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예, 팀장님 잘 알겠습니다. 그럼 그건 그렇게··· ··· 그럼 월요일 날 뵙겠습니다.”
뚝-
“하아··· ···.”
한 남자가 땅이 꺼지게 푹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은 축 처져 있는 몸과 눈 밑에 짙게 내린 다크서클. 흔히 볼 수 있는 직장인들의 모습이었다.
“씨발, 마지막 날까지 지랄이네···. 하여간에 빌어먹을 회사, 그만두던가 해야지.”
남자는 이미 100만번은 더한듯한 다짐을 또 한 번 중얼거리며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먀앙-”
그 때, 근처의 골목길 쪽에서 고양이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
타다닥-
“뭐야···, 아직 시퍼렇게 어린 애를 여기다 버려놨네. 하··· 이걸 어떡한담.”
평소 혼자 영화관에 가 슬픈 내용이 조금이라도 나오면 바로 눈물부터 나오는 감성적인 남자는 이 어린 고양이를 어떻게 할 지 모르겠는지 발을 동동 굴렀다.
“음···. 강아지도 아니고 고양이인데, 설마 시끄럽게 굵야 하겠어? 우리 집이 좁은 편도 아니고 작은 새끼 고양이 한 마리 정도는 같이 살 수 있겠지.”
데려가기로 결정한 듯 남자는 고양이를 번쩍- 하고 올려 품에 꼬옥 안은 뒤 집에 데려갔다.
삑삑삑삑- 띠로리-
“막상 데려오긴 했다만···, 고양이는 뭘 좋아하지? 고양이 용품 같은 걸 사야하나?”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남자는 오늘 밤까지 써야하는 보고서는 잊고 벌써부터 고양이에게 뭘 해줄지 쩔쩔매고 있었다.
“어우, 털 까만 것 봐. 일단 씻기는 것부터 해야겠다. 아! ···그리고 이름도 정해야겠지? 뭘로 할까? 음···”
남자는 고양이의 이름을 짓는 게 마치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기사에게 무슨 상을 하사할지 고민하는 왕처럼 머리를 굴렸다.
“아! 그래! 네 이름은 이제부터 연우야. 좀 사람 이름 같긴 하다만··· 내가 작명 센스가 없어서 말이지. 하하. 그럼 이제 좀 씻을까?”
“애웅-”
2분 간 고민하다 나온 ‘연우’라는 이름을 고양이에게 지어주고는 남자는 목욕 준비를 했다.
“먀아악-! 캬악- 캬아악!”
물에 들어간 고양이는 마치 몸에 용암에라도 닿은 듯이 도망가려 했다.
“어허- 그럼 안 되지? 읏차-··· 너 지금 엄청 더럽단 말이야.”
그렇게 40분간 욕실에서 고양이와의 사투를 벌이며 목욕을 마쳤다.
“자, 털 말려줄게. 가만히 있어야한다?”
위이잉-
그렇게 남자는 또 5분 간 고양이의 털을 말려준 뒤, 뽀송뽀송해진 고양이의 털을 빗으로 조심조심 빗겨주었다.
“아! 맞다! 오늘까지 작성해야 하는 보고서가 있는데···! 고양이에 정신이 팔려서 깜빡 있고 있었네···. 자, 연우야? 이 형은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니까, 여기 가만히 있어야 돼? 알았지?”
남자는 고양이에게 신신당부를 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한참을 보고서 작성하는 데에 집중하던 도중, 거실에서 우당탕- 하고 소리가 들려왔다.
“으앗!”
더불어 처음 들어보는 앙칼진 소년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뭐, 뭐야?!”
남자는 집에 도둑이라도 들었나 싶어 얼른 거실로 뛰쳐나왔다.
나가보니 고양이는 온데간데 없고 웬 많아도 17살 즈음으로 보이는 작은 소년이 당황한 눈으로 남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으, 으아악-!”
“으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