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Up&Down (불편한 하루님 신청/마조공×새디스트수)






*마조연하공,팀장공x새디연상수,부하직원수
*수위 있습니다.
*가학적인 관계 묘사가 있으니 거북하신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크흡."




타자 소리만 울리는 조용한 사무실.
한쪽 구석에서 코를 훌쩍거리는 소리가 연신 반복된다.
그 근원지 뒷자리에 앉아있는 여사원 2명은 파티션 너머로
눈빛 교환을 한다.






'... 또 울어?'




딱 5번째였다.
팀장의 악랄한 독설과 함께 5번째로 컨펌이 까이자,
자신의 자리에 돌아간 막내 사원은 얼마 되지 않아
작게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권찬율'이라고 써진 사원증에는 미소 짓고 있는 사진이 붙어있었다.





그런 찬율의 모습에 여사원들은 서로 짧은 눈빛 교환이 오가다,
곧 어깨를 으쓱-하며 각자의 모니터로 돌아가 제 업무에 집중한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듯 익숙한 태도이다.







"흡..."


"권찬율님."





찬율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러 티슈를 꺼내든 순간,
묵직한 저음이 등 뒤에서 들려온다.




"지금 저한테 한소리 들었다고 시위합니까?"
"팀, 팀장님..."





덜덜 떨며 찬율이 뒤를 돌아보자, 한쪽 눈썹을 찡그리고 있는
박영환 팀장이 무섭게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추가 수정사항 정리해서 메신저로 보냈으니까 확인하세요."
"네... 네에..."
"그리고 다 수정해서 오후 5시까지 저한테 다시 컨펌받으세요."
"... 다, 다섯 시요...?"
"네. 그게 무슨 뜻인 줄 아십니까?"




폭포처럼 쏟아지는 팀장의 말을 듣고 있던 찬율이 팀장을 올려다본다.
멍하게 영환을 올라다 보는 찬율의 얼굴은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그런 찬율의 얼굴에 한쪽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간 영환이 다시 입을 연다.








"지금 이렇게 울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뜻입니다."






툭툭. 가볍게 찬율의 쳐진 어깨를 친 영환이 자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미련 없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 뒷모습을 망연자실하게 쳐다보던 찬율은 잔뜩 죽 눅든 손으로
마우스를 클릭해 메신저를 확인한다.




'... 헉...'




오목조목 세세하고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는 긴 수정사항에
아찔한 듯 찬율이 눈을 꽉 감았다.
오늘 점심시간 먹기는 글렀다- 하며 찬율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영환이 자신에게 몰래 떨어뜨린 구겨진 작은 종이가
손안에 바스락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













"찬율님, 퇴근 안 하세요?"
"아... 저는 이것만 끝내고요."
"너무 늦게까지 하지 마세요. 모레 또 하면 되잖아요."
"네에..."
"내일은 공휴일이니까 푹 쉬시고요."






이거 사실 저번 주 금요일까지 마감이었는데... 지금 화요일이거든요...
라는 뒷말은 굳이 하지 않는 찬율이다.




그럼 내일 좋은 공휴일 보내세요. 모레 봬요, 찬율님.
네, 훈석님도 좋은 공휴일 보내세요.
형식적인 인사가 오간 뒤, 가벼운 발걸음으로 회사를 떠나는
입사 동기를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찬율이었다.






점심도 자진 반납하는 것도 모자라 자발적 야근하는 찬율이었다.






5시까지 모두 수정 뒤 컨펌?
그건 정말 이상적인 희망사항이었다.
'이상적'은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찬율이었다.




"하..."




모두 퇴근해 아무도 없는 사무실 안을 한번 쭉 훑어본 찬율이
서랍에서 구겨진 작은 종이를 꺼낸다.
바스락바스락 소리는 내며 종이를 펴내자,
제 주인을 닮은 간결하고 딱딱한 글씨가 보였다.






'pm9시. xx 호텔 1011호.'






"..."






그 글씨를 내려다보는 찬율의 얼굴은 내내 울상이었던 것과는
달리 잔잔하고 음산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










-철컹.







문이 열리는 소리에 자신의 노트북에 집중되어 있던 영환의 눈이 현관으로 향한다.
향한 곳에는 찬율이 지친 표정을 하며 신발을 벗고 있었다.




"생각보다 늦었네."



덤덤한 목소리에 본디 쳐져 있는 순한 찬율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지금 야근하게 만든 게 누군데?"
"벌써부터 성깔 나오는 거야, 형?"
"아- 달라붙지 마."
"왜애~"





회사에서 딱딱한 철제 로봇 같았던 영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찬율에게 안겨오며 볼을 부빗거리는 모습은 흡사 커다란 대형견 같아 보였다.
짜증 난다는 듯 몇 번 영환의 얼굴을 세게 밀어내던 찬율은
땅에 말뚝 박힌 듯 비켜서지 않은 무식한 힘에 못 이겨,
결국 저보다 2살 어린 연하남친의 머리를 토닥였다.




"형이 머리 쓰다듬어주는 거 좋아."
"허..."



아까 자신한테 울고 있을 시간 따윈 없다고 살벌하게 말했던 사람이
눈앞의 동일 인물이 맞는지...
몇 번을 겪어도 적응이 되지 않아 찬율은 느리게 눈을 껌뻑였다.


회사에선 제대로 웃지도 않으면서 저랑 둘이 있을 때만 보이는
빙구같은 웃음이 귀여우면서도, 한 대 후려치고 싶은 짜증이 이는
복잡함에 찬율은 절로 헛바람이 나왔다.




딱 5개월째였다.
오늘 찬율이 까인의 컨펌 횟수처럼.
사람들 몰래 사내연애를 하고 있는 찬율과 영환이었다.




저보다 어리면서 벌써 팀장을 다는 유능함뿐이냐, 키 크고, 몸 좋고, 잘 생기고.
둘이 있을 땐 꿀 녹을 듯한 세심한 다정함과 맞기 어렵다던 속궁합과 섹스 취향도 쿵짝이니,
더할 나위 없는 남친이었다.




...하지만 그런 남친이 지랄 맞고 깐깐한 직장 상사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찬율이었다.







"뭐라도 먹을래?"
"... 아니."
"야근하느라 저녁 못 먹었을 텐데? 배 안 고파?"
"그것보다."


갸우뚱하며 물어보는 영환을 보고 입꼬리가 싹-올라가는 찬율이다.
미소 하나만으로 훈훈한 방안의 공기가 뒤바뀐다.






내내 회사에 죽눅들어 훌쩍이던 찬율은 사라지고, 포식자 위에 군림한
사냥꾼처럼 눈이 반짝인다.




날렵한 영환을 턱 선을 찬율의 기다란 손가락이 천천히 미끄러진다.
이내 손가락이 입술 아래 턱까지 내려가 강하게 영환을 잡아 올린다.
갑작스러운 분위기 전환에 당황스러움으로 물들여가는 남자친구의 표정을
찬율이 야살스럽게 올려본다.






"너, 먼저 먹고 싶은데?"
"... 형?..."
"가지고 있지? 그거."






뭐라 말하려 입을 연 영환이 '그거'라는 말에 멈칫하더니 이내 입을 다문다.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찬율의 눈빛을 슬쩍 빗겨내는 영환이다.
하지만 결국 못이긴 듯 약하게 약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끄덕이는 얼굴은 홍당무처럼 붉어져있었다.






"옷 다 벗고, 차고 와."
"형..."
"3분 줄게."





영환을 지나치는 찬율이 의자에 풀썩 앉는다.
겉옷을 아무렇게 벗어던지더니, 목까지 단정히 잠겨있는 셔츠 단추를 몇 개 푼다.
익숙한 듯 리모컨을 찾아 삑삑- 조정하는 찬율의 손짓에
밝게 빛나는 호텔 방은 은은한 스탠드 불빛만 남아 분위기를 조성한다.
오랫동안 책상에 앉아 고생한 목이 뻐근한지 찬율이 좌우로 고개를 스트레칭한다.




하지만 영환은 그때까지도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뭐해? 2분 30초 남았어."




하지만 이어지는 찬율의 말에 이내 움직였지만 말이다.











<Up&Down>










취미가 운동이라는 말이 사실이라는 듯,
보기 좋게 단련된 근육이 보기 좋게 그을린 매끄러운 피부로 감싸져있었다.


온몸을 전부 벗어내린 영환의 나체에 걸쳐진 것은 단 하나.
단단하게 매어진 검은색 가죽 목줄뿐이었다.


스탠드 불빛으로 생생하게 비추어진 구릿빛 나신과
검은 목줄을 초콜릿처럼 음미하듯 핥아내린 찬율이 입을 연다.






"꿇어."
"..."






영환이 무릎을 천천히 굽히더니 곧 꿇은 자세를 갖춘다.
그리고 손톱이 바짝 깎아진 단정한 손은 찬율의 무릎 위로 다소곳 올려졌다.
꿇은 무릎 사이로 벌써부터 꺼떡거리는 영환의 것을 발견한 찬율이
길게 늘려진 목줄 잡아 자신 쪽으로 확- 잡아당긴다.




"윽...!"
"..."




그런 행동에 무릎 꿇은 영환의 자세가 흐트러져 찬율의 무릎을 잡아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누가 허락도 안 했는데 멋대로 서래."
"아으으윽...!"
"대답 안 해?"




다리 사이로 이미 발기한 영환의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찬율이 발을 들어
인정사정없이 밟는다. 고통스러운 듯 영환이 신음소리를 내지만 아랑곳 않고
발에 힘을 더 가하는 찬율이었다.




"미... 미안...! 윽...!"
"미안?"



이번엔 목줄을 들지 않는 한 손으로 찬율이 손을 올린다.
짝!!!!!! 손바닥과 뺨이 마찰되는 매서운 소리가 호텔방을 울린다.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영환의 뺨은 손자국으로
붉게 달아올라 그 아픔을 가늠할 수 있었다.




"눈치는 국 끓여먹었어?"
"죄.. 송합니다..."
"다음엔 밟는 걸로 안 끝나. 저번처럼 아주 못 싸게 괴롭혀줄 테니까, 응?"
"... 네... 주인... 님."





주인님이라는 말에 찬율이 만족스러운 듯 발을 치운다.
하지만 영환의 것은 아픔에 사그라들기는커녕 아까보다 더더욱
팽창해져 투명한 선액을 훌쩍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꺼떡거리는 제 아래에 손을 뻗어 위로해주고 싶은 영환이었지만,
찬율이 그런 행동을 허락하지 않았기에 감히 만질 수 없다.




온몸을 애태우는 성욕에 영환이 찬율의 무릎에 올린 자신의 손을
꼼지락거리며 낑낑거렸다.




"... 주인... 주인님..."
"못 말린다니까."
"어서..."
"우리 멍멍이 섹스하고 싶어?"
"네. 네... 하고 싶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는 영환에 찬율이 웃으며 '해.'라고 말한다.
주인의 허락에 허겁지겁 며칠 굶은 개처럼 단추를 푸는
영환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다 푼 셔츠 사이로 보이는 목, 쇄골, 가슴, 배까지 춉,쪽,쪼옥,쭙 하는 살을 핥고
빨아들이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방 안을 고동친다.
뜨거운 영환의 혀와 입안이 자신의 예민해진 살결을 맘껏 스치고 지나가면,
야들한 침이 남아 바깥공기에 살과 함께 서늘해졌다.
그 하나하나의 감촉도 자신을 더욱 끓어올 리는 찬율이었다.




"음...아..."


주인을 만족시키려 열심히 하는 멍멍이의 애무를 즐기며,
찬율이 만족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딱딱한 의자가 뒤통수에 느껴짐과 동시에 바지 벨트를 잡고
바르작거리는 영환이 느껴졌다.


"하... 주인님 바지 벗겨도 돼요?"
"다 벗겨. 근데 펠라는 하지 마."




영환이 좋아하는 펠라를 하지 말라는 말에
무슨 소리냐는 듯이 찡그리며 고개를 든다.




"뭐야?"
"... 하고 싶은데요... 저 그거 좋아하는 거 알잖아요."
"지금 반항하는 거야?"
"아니이...그게 아니라..."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영환에 찬율의 인상을 쓴다.
하여간 내가 그토록 가르쳤건만, 또 놓아줬다 싶으면 다시 기어오르지.





"아악...!"
"멍멍아, 누가 말꼬리 늘이라고 했어?"
"으윽... 죄, 죄송...!"




젖꼭지를 세게 비트는 아픔에 영환이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그 비명이
찬율의 가학심에 기폭제가 된 듯 더더욱 유두를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아프지만 그렇다고 감히 쳐낼 수 없고, 예민한 유두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부르르 떨며 참는 영환이었다.




손톱으로 여린 유두를 긁어내리자 영환이 찬율의 무릎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이 가해진다.
이제 소리도 못 지르는 영환을 만족스럽게 내려다본 찬율이 손을 뗀다.
영환의 유두가 달아올라 아픔을 토해내고 있었다.
빨갛게 달아오른 뺨과 유두를 쓱 훑는 찬율의 손길은 아까와 달리 부드럽다.
아직 잔재하는 따끔함에 영환이 움찔한다.
하지만 뜨거운 유두에 느껴지는 차디찬 손의 감촉을 느끼는 두 눈은 두루뭉술하게 풀려있었다.
더더욱 끓는 욕망에 영환의 선액이 발기한 기둥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스스로 팬티와 바지를 벗은 찬율이 고양이가 걷듯 나긋나긋하게
한 걸음, 한 걸음 침대로 걸어가 털썩 앉는다.
그리고 다리를 넓게 벌리자, 같이 발기한 찬율의 것과 붉은 구멍이
적나라하게 펼쳐졌다.
그 모습에 영환의 동공이 흔들린다.




"이제 기어 와서 여기에 박아."




요염한 손가락 끝이 작게 움찔 움찔대는 구멍으로 향한다.
영환이 거친 숨을 내쉬며 네 발로 기어 와 앉아있는 찬율의 몸 위로 타고 오른다.
육중한 무게에 눕혀진 순간, 찬율의 구멍에 잔뜩 발기한 몽둥이가 비집고 들어온다.




"아아...!!"




끝까지 박혀오는 영환의 것을 쫀득하게 감싸는 자신의 점막에
찬율이 길게 신음을 내뱉었다. 오늘따라 더욱 흥분한 영환이 넣자마자
잠시의 틈도 없이 허리 짓을 시작한다. 영환의 음모가 자신의 엉덩이에 닿는 순간순간마다
쿨척대는 소리가 야하다고 느껴지는 찬율이었다.




"학...! 악...! 주, 주인님...!"
"아, 아, 아! 더, 더...!"
"윽... 후욱..."


거품이 일어날 정도로 격렬한 아래에도 모자란 듯 찬율이 더욱 갈구한다.
영환을 끌어안은 찬율의 한 손이 내려가 긴장되어 있는 영환의 탐스러운 엉덩이 한쪽을
세게 내려친다. 짝! 짝! 박아올 때마다 내려치는 찬율의 스팽킹에 영환의
엉덩이 근육이 쫘왁 풀렸다, 조였다를 반복하여 수축한다.
아래에서 느껴지는 아찔함과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찰진 아픔이
이미 최대치라 생각했던 속도에 박차를 더욱 가하게 한다.


호텔 방안이 난잡한 소리들로 잔뜩 젖어들어간다.


"아! 아! 좋아! 응!... 아앙!!"
"아!!! 훕...흡..."




절정에 가까워지는지 영환의 미간이 깊게 파인다. 달아오른 얼굴, 관자놀이 즈음에 솟은 핏줄.
자신의 두 눈에 차오르는 영환의 모습에 만족스러운 찬율이 마지막으로 힘을 실어
엉덩이를 내려친다.




-쫘악!!!!!




"아!!!!!!"
"읏...!!!!!!!!"




하얀 애액이 터져 나오는 절정의 순간, 두 사람은 환희에 찬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끝은 만족스러운 미소로 키스를 하는 두 입술이었다.















###













바스락거리는 이불 소리가 나는 침대 위로 영환과 찬율이 누워있었다.
서로의 다리를 엮으며 꼼질대자, 맞닿는 체온과 부드러운 살결의 감촉에
몸도 마음도 간질거려 킥킥댄다. 저를 꿀 떨어 지 듯 쳐다보는 찬율에 영환이
사랑스럽다는 듯이 코 끝에 쪽, 쪽 가벼운 뽀뽀를 한다.






"근데 너... 나 정말 좋아해?"
"... 뭐?"




한참 달달해하다 못해 녹아내리는 꿀 같은 분위기.
뜬금없이 던져진 찬율의 질문에 영환의 한쪽 눈썹을 찡그린다.







"나 지금까지 수없이 좋아한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
"내가 하는 거 보면 몰라? 형한테 푹 빠졌다고."
"..."





한 번도 제 애정이 엇나가게 표현하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 영환이었다.
넘쳤으면 넘쳤지 모자란 적이 없었다고 생각했었다.
자신만의 생각이었나?
연애 중에 장난으로도 한 번도 건넨 적 없는 뚱딴지같은 찬율의 질문에
영환이 살풋 진지해졌다.









"... 근데 회사에서 나한테 왜 그래?"
"아..."




회사라는 단어에 영환이 짧은 탄식을 내뱉는다.




"형, 회사라서 내가 더 철저하게 자르는 것도 있어."
"아니...! 근데 그렇게 심하게 할 필요...!"
"사실 그전에."
"...?"



영환이 진지한 얼굴로 찬율의 말을 단호하게 자른다.
머뭇거리던 입술이 컨펌을 봐주던 오늘처럼 간결하고 정연하게
말을 내뱉는다.




"형 이 업계 오고 싶어서, 적지 않은 나이에 하던 일 그만두고
열심히 공부해서 이 회사 들어온 거잖아."
"... 응..."
"우리의 공통분모에 연애도 있지만 일도 있는 거잖아. 그래서
팀장으로서도, 형의 실력을 내가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
난 형의 바람대로 업계 탑 찍을 수 있다고 난 생각해. 그리고 실제로
입사초때보다 형 실력 나아지고 있고."
"..."
"아, 물론 나도 이 업계 탑 찍을 거라서, 형이 실력이 올라가면 그땐
내가 상사가 아닌 서로 라이벌이 되겠지."
"..."
"형도 나도 그걸 원해."
"치..."
"... 내가 푸시 하는 방식이 힘들게 한다는 거 알아. 미안해. 그건 내가 좀...
개선하도록 할게. 그러니까 내가 형을 안 좋아한다는 개소리는 이제 하지 마.
전혀 아니니까.
이런 말 하기 낯간지럽지만... 내 연애인생 중에서 이렇게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나 나도 나 자신한테 매번 매번 놀라. 형."




열의에 차 있는 영환의 눈빛에 따지려던 찬율의 마음이 쏙 들어간다.
하여간 얘가... 사람하려던 말을 도로 넣게 하는 재주가 있네.
알겠다는 듯 끄덕인 찬율이 쪽, 뽀뽀를 하며 영환의 두 볼을 붙잡는다.




"약속하는 거다?"
"응."


새초롬한 찬율의 말에 영환이 해사한 웃음으로 답한다.








###











"흐..."







이 새끼. 약속하는 거 좋아하네.




달콤한 공휴일이 끝나고 돌아온 일상의 회사.




악랄하게 컨펌에 까이고 온 찬율의 메신저에 영환이 보낸 수정사항이 길고 꼼꼼하게 써져있었다.
모니터를 망연자실하게 쳐다보던 찬율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기 시작한다.
훌쩍거리는 소리에 파티션 너머로 힐끔거리던 여사원들이 서로 입모양으로
'또 울어?'하다 다시 어깨를 으쓱-하곤 타닥타닥 자신의 업무로 돌아간다.





"권찬율님."
"네...! 네! 팀장님...! 수정하고 있었어요!"
"근데 모니터엔 아직도 수정사항들이 켜져 있어요? 보낸 지가 언젠데, 빨리빨리
숙지 안 하십니까?"
"네... 네에..."
"제가 이러고 시간 없다고 했죠? 기한 오늘까지니까 퇴근 전까지 끝내세요."


툭툭 찬율의 어깨를 두드린 영환이 유유히 자신의 자리로 떠난다.
그리고 찬율의 책상엔 영환이 몰래 두고 간 초콜릿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잠시 허-하고 탄식을 내뱉은 찬율이 천천히 초콜릿을 들어 포장지를 벗겨내 한 입 문다.
달콤한 맛이 입안으로 파악 퍼진다.

생전 안 하던 짓을 하네...?


찬율이 다시 눈물을 닦고 다시 폭풍 같은 수정사항을 고쳐내려가기 시작한다.


이런 걸로 퉁치려고 하다니. 절대 어림도 없지. 이따 밤에 또 혼내줘야겠다.
하는 음흉한 생각을 한 체로 말이다.

















-The End-




9
이번 화 신고 2020-02-05 23:58 | 조회 : 4,640 목록
작가의 말
Lilica

오랜만이에요! 늦었지만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2020년에도 알찬 한해가 되세요! 처음 써보는 파격적인? 키워드라 글로 잘 녹였는지 모르겠네요. 신청감사합니다 불편한 하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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