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진득한 냄새가 풍겨나오는 푸른 소나무 사이로 하얗고붉은 비단옷을 갖춰입은 작은 아이가 언뜻 비춰보였다. 나는 아름다운 아이에게 이름을 물어보았다.
자기가 살던 마을에서는 '부네'라고 불렸다 한다. 이름이 이상하다. 하지만 별달리 좋은 이름도 떠오르지 않아서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으음...진후국 출신이라고?"


부네가 입천장이 데일만큼 따뜻한 차를 훌쩍 들이켰다. 율무차의 향기와 맛은 씁쓸하고 고소하다. 어디선가 나는 이상한 냄새를 말끔히 씻어버릴 정도로 좋은 향이 났다.


"그렇습니다."


"...선후국을 원망하고 있나?"


"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게 마음에 들었다. 가녀리게 생긴것과는 달리 성격은 대장부였다. 좋아. 믿을만하다.



"반역을...일으키는것은 어떨까?"



"!!!"


부네가 차를 마시다 켁켁, 하고 옅은 기침을 내뱉었다. 사레가 들린 모양이다. 하긴 그렇게 말하는데 놀라는건 당연하지.



"어...어떻게요?"



"이 나라의 황제들의 대대로 내려오는 좋지 않은 기질. 첩에게 빠지면 뭐든지 퍼주는 것. 그 기질이 지금 황제에게도 내려오고 있다는걸 알아. 7황비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그리고- 그걸 이용해서 나라 재정이 바닥날 정도의 요청을 부탁하면? 두번째 부탁도 그런 부탁을 한다면?"



"...나라 망하는게 한순간이겠군요."




"그래그래. 눈치는 빨라서 좋다니깐. 그렇다면 백성들의 원성이 높아지겠지. 여자 말에만 홀딱 넘어가는 황제라고 말야. 하하...
...이때. 내 측근이 황제궁을 혼란에 빠트리고 황제를 지하감옥에 쳐넣으면....정말 최고겠는걸. 혼자보기 아깝겠어."


"...."



"어때...?"



부네의 눈에 무섭다는 감정이 어렸다. 어쩜, 인생을 살다보면 이것보다 무서운 일이 훨씬 많을텐데.
나는 고개를 숙이며 학이 그려진 버선을 신은 발로 땅바닥에 슥슥 그림을 그렸다. 두렵지 않았다.
나는 그리다 멈추고 다시 지워버렸다. 할일이 많았다. 진후국 백성들을 모으고, 세력을 모아야한다.










-

"1후궁."



"예, 폐하."



"요즘 진후국 사람들을 모은다는 소문이 돌던데...그것도 고향 사람이 그리워서 한두 사람 모으는게 아니라 아주 많이. 이유가 뭐냐?"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나는 헤헤, 하고 실실 웃으며 말했다. 황제는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씨익 웃어버렸다. 그리고 말했다.



"많이 컸구나. 처음 봤을땐 새끼여우였는데. 간사한 여우가 됐어."




"...그런가요?"




나는 황제에게 가까이 다가와 그품에 쏙 안겼다. 몹집이 몹시 크다. 나는 황제의 등을 잡아안고 입을 맞췄다.
갑자기 현이 생각나서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그리고 이 짓에 집중했다.











"와. 마마 대단하시다. 그래서 어떤 부탁을 하실거에요?"


"생각하고 있어. 어떤게 제일 빠르고 제일 빨리 탕진하는 방법일지."


휴. 내가 언제 이렇게 철저하고 무서운 인간이 됐더라. 내가 봐도 좀 무서운 것 같은데. 아리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아, 시원하다! 그래요! 황제 걔는 좀 당해봐야 돼요!"


함부로 말하는 것도 여전하다.. 황제가 들으면 능지처참감....풋... 하여간 내가 이렇게 바뀌어도 아리는 항상 그대로다. 난 그런 점이 참 좋았다.



"참. 전하 측근들한테 뇌물은 좀 먹였니?"



"아이, 당연하죠! 전 뭔일을 해도 빨리 하잖아요!"



"현이는 사람들 모으는 중이고...진후국 백성들이 노비가 되었으니...사들일 돈하고...좋아. 잘되가고 있네."



"저는 벌써부터 그 자식 감옥에 쳐넣을 생각하면 기대가 돼요! 이건...정말 완벽한 계획이에요!"



그래. 완벽...완벽하지. 빈틈이 없고.

8
이번 화 신고 2019-12-01 22:57 | 조회 : 1,946 목록
작가의 말
다화미

반역?? 이렇게 하는거 맞나...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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