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 만남

프롤로그

대륙의 역사 중..

신의 대리자(기사)
: 신들은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없는 존재이기에 대리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뜻을 이룬다. 신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자들을 paladin이라 지칭한다.

최초의 기사(paladin)
: 지금으로부터 약 1000년 전(정확한 시간대를 알 수 없음) 신원 불명의 여자가 최초로 창조주 베르디히의 대리자로 선정되었다.

대륙 초기- 신의 대립 (전설)
: 창조주 베르디히가 모든 것을 창조할 때, 파멸의 욕구만을 가진 숭고한 ‘악’과 세상이 공존할 수 없다 판단하였다. 창조주는 ‘악’을 자신의 세상에 나올 수 없도록 다른 차원 속에 가둬두었다. 베르디흐의 손길 안에서 창조된 세상은 나름의 순리를 따라 평화로웠으나, ‘악’은 수천 개의 영혼을 재물로 들여 차원을 넘어올 수 있게 된다. 차원을 넘어온 ‘악’은 자신을 가둬둔 베르디히에게 끝없는 분노를 하고 있었고 그의 세상을 악으로 먹어 치워갔다.

“헉..!”

얘기를 듣던 한 꼬마가 긴장된 기색으로 입을 막았다. 다른 아이들은 그 꼬마와 같이 흥미진진한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차원으로 넘어온 ‘악’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을 죽이고 그 영혼을 재물로써 삼키려 했지. 그래야 또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 다른 세상을 파멸에 이르게 할 수 있을 테니...”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남자는 과장된 표정으로 이를 괴물처럼 딱딱거리며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남자의 행동에 아이들은 까르륵 거리며 웃었다.

“‘악’이 세상을 조금씩 잡아먹고, 모든 이가 점점 어둠에 물들어가자 베르디히는 선택을 해야만 했지. 자신은 직접 힘을 행사할 수 없는 존재였으니까. 그래서...”
“대리자!”“그래 대리자를 선정해서 ‘악’을 막도록 명령했지. 어디서 나타난 건지 모를 여자에게 말이야.”
“여자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어요? 애초에 기사도 못 되는 걸요”“뭐? 너는 나보다 키도 작은게”

여자아이가 남자아이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말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서로를 향해 힘없이 몇 번 주먹질 해대더니 이내 남자의 말에 다시 귀를 기울였다. 남자는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그래, 정말 웃기는 일이지. 최초로 기사가 되고 신의 뜻을 이뤘던 자는 여성인데 정작 지금은 여자에게 칼을 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으니까... 아무튼, 그때 이후로 많은 대리자가 나왔지”
“맞아요! 저 아까 봤어요! 헬라 신의 대리자”!“
“야 말조심해. 대리자님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아.. 대리자님! 헬라 신의 대리자님 행렬을 봤어요! 대단하던걸요”

아이는 흥분한 듯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남자는 아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 외에도 많은 대리자를 볼 수 있을 거다. 오늘이 신탁에서 점지한 선정의 날이니까”
“어떤 신의 선택인가요? 신탁에서 점지한 날이라면...”
“균형의 신 아미타?!”
“아냐 달의 신 피아나 일 거야!”
“다 틀렸어.”
“에이, 그럼 무슨 신인데요”
“창조주 베르디히란다”

아이들은 남자의 말에 헉하고 숨을 참았다. 놀란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저…. 정말이에요? 신화에만 나오는 거잖아요!”
“그래 신화 속에서만 나오는 유일한 존재지”
“에이 거짓말, 창조주의 대리자는 그저 신화일 뿐이에요. 여태까지 창조주의 대리자는커녕 사제, 기사들도 나오지 않았는걸요”
“맞아, 장난치지 마세요”
“정말이야. 봐, 이미 수많은 대리자가 이 수도에 모였잖아. 보통의 선 정식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지!”
“그렇지만... 믿기지 않는걸요”
“그래.. 믿기지 않지만”
“전하”

남자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바라보았다. 그곳엔 남자의 비서와 황실 수호 기사단이 서 있었다.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흰 사제복을 몇 번 털어냈다. 금실로 수놓은 흰 사제복엔 아틀란토 제국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너무 금방 찾은거아냐? 이거 뭐 바람도 못 쐬겠는데”
“전하 곧 선정식이 코앞인데 이리 멋대로 행동하시면 곤란합니다”
“나도 알아. 단지 좀 긴장돼서”
“얼른 신전으로 드시지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곤 그들에게 향했다. 멀리서 보아도 알 수 있을 만큼 하얗고 화려한 사제복은 이내 인파에 휩쓸려 사라졌다. 아이들은 사라지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저거 그거 맞지?”
“응.. 맞는 것 같은데”
“여기.. 있던 문양”

아이는 자신의 귀밑을 가리키며 말했다. 떨리는 목소리엔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이 들어있었다.

“아세타신의 대리자!”“대리자셨어!”

아이들에게서 멀어져가던 남자. 흩날리는 은빛 머리카락 밑으로 보이던 문양. 그 문양은 빛의 신 아세타의 문양이 틀림없었다. 아이들은 한참 동안 자리에서 방방 뛰며 흥분을 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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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의 창조주. 베르디히님...”

화려한 신전 내부, 수많은 사제와 기사들이 줄지어 서 있는 가운데 교황이 서 있다. 교황은 단상 위에 서서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금잔을 들고 서 있었다. 두 손으로 들어야 할 법한 큰 크기의 잔이었다.

“그런데 세바스찬”
“예”
“선정식이라더니, 왜 저 앞엔 아무도 서 있지 않은 거지?”
“전하, 신탁의 내용을 자세히 듣지 않으신 겁니까”
“아니, 난 들었는데 말이다... 그때 좀 유난히 바쁜 일이 있어서”
“무슨 일이요?”
“아무튼, 선정식인데 선정 받는 사람이 없구나. 난 그것을 보려 여기까지 온 것인데 말이다”

아틀란토 제국의 황자이자 3대 신인 아세타신의 대리자. 리비스 드 아틀란토는 지루한 듯 한쪽 턱을 괴고 앉아있었다.

“전하, 제발 체통을 지켜주십시오. 곧 이들에게 환영 말씀도 하셔야 하지 않습니까...”“알겠어. 너무 걱정하지 마”
“턱도 괴지 마시고요”
“네,네”

세바스찬은 철없는 황자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7년간 이어지던 전쟁을 끝낸 제국의 영웅. 3대 신 중 시간의 신 아세타의 대리자. 이 칭호들은 황자가 가진 것들이었다. 그러나 세바스찬의 눈에 비친 이는 철없는 황자일 뿐이었다.

“전하. 다시 한번 말씀해드릴 테니 잘 들으세요”
“신을 따르는 종이 될 운명을 가진 자... 은총을 내려주소서...”

교황이 금잔을 빛이 들어오는 천장 쪽을 향해 들어 올리자, 텅 비어있던 금잔에 푸른빛이 조금씩 차올랐다. 금세 넘칠 듯 차오른 푸른 빛은 흘러내릴 듯 찰랑거렸다. 신전 안에 있던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금잔을 바라보았다.

“신탁에서 말하길, 이번 베르디히의 대리자는..”
“...”
금잔이 더욱 강렬하게 빛났다. 베르디히의 것이 틀림없는 푸른 성력이 넘실거리며 존재감을 뽐냈다. 큰 신전을 가득 채울 듯 푸른 빛이 뿜어져 나왔다. 사람들은 눈이 멀어버릴 듯한 느낌에 눈을 질끈 감았다.

‘이건... 내 예상보다 훨씬...’

리비스는 온몸에 닿는 저 푸른 성력의 힘을 느꼈다. 삼켜버릴 듯 매서우면서도, 모든 것을 포용할 법한 인자함을 가진 성력이었다. 창조주 베르디히가 이곳에 강림한 것처럼. 자신이 겪어온 어떠한 선정식에서도 이렇게 강렬한 성력이 발산된 적은 없었다. 빛의 힘을 오롯이 가진 자신도 눈이 부셨다. 리비스는 힘겹게 눈을 뜬 채로 빛이 나오는 근원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의 존재가 아닙니다!”
“아...”
세바스찬이 두 손으로 눈을 막으며 말했다. 리비스는 세바스찬의 말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없었던 단상 앞에, 작은 인영 하나를 보았던 것이다. 그 사람은 온몸에서 강렬한 푸른 성력을 내뿜고 있었다. 사람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놀라운 힘이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빛나던 성력이 점점 멎어 들었다. 신전 내부를 채웠던 강렬한 빛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갔다.. 리비스는 홀린 듯 그녀에게 다가갔다. 사람들은 강렬한 성력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속이 울렁이는 듯 신전 밖을 급히 뛰어나가는 이도 있었고, 바닥에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이도 있었다.

제일 가까이 그녀를 본 교황 또한 적지 않은 피해를 보았는지 가슴을 움켜쥐고 그녀에게서 멀어져 있었다. 리비스는 그녀에게 힘겹게 걸어갔다. 다행히, 신의 성력을 품은 자신이기에 다른 이에 비해 그나마 멀쩡한 것 같았다.

그 사람은 찢어진 검은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여자였다. 그녀는 온 몸이 물에 흠뻑 젖은 채 의식을 잃은 듯 바닥에 늘어져 있었다.

그녀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리비스는 이내 눈을 크게 떴다. 굳게 눈을 감은 그녀의 왼쪽 눈 밑에 명백한 베르디히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와.. 이거…. 진짜잖아”

대륙 역사 중 빠질 수 없는 얘기 중 하나인 신화. 최초의 기사 신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베르디히의 대리자. 그녀를 살펴보던 리비스는 그녀의 온몸이 하얗게 질려있는 걸 알게 되었다. 쓰러진 여자의 모습은 마치 시체처럼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이 여자..”

리비스는 살며시 그녀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그녀의 몸은 온기 하나 없이 차갑게 식어있었다. 리비스는 여자의 코 밑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강한 성력의 후유증에 몸부림치는 주변 사람들의 소음은 리비스에게 닿지 못했다. 그는 이미 여자의 생사를 확인하는 일에 심히 집중하고 있었으니까. 여자의 숨결을 확인하는 그 짧은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다. 리비스는 한참을 굳어있다. 이내 손을 거두었다.

여자는 죽어있었다.

성력의 힘을 감당하지 못해 선정식에서 죽는 경우는 잦은 일이었다. 보통 대리자로 선정되기 위해선 그만한 힘을 견딜 수 있는 그릇이 되어야 했으니까. 대리자가 되면 얻는 부와 명예에 눈먼 이들이 종종 불미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곤 했다.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다. 이상하게도, 리비스는 슬픔을 느끼고 있었다. 이 수상한 여자의 죽음 때문에. 그 자신도 알 수 없는 기묘한 느낌이었다. 리비스의 눈가가 서서히 눈물로 젖어갔다. 물기 때문에 흐려진 눈가를 리비스는 손으로 문질러 닦았다. 영문 모를 슬픔은 손매로 닦아내어도 계속 새어 나왔다. 그의 눈가에 우물처럼 고여있던 슬픔이 이내 리비스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왜지….”

몇 세기 만에 이곳에 나온 베르디히의 대리자. 전설적인 존재와 그에 걸맞은 거대한 성력. 아무런 연고도 없이 이곳에 소환되듯 생겨난 수상하고도 신비로운 사람. 그러한 이가 죽었다는 사실 때문일까.
리비스는 이 슬픔의 이유를 그렇게 단정 짓기로 했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자신이 이렇게 슬플 이유가 없지 않은가.

여자는 여전히 의식 없이 누워있었다. 굳게 닫혀있는 눈꺼풀을 보자 또다시 리비스의 심정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몇 번이고 진정하려 했지만 리비스는 끝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은 이 여자가 죽는 게 맘에 들지 않았다.

“...어쩌면”

여자의 옷차림과 안색을 보아하니 의식을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리비스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작은 가능성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는 여자의 손을 맞잡고 여자의 시간을 되돌렸다. 맞잡은 손으로 금빛 신력이 넘실대며 여자에게 전달되었다. 리비스는 자신의 몸을 흐르고 있던 신력이 빠져나갈수록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의 눈은 초점을 잡지 못해 흐려져 있었다.

여자의 몸에 담긴 푸른 신력과 금빛 신력이 넘실거리며 맞닿았다. 리비스의 신력은 여자의 신력에 의해 금세 먹혀버리고 말았다. 그의 신력이 점점 바닥나는 것이 느껴졌다. 리비스는 다른 이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엄청난 양의 신력을 담고 있는 이였다. 최소한 이 제국 안에서 그의 힘을 이기는 자는 없을 정도로.

‘말도 안 돼..’

그 정도로 방대한 리비스의 신력을 여자는 흔적도 없이 상쇄시키고 있었다. 여자의 몸은 리비스의 신력을 허락하지 않았다. 신력이 통하지 않으니 시간을 되돌릴 수가 없다. 처음 느끼는 자신의 한계에 박탈감이 들었다. 리비스는 애써 상황을 부정하며 오기로 성력을 쥐어짜 냈다.

“큭...!”

거의 다 동떨어진 신력에 코피가 흘러나왔다. 붉게 충혈된 눈이 벌벌 떨려갔다. 입에서 울컥 튀어나온 피에 흰 사제복이 붉게 젖어 들었다.

“그만”

뒤에서 누군가의 손이 리비스의 고개를 젖혔다. 리비스는 흐르는 코피를 손으로 움켜쥐었다. 믿기지 않았다. 자신의 힘으로도 할 수 없는 일에 맞닥뜨린 기분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절망적이었다.

“살았어. 그만해도 될 듯하군”

리비스를 말린 건 헬라 신의 대리자, 네빌 디 폰티아였다. 제이크는 여자의 상태를 눈으로 훑었다. 미미하지만 여자는 숨을 쉬고 있었다. 그 숨결은 매우 얕았지만, 그녀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알려주고 있었다.

“아세타의 힘은 죽은 사람도 살리나 보군”

제이크는 리비스를 보며 말했다. 리비스는 넋을 놓은 채로 주저앉아있었다. 그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신력을 너무 많이 소비했기 때문일 테다.

“큽.. 여봐라 얼른... 대리자님을 옮기도록..”

교황은 리비스와 제이크를 보곤 간신히 걸어와 말했다. 그의 말을 듣고 여자를 옮기는 성기사들의 안색 또한 좋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이 여자가 베르디히의 대리자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남은 힘을 쥐어짜 내 여자를 마차에 태웠다. 베르디히의 상징인 푸른 빛의 마차였다.

“아세타님의 대리자님... 대단하십니다...”

교황은 리비스의 손에 손수건을 놓아주며 말했다. 리비스는 떨리는 손으로 손수건을 쥐었다.
교황은 감탄한 듯 리비스를 바라보며 웃었다. 리비스는 흐린 눈빛으로 교황을 마주 보며 힘겹게 마주 웃어주었다. 그 웃음을 마지막으로 리비스는 의식을 잃었다.

제국의 황자로서 그들에게 환영 인사를 건네야 하는 리비스가 쓰러지자 교황은 선정식을 급하게 마무리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틀란토 제국의 황자이자 대리자인 리비스, 그리고 베르디히의 대리자의 상태가 좋지 않은 환경에서 억지로 이선정식을 이끄는 것은 무리인 일이었다. 이를 대처하기 위해 제국에선 베르디히의 대리자를 환영하는 연회를 개최하겠다 전했다.

전설적인 존재의 베르디히의 대리자 그리고 그 뒤를 잇는 헬라신의 대리자, 아세타 신의 대리자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연회는 모든 사람의 이목을 끌기에 매우 충분한 화젯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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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스는 흔들거리는 마차 안에서 눈을 떴다. 희뿌연 시야에 리비스는 다시 눈을 감았다. 온몸이 녹아내린 듯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전하 정신이 드십니까”

그의 앞자리에 앉아있던 세바스찬은 리비스가 정신을 차린 듯 보이자 급히 그에게 말을 걸었다. 리비스의 식은땀을 닦아주던 세바스찬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하.. 제발 무리하지 마십시오”

리비스는 알겠다는 듯 몇 번 눈을 깜빡거렸다.

“그래도…. 이번은 잘하셨습니다. 베르디히의 대리자님이 죽었다는게 알려진다면... 그날을 대비하긴 어려울 테니깐요….”

세바스찬은 자신의 군주인 황자가 무슨 심정으로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한 건지 의문이었다. 겉으로는 사람들에게 인자하고, 친절한 모습을 연기하나 그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사람이었다. 즉, 자신의 사람이 아닌 이들에겐 실질적인 배려나 희생을 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처음 보는 이를 살리기 위해 힘을 쓴 것이다. 그러나 세바스찬은 의문을 삼키고 묵묵히 아픈 황자의 옆을 지켰다.

리비스는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있었다. 자신이 성력을 쏟아붓고, 그 모습을 본 이들은 리비스에게 감탄하듯 말했다. ‘죽은 이를 살려내다니.. 전하는 정말 신의 축복이십니다….’ 하고. 그러나 리비스는 알았다. 자신은 여자를 살리지 못했다는걸. 오히려 압도적인 힘이 그를 잡아 삼키지 않았던가.

‘혼자 살아난 거야’

리비스는 압도적인 힘의 격차를 느끼던 그때의 자신을 떠올렸다. 그때의 자신은 수치스러웠나? 아니면 자신을 뛰어넘는 이의 등장에 두려움을 느꼈나?

놀랍게도 리비스는 그녀의 푸른성력이 자신의 금빛 성력과 맞닿았을 때 기쁨을 느꼈다. 머리끝까지 차오른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지독한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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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3-05 02:25 | 조회 : 1,100 목록
작가의 말
방학식

0_0 프롤로그에 나온 인물 설명 1. 미르(주인공) : 짙은 남색 머리(아직은 긴머리)/은빛눈/??? 능력/생명의 신 베르디히 2. 리비스 드 아틀란토 : 은빛머리/금안/시간 조절/시간의 신 아세타/아틀란토 여섯번째 황자 3. 네빌 디 폰티아 : 검은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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