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서리야. 이거 마셔가면서 해."

"소란아~ 이거 모르겠어~"

"차찬빈. 너 그거 안먹을거면 나줘."

머리가 지끈 거리기까지 한다.

"차찬빈?"

"야.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데?"

"그거야."

한유한이 웃으면서 말한다.

"기말고사 대비 공부회지."

"하하하... 우리집에서?"

"찬현이가 괜찮다고 했는데?"

저 망할 놈들을 주말에도 봐야한다니 끔찍할 따름이다.
곧 기말고사가 시작되고 커플놈들은 공부 한다며 만나질 못해 안달이 났고 기어코 공부를 명목으로 데이트 하겠답시고 우리집으로 쳐들어왔다.

"난 대체 왜..."

왜 매번 이 상황을 벗어나질 못하는건가 굉장히 자괴감이 든다.

"야. 차찬현이나 한소란은 그렇다치고 니네는 왜있는건데?"

앞의 두 커플에게 묻자 둘은 서로를 한번 쳐다보더니 말한다.

"그게... 둘이서 있으면 좀..."

어색해하며 웃는게 대충 무슨 상황인지 감이온다.

"아! 그거 잘 알지. 역시 너네도 그래?"

차찬현... 부끄러움이란게 없는걸까..

"커플들 사이에서 공부하는게 아니었는데.."

한유한은 한숨을 푹내쉬며 내 음료수를 들고간다.

"넌 어딜 은글슬쩍 훔쳐가냐?"

"응? 허락한거 아니야? 이미 마셨는데 그냥 나줘."

여러모로 복장 터지는 날이 아닐 수가 없다...

"소란아~ 나 이거 모르겠어~"

"서리야 여기 휴지. 입에 묻었다."

아니 그보다..

"야. 니네 여기까지 와서 데이트할거면 왜모였냐? 공부나해!!!"

전혀 의미가 없어보이는게 더 큰 문제가 아닌가..

"야! 연애 안한다고 너무 그런다!"

"차찬현! 좀 닥쳐!!!"

"미안해~ 다혈질 동생이라."

"니가 그런말 하지마!!!!"

지끈 지끈..
이젠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다.

"후우..."

그래.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면 순응하고 받아들이자. 어차피 벗어날 수 없다면... 기말고사 점수라도 챙기는거다.

"부럽다."

작은 목소리지만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라 똑똑히 들었다.
옆을 쳐다보니 한유한이 두 커플들을 보며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다.

'어라.'

그러고보니 귀걸이...

"잘어울리네."

"응?"

아차..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내뱉어버렸다.

"응. 잘어울리지 쟤네."

그런 의미가 아니었지만 뭐 상관없나 싶었다.

"공부해 한유한."

"가르쳐줘 찬빈아."

상큼하게 웃으며 펜으로 책을 툭툭 가볍게 친다.

"못하면 내 쫓을거야."

"야박한 선생님이시네."

[2시간 뒤]

의외로.. 한유한은 공부를 잘했다.
오히려 내가 몰라서 가르침을 받고 있을 정도였다.

"이걸 풀려면 아까 그 공식을 대입해서..."

공부할땐 진지하구나 싶었다.

"야. 집중안하지."

"아. 미안."

한소란이랑 같은 얼굴. 비슷한 성격.
그러나 전혀 다른 얼굴, 다른 성격으로 보이기 시작한 한유한.

"이해됐어?"

"응."

"...진짜야?"

"응."

"....그럼 풀어봐."

"응."

".....? 풀어보라고."

"어..?"

"너..."

전혀 안듣고 있었다.
무의식이 내뱉은 대답에 스스로가 놀랐다.

"미안. 조금만 쉬자."

계속 신경쓰이고 시선이간다.
진지한 얼굴에, 가늘고 긴 손의 움직임에.
그리고 가장 신경 쓰이는건 역시..

'귀걸이.. 왜 자꾸 신경쓰이는거야...'

괜히 사줬다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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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2-08 18:41 | 조회 : 930 목록
작가의 말
약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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