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2 - (1) 피할 수 없다면

성우는 관현악실의 큰 문을 힘껏 열어 들어갔다. 공지가 뜨자마자 관현악실로 가기도 했고 시험을 봤던 반과 관현악실이 가깝기도해서 그런지 안에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그리 많지않은 사람인데도 삼삼 오오 모여 재잘재잘 떠드는 모습을 보니 혼자 서있는게 뻘쭘한 기분이 들었다. 성우는 코랄중으로 부터 꽤나 멀리 떨어져있는 초등학교로부터 와서 아는 얼굴이 거의 없었다.
어색한 기분을 느끼며 자연스래 관현악실의 구석으로 들어갔다. 구석에 서있으니 가까운곳에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는 반짝거리는 황금빛의 관현악 악기들이 보였다.

'저런 악기에 재능이 있었다면 그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지 몰라. 그러면 아버지도 내가 음악하는데 반대하지 않으셨을지도......기왕 음악적성이 높게 나왔으니 악기나 배워볼까'

성우가 이런저런 고민들을 하는동안 관현악실의 무거운 문은 몇십번 정도 열렸다 닫혔고 많은 학생들이 자리를 잡고 서있었다.

그때 앞의 단상쪽이 웅성웅성하더니 큼큼하며 마이크 음향을 확인하는 소리가 났다.

"안녕 삐약삐약 1학년 애기들 난 3학년 관현악부 루안이라고 한단다. 트럼펫의 부장을 맡고있지. 이번 입학생들은 음악재능이 높은 사람이 적은편이네. 작년엔 전체의 1/20은 나왔는데. 그래도 양보단 질이란 말이 있으니까 선배들보다 잘 할거라 생각해. 지금 너희 플래이트에 보낸 설문지 있지? 거기에 너희가 음악에서 전공하고싶은 분야 적고 초등학교때 음악에 어떤 방식으로 접했는지 적어주면 돼. 못하는데 배우고싶은걸 적으라는게 아니라 잘해서 그걸로 평생먹고 살거 쓰라는거야. 괜히 잘못 썼다가 후회하고 2학년돼서 바꾸는 선배들 겁나 많이 봤으니까 나중에 후회할짓 하지말고 잘 써."

띠링

여기저기서 플래이트 알림음이 울렸다.
성우는 플래이트에 뜬 설문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정말 관현악 악기를 적으면 부모님의 반대가 수그러들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였다.
성우는 좋아하는 악기나 아는게 딱히 없어서 아까 선배가 말했던 트럼펫을 적고 아래 질문으로 내려가려다 선배가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제대로 쓰라고 했던 말과 어제 레온이 나의 삶이니 내 마음대로 하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 멈칫했다.
성우는 잠시 깊게 고민하더니 트럼펫을 지우고 한자 한자 꾹꾹 눌러 정성스럽게 "노래" 라고 적어 넣었다.
아래의 음악을 접한 방법에 초등학교 다니던 당시 밴드부를 함이라 적고 전송을 눌렀다.
이제 돌이킬수도 없다.

성우는 화면을 끄고 머리를 옆의 벽에 기댔다.
자꾸만 생각이 많아지려고 하자 그냥 눈을 감았다.

갑자기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성우는 눈을 뜨고 옆을 바라봤다.

"아, 죄송해요. 제가 깨웠나요? 그쪽으로 벌래가 날아가려는거 같아서.. 깨워서 죄송해요."

머리를 포니테일로 높게 묶은 오랜지가 서있었다.

"...벌래가 있었을거같지는 않은데요. 뭐, 괜찮아요. 자고있진 않았어서"

"그래요? 다행이다. 근데 사실 제가 초등학교를 되게 먼곳을 졸업해서 지금 친구가 없거든요. 제가 좀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혹시 옆에 있어도 되나요?"

"네, 마음대로 하세요."

"ㅎㅎ 감사해요. 이름이 뭐에요? 전 하이스라고 해요."

"저는 성우에요. 유성우."

"몇살이에요? 전 18 살이에요."

"전 17살이에요."

"그래요? 제가 형이네요? 혹시 아까 설문에 뭐 전공하겠다고 했어요? 저는 노래 썼는데."

"저도 노래썼어요."

"그래요? 잘됐다. 그럼 같이 다니면 되겠다."

"삼년동안 계속 얼굴 볼 사이들이라 친목질도 좋은데 잠깐 선배좀 봐줄래?"

루안 선배의 마이크 소리에 웅성거리던 소리가 잦아들었다.

"말 잘들어 줘서 고맙고. 슬슬 거의 다 보내준거 같으니 오늘은 이만 해산해. 오늘 저녁에 반 알려줄거니까 꼭 확인하고. 끝나고 커플들끼리 놀러가는건 괜찮은데 너희 대부분이 아직 미성년자니까 이상한데는 가지말고. 이상!"

"플레이트 번호 줄수있어요? 저녁에 같은반 됐는지 물어보게."

"198-7780이에요."

"네. 방금 전화 건게 제거에요. 저장해줘요."

"..네"

"그럼 저 먼저 갈게요. 같은반 되면 좋겠네요. 내일봐요."

"네. 내일 봐요."

하이스가 관현악실 문을 열고 나갔다. 그 모습을 잠시 보고있던 성우는 옆목을 긁적거리더니 중얼거렸다.

"친구...생긴건가?"

성우는 생긋 웃더니 관현악실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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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8-09 17:23 | 조회 : 1,777 목록
작가의 말
김 치치치

오랜만에 글쓰니까 재밌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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