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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옆 수풀, 푸른색 승용차가 뒤집어진 채 연기를 뿜고 있다.

그 안에는, 중년의 부부와 20대 여성이 의식을 잃고 타 있었다.

잠시 후.
승용차가 엄청난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

그리고 그 옆의, 쓰러진 나무의 푹신한 나뭇잎들 사이.
하얀 머리의 소녀가 초록빛 눈이 붉어지도록 울고 있었다.

*

클로버가 혼란에 빠져 있던 사이.

짜악ㅡ

펭귄 혼혈과 뱀 혼혈, 그리고 그 외의 조연들이 함께한
막장드라마가 시작했다.

*

" 세, 세크룬!"

옆에 있던 안경 낀 사람이 펭귄 혼혈, 세크룬을 막았다.
세크룬이면 최근에 인기 최고인 아이돌이었나.

" 친구한테 너무하잖아!"

" 아니, 너무한 건 아니지."

타죽을 뻔 했는데.
덧붙인 말에 클로버의 안색이 더욱 나빠졌다.

타죽어..? 방화..? 무슨 일이야.
그녀가 더욱 혼란스러워 하는 사이 드라마는 계속 진행되었다.

" 그래,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돌의 알굴은 건드리면 안 되지. 그게 밥줄이니까."

" 목소리가 아니고요?"

마침 클로버가 생각한 것을 나가가 대신 말해주었다.
이거 무슨 상황이야 진짜.

" 그러니까 루리...이유 좀 들어보자. 지금 세크룬의 얼굴에 불을 붙이려 했지?"

불이요...? 미친 잠깐만.

그녀는 깨진 전등과 약간 무언가로 젖어 있는 세크룬의 옷을 보고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

대충 정리하자면 자기는 죽을 만큼 노력했는데, 세크룬은 단지 순혈 인간들에게 좀 더 있기 있는 동물이었다고 쉽게 성공한 게 비참해서 그랬단다.

아니 이게 무슨...

자기가 고생한 거랑 저쪽이 쉽게 성공한 거랑 무슨 관련이 엤어서?

저쪽이 데뷔를 방해한 것도 아니고, 순혈 인간도 아닌데?

이건 그냥 화풀이 같은데.
클로버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때.

" 루리......"

세크룬이 입을 열었고.
그녀는 경악했다.

" 근데 왜 나에게 (쿨럭쿨럭쿨럭)하는 건데?"

......?!
방금 뭐라고..?

그녀만 놀란 게 아니었는지 다른 사람들의 표정도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 아니 너 찡찡대는건 그만 듣고 싶고 나한테 (으으아아아아아)떤 이유를 말해달라고."

" 너 지금 외모로 차별 받는 게 지긋지긋하다던데 그러는 너도 내가 작고 만만하게 생겨서 화풀이 대상으로 찝은 거 아냐?"

말 잘한다.
그보다 완전 깬다.

생긴 건 겁나 귀여운 펭귄인데 말빨은...
그녀는 현명하게도 이번에도 모른 척하기로 했다.

*

세크룬은 계속 말을 이었다.

" 내가 창조주야? 아님 이 사회의 선구자야? 시스템이 불만이면 시스템을 만든 인간에게 따져야지. 너 내가 만만하지? 이(끼야아아악) 년이"

" 내가 저런 이유로 통닭구이가 될 뻔했다니 (으아아아아) 정말 어이가 없네요."

" 세크룬! 이제 그만!"

" 아직 내 얘기 안 끝났어."

이제 아예 익룡 창법을 보여주는 매니저의 살신성인을 보며 클로버는 조용히 생각했다.

음, 개판이군.

*

2시간 후.

이제야 후련해진 세크룬이 욕을 멈추고 나서야 그녀는 겨우 정신이 들었다.

비밀로 해 달라고 큰절을 하는 매니저의 입가에서 붉은 액체가 보였다.

수고하셨어요...

짠한 마음으로 그녀를 쳐다봐주고, 언럭키가 허둥지둥 마고에게 나가 이야기를 했다.

아까 나가가 순간이동 할 때 팔을 잡았어서 걱정되는 모양이다.

" 리더. 괜찮아요. 저도 잡아줬거든요."

" 아...그러면...괜찮으려나?"

" 아마도요."

내가 접촉한 사람이 정말 운이 좋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비슷한 특기니까 괜찮지 않을까.

" 네? 무슨 이야기 하세요?"

" 아, 나가 씨? 였나요."

" 아, 네! 맞아요."

마침 이야기하던 사람이 다가왔다.

그와 동시에 모두의 시선도 이쪽으로 쏠려서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 아까 나가 씨가 리더 팔 잡았잖아요. 그래서 운이 안 좋을까 봐 리더가 걱정하셨거든요."

" 아...네?!"

" 아 걱정 마세요. 아까 저랑도 접촉했잖아요. 제 특기는 행운이거든요."

클로버가 나가에게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
나가는 그제서야 안심했다.

" 그러면 저희 일은 이제 끝난 건가요?"

" 예. 그렇죠. 이제 갈까요?"

" 아, 안녕히 가세요!"

" 네. 안녕히 계세요."

클로버는 살짝 목례하며 인사를 받았다.
이거 참...하루가 너무 길고도 혼란스러웠다.

*

" 오늘 하루 수고 많으셨습니다. 행운이라는 특기가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 그랬다면 다행이네요. 앞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언럭키를 데려다 주고, 클로버는 마고의 차를 타고 집 근처로 가는 길이었다.

마고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었다.

" 아, 이 근처예요. 피곤하실 텐데 들어가세요."

" 아, 네. 그러면 내일 뵙겠습니다."

" 안녕히 가세요."

" 예. 잘 들어가세요."

서로 인사를 주고받고, 클로버는 자신의 집에 들어갔다.
진짜 피곤한 하루였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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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4-13 16:05 | 조회 : 1,136 목록
작가의 말
소시민 A

클로버는 까칠함을 빼면 나가의 이상형과 일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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