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엔이 깨트린 그릇과 루의 피.]

루는 오늘 고등어가 아니라 장어를 구웠다.

이유는 장어가 세일했고,
엔이 계속 고등어만 먹으면 질려할것 같아서다.

"어? 오늘은 고등어가 아니야?"

"매일 고등어만 먹을 순 없잖아."

"밥이랑 수저는 내가 가져올께!"

루는 주전자에 물을 넣어 가스레인지에 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둥글레 뿌리를 망사주머니에 넣어서 주전자에 넣었다.

루는 의자에 앉아서 남은 물을 홀짝였다.

한가한 하루였다. 루는 이런 느긋함의 분위기를 좋아했다.

쨍그랑!

무언가 유리가 깨지는 소리에 루가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접시 여러개가 깨져있었다. 상당히 위험해 보이는 현장이었다.
엔이 루의 눈치를 살폈다.

"미안해..루 내가 빨리 치울테니까.."

엔이 유리 조각을 손으로 집어서 손에서 피가 흘렀다.
아니, 이미 유리조각이 박혀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루는 급히 엔의 손목을 잡아서는 유리조각을 손바닥에서 치웠다.


"피나잖아!유리는 함부로 만지면 안돼!다른데 다친곳은 없어?"

"괜찮아.그보다..접시가..깨져버려서.."

"그건 상관이 없어!"

루는 머리가 하얘지는 현상을 오늘 처음 겪었다.

엔의 손이 유리조각 때문에 깊게 파여있었다.

흉터가 남을 것 같았다.
유리가 손바닥에 박히는 이런 끔찍한 일이..

루는 엄지에 숨겨져있던 날카로운 손톱을 꺼냈다.

그리고 그 날카로운 손톱으로 자신의 검지에 상처를 냈다.
피가 주루륵 하고 떨어졌다.

"자, 입벌려봐."

"에? 벌이야?"

"빨리 입벌려.검지의 상처 사라진단 말이야."

"알았어.."

엔이 입을 벌리자 주륵 하고 떨어지는 핏방울을 엔의 입에 담았다.

"삼켜.맛 없어도 어쩔 수 없어."

"에벢..으..쇠맛...삼키기 싫어..."

"빨리 삼켜"

루가 엔의 등을 다독일 때는 이미 루의 검지의 상처는 깨끗히 사라진 뒤였다.
그저 피가 흘렀던 자국만 남아있다.

엔이 인상을 찌푸리며 루의 피를 삼켰다.
그러자 엔의 손바닥에 단숨에 상처가 사라졌다.

"우와!루! 이것봐아! 상처가 없어졌어!"

"그렇네."

"루의 피 덕분이지? 고마워!"

"넌 가서 밥이나 먹어. 내가 유리조각 치울테니까."

루는 빗자루를 들고 유리조각들을 치웠다.

이쯤되면 루의 이상한 피에 대해서 궁금증이 생겨날 것이다.

네코마타란 종족에 치유를 하는 능력이 있었냐고? 아니다.

그저 루만 가지고 있다. 오로지 루만.

루의 피는 특이했다. 아주 괭장히 특이했다.

루에게는 어렸을때부터 이상한 현상이 있었다.

아무리 루가 다치더라도 몇초나 몇분뒤면 금방 상처는 사라졌다.

감기나 왠만한 병치례는 반나절 만에 낫는다.

루는 다쳐서 반쯤 떨어져버린 손가락을 20분 만에 재생하기도 했다.

루는 그것 덕에 정부에 끌려가 한달동안 실험을 당했다.

팔다리를 절단한다거나, 불치병에 걸려본다든가, 그런 부류의 잔인한 짓들.

그런 잔인한 짓을 당하고 방치 당했음에도, 루는 완벽히 재생해냈다.

그 기간의 마지막 날의 이틀전에는 루의 심장에 칼이 박혔다.

칼이 심장을 관통했다는게 정확한 말이다.

보통사람이라면 즉시 죽어야했을텐데.

루는 그렇지 않았다. 살아있었다. 완벽하게 살아있었다.

피는 몽글거리며 루의 심장을 재생시켰다.

심장이 뭠추었는데 피는 계속해서 돌았다.

자기 마음대로 경로를 이탈하여 심장을 재생하고 있었다

고통스러웠다. 비명을 지르고 또 질러도 고통이 끝나지가 않았다.

그리고 그 고통을 흥미롭게 보고있는 연구원 자식들이 혐오스러웠다.

결국 심장은 피로 인해 3일 뒤에 완벽히 돌아왔고,

루는 그제서야 실신 할 수 있었다.

고통스러운 기억. 지금 생각해도 끔직하다.

그리고 이 피는 루가 2000살 까지 살게 만든 주범이다.

이건 틀림없이 저주다. 신이 나를 위해 손수 만든 아주 기발한 저주.

금세 기분이 더 좋지 않아졌다.

누군가가 안좋은 기분에 시달리며 소파에서 눈을 감고 있는 루의 볼을 쓰담았다.

"하얀 아가씨..."

자신도차 들을 수 없는 엄청나게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와 너무나도 비슷한 느낌이였다.

"루..?"

"응..엔이야?"

"어디 아파..?"

"아프지 않아...엔 이리와.."

폭- 하고 엔을 품에 안았다.
포근하다, 몽실거리는 머리카락이 한 없이 기분이 좋다.

마치 그녀같아서, 하얀 아가씨 같아서. 더욱 꽉 잡고 싶었다.

"루.잘꺼야?"

[루 자는거에요?]

"응. 이따가 카베 놀러오니까..문 열어줘.."

"잘자. 악몽은 내가 다 막아줄 테니까."

[잘자요. 악몽은 내가 다 막아줄께요.]

엔과 그녀의 목소리가 겹친다.

아, 이제는 더 이상 상관 없어. 그냥 이 아이와 평생 지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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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5-03 23:43 | 조회 : 949 목록
작가의 말
뭉에상

루가 2000년 동안 산 이유가 밝혀졌습니다! 오랜만에 올리네요! 기다려 주신분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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