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제발 좀 떨어져!







본인이 아는 디저트샵을 간다면서 디안은 슬쩍 리체의 곁으로 다가왔다.

“디안, 네가 앞장 서야지 가든 말든 하지.”

그러한 행동을 차갑게 끊어내며 내가 그를 내쳤다. 하지만 디안은 능글맞게 웃으며 그러네, 하고 앞장섰다.

그 사이, 내가 리체에게 소곤거렸다.

“리체, 여우 알아?”

“응! 물론이지.”

“저 은발머리가 여우니까 조심해. 꼬리가 999개야. 알았지?”

“어? 으응.”

리체가 작게 대답했다.

“그런데, 진짜 꼬리가 999개야?”

“그러엄~”

내가 활짝 웃으며 대답하는데 디안이 앞에서 불쑥 끼어들었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해?”

어우씨,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뒤돌아보는데 그렇게 고개를 우리쪽으로 들이밀 필요는 없잖아, 이 여우자식아!

설마, 들은 건 아니겠지? 아무렴, 들었을 리가... 없어야 해.

“별 얘기는 아니였어. 그냥 여우 귀엽다고.”

“..귀여워?”

리체가 당황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아니, 잠깐만, 쟤가 귀엽다는게 아니란 말이야..

“아니, 사실은 엄청 나쁘지. 요물이야 아주 요.물.”

일부로 디안을 응시하며 요.물.을 강조했다. 디안은 어물쩍 웃음 지으며 다시 걷기 시작했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 스쳐지나간 그의 당황한 표정이란.

아아, 뿌듯해라.

여우들아, 미안해. 저런 놈이랑 대조시켜서 정말 미안.


-


“뭐? 율리아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레이던은 물론이옵고, 레이어드 공작가는 발칵 뒤집혔다. 밤, 그것도 술시(7시~9시)가 되도록 공작가의 영애가 돌아오지 않았다.

“제국을 뒤져서라도 찾아내라! 몸 성히 데려오지 못한다면, 너희 역시 몸 성히 살 수 없을 것이다!”

레이어드 공작의 명령과 함께, 공작가의 3개 대대가 움직였다.

“아버지, 율리아는 리버트 백작가의 영애와 있었습니다. 혹시 모르니 리버트가에도 연락을 취해 보심이..”

“이봐, 통신석을 가져와라.”

레이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공작이 시녀를 시켰다.

레이던은 혀를 깨물었다. 비릿한 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먼저 가게 둔 것이 잘못이였다. 당연히 공작가로 돌아올 것이라 판단했다.

오책이였다.

머릿속에 오후에 벌어진 납치사건이 그려지자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또다시 번복되는건 사양이였다.

물론, 합해서 리버트 영애도. 그녀 역시 또다시 잡혀가는 걸 볼수 없었다.

두사람이 안전하길 바랬다.


-


레이던의 걱정과 달리, 두 영애는 알콩달콩하게 디저트를 고르고 있었다.

“나는 초콜릿 수플레도 좋은데?”

“그럼 크림 와플도 시키자!”

이 세계에서 금화 2개의 가치는 어마어마했기에 대부분의 디저트를 먹을 수 있었다.

“저는 리버트 영애와 같은 걸로 하지요.”

조용히 모습을 바라보던 디안이 결정타를 날렸다. 어우, 저거 또 저런 이상한 눈빛을 쏘네. 안돼, 리체. 눈 버려.

“하지만, 영식, 다함께 먹을 수 있도록 다양하게 시키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요.”

리체가 환하게 웃으며 디안에게 말했다. 의외로 디안은 빠르게 인정하고, 더해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그렇군요.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대신 디저트는 모두 제가 사지요.”

“아, 진짜? 리체, 많이 시키자.”

앗싸, 기회다! 이를 틈타 디안의 재고를 거덜내 봅시다~! 이렇게 된거 그냥 모든 종류를 다시키는 것도 괜찮은 생각인데?

“안돼, 리아. 영식도 돈이 그렇게 많을지는 모르잖아.”

리체가 순수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국 경재 시장에서 독점 1위인 아놀드가의 영식에게 돈이 없다는 소리를..!

언니! 존경합니다.

“걱정마시죠, 레이디.”

디안은 느글거리는 말투로 리체의 손에 입을 맞췄다. 아니, 맞추려고 했다. 내가 탁자 아래로 그를 걷어차서 실패했지만.

디안의 표정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푸흡..”

순간적으로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리체에게 차인 걸 들키면 본인도 망신당할 게 뻔하니 말할 수도 없을 테지.

아, 왠지 내가 악역이 된 느낌이지만, 뭐. 상관 없잖아?

“그럼, 여기있는 메뉴 전부 주세요.”

그리고, 그 새에 나는 종업원에게 메뉴판을 보여주며 웃음지었다. 리체가 놀라 내 옷가지를 당겼지만 종업원은 이미 가버린 새였다.

“여, 영식.. 미안해서 어쩌죠..?”

그녀가 울망거리는 얼굴로 디안을 응시했다.

“아, 그건..”

“아니야, 내가 잘못 시켰어. 리체가 미안해 할 건 없지.”

내가 너한테 기회를 줄 것 같냐? 디안의 표정이 구겨진 반면 리체는 감격했는지 나를 껴안았다.

“가끔.. 여자가 되고 싶을 때가 있죠.”

갑자기 튀어나온 디안의 말에 리체는 얼굴에 물음표를 띄웠지만, 난 그 속 뜻을 알아맞혔다.

“디안, 실례잖아. 리체를 껴안고 싶다니.”

“어, 어?”

내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는지 그가 벙찐 얼굴을 했다. 리체는 충격받았는지 나를 더 세게 껴안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디안은 사과하는 수밖에 없겠지. 후후, 너는 아직 이 누나에게 쨉도 안된단다.

“그런 뜻이 아니라, 율리아, 너처럼 영애와 친해지고 싶다는 뜻이였어.”

그리고 한방 먹었다.

“그렇다면 영식도 존대를 푸세요.”

안돼, 리체!!! 내말을 기억해! 여우라고, 여우!

“감사.. 아니 고마워.”

디안은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저것도 연기겠지. 똑똑하다고 해야 할까, 야비하다고 해야 할까?

그때 디저트를 가득 든 종업원들이 다가왔다. 그리고 탁자 위는 하나둘, 달콤한 향기로 수놓였다.

“잘 먹을게, 디안.”

리체가 맑게 웃으며 포크를 들었다.

아니야, 리체. 그러지 마... 그거 아니라니까..

“별말씀을.”

디안은 내 살기를 느꼈는지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짧게 대꾸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디저트샵의 문이 벌컥 열렸다.

“엇..”

기사들이였다. 그리고, 그 기사제복은 누가 봐도 빼도박도 못할, 레이어드 가의 제복이였다.

“공녀님, 여기 계셨군요..!”

“다행입니다. 어서 돌아가시죠.”

잠시만, 나 아직 한 스푼도 못 먹었다고? 내가 억울한 눈으로 바라보자 기사들 중 한명이 불쌍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는 목숨이 걸렸습니다..”

“헉..”

옆에서 리체가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

“이를 어째. 먼저 자리를 비워야 겠네, 율리아?”

디안이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호선을 그린 입술은 미세하게 삐뚜름히 치켜세워져 있었다.

흥, 네 수작대로 될까보다?

“그럼 따라갈게요. 하지만 리버트 영애도 바래다 준다면 따라가겠어요.”

디안의 눈썹이 위로 쭉 치켜세워졌다.

하핫.

디안, 넌 절대로 날 이기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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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3-06 11:05 | 조회 : 1,096 목록
작가의 말
사탕×하젤

안녕하세요, 하젤입니다. 여러분 코로나 조심하세요ㅠㅠ 정말 난리 났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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