, 솔직히 나는 너희들이 1년이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오늘과 같은 의지가 없으면 너희들은 금방이라도 나가떨어지겠지."
"...하긴, 이 녀석들은 약하니까."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온 마음의 소리. 나로서는 1년이라는 시간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니 상관없지만, 이 녀석들에게는 아니겠지. 그래도 누구 하나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모두는 그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너희들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아. 조금 전 그의 말처럼 F반에서 A반으로 올라간다는 말은 마치 소설과 같은 말이니까 말이야. 하지만 너희들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게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는 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열쇠를 받고 자신의 방으로 가면서도 미리 생각해놓는 게 좋을 거다. 어떻게 다른 반을 이길 것인지 말이야. 자,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나와."

시크한 충고를 남기고는 열쇠를 나눠주는 박 선생. 각오했으면, 계획을 세워 실천하라는 지극히 당연한 논리를 학생들에게 깨우쳐주고 있다. 뭐, 여기에 그럴 각오가 없는 녀석들이 없을 리가 없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기운을 북돋아 주니, 시험장에서의 첫인상과는 사뭇 다른 인상을 준다. 시험관이 아닌 선생으로서는 꽤 괜찮은 선생이군.

"아, 참고로 너희 기숙사는 너희가 알아서 찾아. 나눠준 거기 종이 4쪽을 보면 기숙사의 위치나 방 번호가 나와 있을 테니까 재빨리 짐만 놓고 와라. 20분 내로 이 반에 다시 오도록."

...다만, 학생들에게 친절한 선생은 아닌 것 같다. 이런 무리한 주문을 하는 걸 보면 어느 정도 우리를 괴롭히려는 목적이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으니까.

그리 말하고는 교실 밖으로 나가려는 박 선생. 그러다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고개를 돌리고는 학생들에게 말한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말 하나 해야겠군. 지옥이라 불리는 이 <그랜드 스쿨>에 입학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 앞으로 알아서 잘 해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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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3-28 16:12 | 조회 : 49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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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ZXC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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