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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환생트럭 기사라는 직업을 어림잡아 짐작하고 있었을거다. 그게 아니면 어떻게 허구한 날 트럭에 치여 환생하는 내용을 가진 소설들이 넘쳐날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거다. 환생트럭은 존재하고 있으며 나는 그 직업을 가진 트럭 기사라는 것이다.

환생트럭은 그냥 앞에 존재하는 사람을 다 치고 다니는 일은 아니다. 우리들은 명단을 받고 그 명단여 적힌 사람을 치러 간다. 만약에 환생트럭이 아무나 다 치고 다녔으면 벌써 이 지구에는 사람이 한 명도 있지 않을거다.

환생트럭은 소설로만 보면 매우 매력적인것 같지만 사실은 아주 개같은 것이다. 왜냐하면 치는 사람이나 치이는 사람이나 둘 다 그 느낌이 모두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사실 때문에 늘 입에 퇴사를 붙이고 다녔지만 오늘 명단을 받고 상사에게 가서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매달릴까 고민 중이다.

나는 왜 삶이 이따구일까. 나는 내 손에 들려있는 오늘의 명단을 봤다. 보고 있어도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아니 어떻게 명단에 내가 적혀있는 것일까...

가장 웃긴 것은 내가 트럭으로 쳐야 되는 사람이 나라는 사실이다. 아니 어떻게 트럭을 타고 나를 쳐야할까 고민 중인 찰라 휴대폰을 들어 상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팀장님, 저 오늘 연차 쓸께요."

그 뒤고 무슨 말이 오간 것같지만 나는 바로 통화를 끊었다. 어짜피 환생할거 아껴둔 연차나 쓰고 환생할 것이다.

물론 나는 그닥 환생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이 명단은 어기면 안되며 어길 수도 없다. 이건 저 하늘, 그러니까 신이 직접 보내주는 명단이니까.

나는 명단을 쓰래기통에 넣고 그냥 바로 집으로 갔다. 마지막으로 침대에서 잠을 자고 싶다. 어제 야근해서 너무 피곤하다.

길거리를 걷는 도중 카페에 들려 가장 비싼 메뉴를 샀다. 살면서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던거다.

음료가 나왔다는 말을 듣고 카운터로가 음료를 받은 후 2층에 앉아 창밖을 보는 척 게임을 하고있다. 내가 하고 있는 게임은 굉장히 오랫동안 하고 있는 게임이다. 3년 전 사전예약을 한 후 출시됬다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바로 깔았으며 지금도 하고 있으니 오래하고 있는거다.

게임에서 캐릭터가 보스전에서 죽어버렸다. 그냥 휴대폰을 껐다.

남아있는 음료수를 모두 마시고 또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면서 여러 생각을 했다.

어짜피 죽어서 환생을 한다는 사실은 바꿀 수 없다. 그러니 이왕이면 환생하면 먼치킨으로 환생하고 싶다. 귀여운 애옹애옹 고양이 말고.

여러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아파트 단지 입구에 도착했다. 신나는 발걸음으로 걷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누군가 다가와 나를 칼로 찔렀다.

와... 트럭에 치이기 싫다고 하니 이제 칼인가...

칼이 생각보다 자리를 잘 잡았는지 피가 분수처럼 나온다. 의식이 점점 희미해지고 몸에 힘도 빠진다. 곧 있으면 내가 죽을 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과 찐한 스킨십을 했다. 이제 정말로 죽는가 보다. 희미한 의식 속에 한 단어가 떠올랐다.

"....먼...치, 킨..."

이 말을 남기고 나는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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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2-05 22:07 | 조회 : 1,234 목록
작가의 말
집이 최고야

일단 저지르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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