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달콤한 봄내음에 시작된 사랑.
이 얼마나 달콤하고 설레는가.
내 사랑의 시발점은 추운 겨울이었고 따뜻한 봄에 결실을 맺었다.

"이거 받아."

매번 싸우고 헤어져도 다시 사귀기를 3년째. 중학교 3학년 때 만났던 여자친구와의 사랑이 끝났다.

"고마워..."

받아든 음료수 캔은 따뜻했다. 캔을 따니 따뜻한 열기가 감싸 올라왔고 두 손으로 꼭 쥐고 한모금 목으로 넘겼다.

"괜찮아?"

왜.. 부부도 그렇지 않나 싶었다.
지지고 볶고 싸워도 결국 사랑으로 다시 맺어지는..

"3년 동안 정말 많이 싸우고 많이 헤어지고 다시 만났는데.. 이번엔 정말 끝인거 같아.."

조용히 내 말을 들어주던 내 친구는 캔음료를 한모금 마신다.

"그런데.. 별로 안슬퍼.. 나 오늘 차였는데.. 진짜 끝이라는 얘기 듣고 왔는데.. 아무렇지도 않아.."

이번엔 정말 끝이라는 듯. 내 앞에서 사진을 하나씩 지워간다.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걸 눈으로 보여주듯이..
그녀는 추억을 내 눈앞에서 다 지워가더니 이번엔 내 연락처를 지웠다.

''미안해. 그렇지만 이젠 정말 그만하고 싶어.''

잘있어. 라는 말을 남기고 그녀는 일어났다.
한참을 멍하니 카페에 앉아 있었다.
수 많은 헤어짐이 연습이라도 되었던걸까. 아무렇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오늘 연락이 왔을때부터 직감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이번엔 정말로 끝이구나.''

문든 카페에 앉아 있으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은 어떤 사랑을 하고 어떤 이별을 맞이했으며 어떤 사랑을 만나 결혼을 하는지..
난.. 지금 무슨 상태인건지 잘 모르겠다.

"슬픈건가..? 괜찮은건가..? 그것도 아니면..."

정말... 지금 무슨 상태인건지 모르겠다.
감정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울고싶다가도 후련했으며, 후련하면서도 아려왔다.

[지이이잉]

울리는 핸드폰에 찍힌 연락처에는 서리의 이름이 떠있었다.

툭-

눈물이 떨어졌다.
괜찮지 않구나를 깨달아버렸다.

"여보세요.."

[뭐야. 목소리 왜그래. 너 무슨일 있었어?]

"모르겠어."

[모르겠다니 뭔 뚱딴지 같은 소리야. 어디야 너?]

"나... 나..."

목이 매어서 한마디를 못했다.

[거기서 기다려.]

서리는 그 한마디를 남기고 끊어버렸다.
몇분 후. 정말 빠르게 서리가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너.. 어떻게..."

어떻게 알고 왔냐고 물어보려다 입을 다물었다.
지금은 뭐가 어떻든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서리는 내 앞에 앉더니 조용히 기다려줬다.

"밥먹었어?"

서리의 말에 조용히 창밖을 보던 나는 지금이 저녁이라는걸 깨달았다.

"아니."

창가에 기대 멍하니 밖만 바라보던 나를 서리는 못참겠는지 일어나 나를 질질 끌고 카페를 나갔다.
그러고서는 한참을 걷다 발견한 편의점에서 따뜻한 캔 음료를 두개 사더니 근처 공원으로 데려가 벤치에 앉혔다.
추운 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따뜻한 음료가 온기가 되어 몸안에 퍼진다.

"내일은 괜찮아질거야."

한참을 둘다 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깬건 서리였다.
내일은 괜찮아질거라는 말에 대체 뭐가 괜찮아지는걸까 생각하다 물었다.

"내일도 안괜찮아지면?"

내 질문에 나를 조용히 쳐다보던 서리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그럼 모레에는 괜찮아질거야."

"모레에도 안 괜찮으면?"

"글피에는 괜찮아질거야."

"글피에도 안괜찮아지면...?"

"그럼 그 다음날엔 괜찮아질거야."

"그러다 영영..."

눈물이 울컥 치고 올라와 뚝뚝 떨어진다.

"영영..안괜찮으면...?"

미친듯이 흘러내리는 눈물에 서리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내 눈물을 닦아준다.

"내가 여자냐..?"

내 말에 서리는 조용히 웃으며 말한다.

"이별한 사람 앞에 여자고 남자고가 어디있어. 그리고."

서리는 손을 멈췄다. 그리고 나를 보며 웃는다.

"괜찮아질때까지 옆에 있어줄게."

정말 펑펑 울었다. 울고 또 울어서 다음날 눈이 사라질 지경에 이를 정도로 정말 펑펑 울었다.
서리는 빈말이 아니라는 듯이 내가 울음을 멈출때까지 옆에 있어줬다.

"조심해서 들어가."

날 데려다 주고 가려는 서리의 팔을 잡았다.
나보다 작은 서리는 나를 올려다봤고 나는 그런 서리를 내려다보며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왜."

보다못한 서리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나는 오늘 어떻게 나를 찾아왔는지를 물으려다 그냥 서리의 팔을 놓아줬다.

"고마웠어."

서리는 내말에 조용히 웃더니 그대로 가버렸다.

"춥다..."

서리가 가고 비어있는 내 손을 멍하니 보다 또 울것같아서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다음날.
서리의 말처럼 나는 괜찮아졌다.

6
이번 화 신고 2019-10-30 01:41 | 조회 : 960 목록
작가의 말
약쟁이

잘 부탁드립니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