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삼류 로맨스처럼

분명 잠든건 5교시였는데 눈을뜨니 햇빛이 눈가에 드리웠다. 고개를 드니 내 앞에선 그가 턱을 괸 채 앉아선 졸고있었다. 그 때 무슨 로맨스 드라마를 처 봤는지 길지도 않은 그 아이의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창밖엔 야구부가 연습시합을 끝내고 집으로 귀가하고있었고 종례를 마친 여학생들은 깔깔대며 시내쪽으로 향하고있었다. 바람결을 따라 흔들리는 머리칼부터 우물거리는 입까지 사랑스럽지 않은구석이 어떻게 하나도 없을까. 터무니없이 커져버린 마음은 식어갈줄 몰랐다. 누가 오진 않을까 두리번댔다. 입술에 손가락을 올려보기도 하며 입술을 포갤 타이밍을 찾았다. 이때다 하는순간은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도둑뽀뽀같은거 언제든지 할 수 있는데 왜 그 애 앞에선 두려웠는지 모르겠다.뭐가 무서워서?

바람결에 불투명한 커튼이 어렴풋이 햇빛을 가릴때, 난 결국에 저질렀다. 들키지 않게 살짝 볼에 손을 가져다대곤 뒤통수에 손가락을 얹었다. 무슨느낌인지 알수 조차 없도록 허무맹랑하게 끝나버린 입맞춤은 묘했다. 단맛이라면 단맛이랄까 두려움 반 설레임 반이 섞인 느낌은 정말 만화에 나오는 그 느낌이였다. 이마와 손엔 땀이 줄줄 흐르고 귀 끝이 벌개지고 눈동자가 떨리게되는.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그 정도였다.

그 날 이후로 그 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평소라면 "너 자는거 못생겨서 구경 좀 했어." 라며 능청스럽게 넘어갈 나였지만 나도모르게 그를 피하게 되었다. 어차피 잡히게 될걸 그 짧은시간에 무슨 마음을 다잡아보겠다고 피해다녔는지 모르겠다. 그 애의 안색이 점점 짙어지는건 알기 쉬웠다. 결국엔 점심시간 매점 뒷문에서 술래잡기가 끝이났다. 팔목을 가로채자 마자 날카롭게 쏘아붙인 첫마디는

"왜 피하는데, 멍청아."

가슴이 턱 하고 막힌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숨 쉬기가 어려워진 느낌. 왜 피했냐는 말도, 멍청이라는 말 때문도 아닌 단지 그 애의 표정때문에. 어째선지 화난듯이 보이지 않았던 표정때문에.

"미안. 조금 쪽팔려서 그랬어."

그리고 내뱉은 멍청한 한마디.

1
이번 화 신고 2019-12-08 16:15 | 조회 : 811 목록
작가의 말
머굴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