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앗..! 죄, 죄송합니다!"
길을 가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누군가와 부딪혔다. 부딪힌 사람은 붉은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었고 키가 매우 큰 남자였다. 왠지 모를 위압감에 약간 주춤했다.
"....아니다. 혹 그대, 이름이 뭐지?"
"저, 저요?"
"그럼 그대 말고 누구겠나."
"시든이라 합니다."
말투나 억양이 사투리 없이 제국 표준어 그 자체였다. 누구인진 모르겠지만 귀족임이 틀림없었다.
"시든? 그대는 귀족이 아닌가?"
"예, 그렇습니다."
"흐음-"
무슨 일인걸까. 귀족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일 일은 없었다. 남작 정도의 하급 귀족-남작은 거의 평민이나 다름없다-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였으나 제 앞에 서있는 자는 남작 정도의 하급 귀족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그대의 집으로 편지를 하나 보내지."
"예? 편지...말씀이십니까?"
"난 그대가 마음에 들었어. 곁에 두고 싶어졌다."
곁에 두고 싶다니. 집사나 보좌관이라도 시키려는 걸까?일단 예상대로 보통 귀족은 아닌 듯 싶었다.
"아...감사합니다."
"그럼 난 바빠서 이만 가보겠네. 다음에 또 보지."
그 뒤로 편지를 받은 시든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부딪힌 이는 무려 제국의 황태자. 이렌 사비츠 닐레였던 것이다.
"하하...거절했다간 무사하지 못하겠지."
이것이 이렌과 시든의 첫 만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