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선배공 + 후배수 (번외편)









집에 들어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선배와 교제를 시작한지 2개월이 지났다.

선배는 학교를 다니며 간간히 회사일에 나가곤 했다.


"아버지께서 학교 졸업하고 바로 회사로 들어오라고 하셔서"


학교도 다니랴, 회사도 다니랴 바쁜 선배는 집에 오기만 하면 골아떨어지기 일수였다.


"하아..."


걸어가다 벤치가 보여 앉았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우욱...흑..."


방금 전, 산부인과에 다녀왔다. 임신 3주차였다.

그걸 듣는 순간 선배가 걱정됐다.

나는 상관없다지만 회사도 다녀야하는 선배는 과연 아이를 좋아해줄까?

만약 선배가 싫다고하면? 아니, 당연히 싫다고 하겠지

나도 모르게 괜히 우울해졌다.


"...없애야하나..."


무서운 생각도 들었다.






-






"뭐!? 임신?"

"야! 조용히 좀..!"


연지는 입안에 머금고 있던 맥주를 마저 삼켰다.


"야, 미쳤어? 사귄지 한...한달반?"

"..두달이야"

"아 됐고, 일년을 사귀었어 반년을 사귀었어? 고작 두달 사귀어놓고 임신??"


적잖이 당황한 것 같았다. 하긴, 나라도 믿기지 않았다.


"미친놈... 둘다 미쳤어...그래서, 낳고 기를거야?"

"모르겠어... 선배가 싫어할까봐, 그게 무서운거야"

"하, 그러면 없애겠다고?"

"...모르겠어..."


그녀는 결심한듯 술을 들이마시고는 말했다.


"그럼, 그냥 말해버려."

"응?"

"네 맘을 말하라고, 낳고싶은 거잖아, 그치?"

"당연하지..나랑 선배 아인데.."

"그럼, 낳고싶다고 말해. 그러면 어떻게는 할거 아니야 돈을주던가, 아니면 돈을 주던가."

"난 돈받고 싶은게 아니거든..."

"야, 너랑 애를 안키우겠다고 하면 돈은 받아야지, 안그래?"

"키우겠다고 할지도 모르잖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은 편하지 못했다.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오는 길을 연지가 데려다 준다고 했다.


"병신,"

"그게 임산부한테 할말이냐.."

"너는 임산부이기 전에 내 친구거든, 에휴, 어쩌다.."


빠앙-

자동차 경적이 울려 그곳을 돌아봤다.

선배가 차 안에서 창문을 열고 미소짓고 있었다.


"해솔아,"


그의 얼굴을 보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연지랑 술마신거야?"

"...응..."

"타. 집으로가자, 연지도. 데려다줄게"


연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됐어요. 괜히 커플 사이에 끼고싶지는 않네요. 저는 한대 빨고 갈테니깐 먼저 가세요. 야, 잘가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 올라탔다.


"..안전벨트 메고,"


말하는 선배의 목소리는 약간 화가 난듯 낮고 차가웠다.

차가 출발하고, 집에 거의 다 왔을때 선배는 말을 걸었다.


"연지랑 친해?"

"응...네? 아.. 친하죠"


딴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선배가 말하자 얼버무려 대답했다.


"그렇구나.. 그래도.. 내가 이런말 하는게 조금 실례인것 같기는 한데, 연지랑 너무 친하게 지내지 않으면 좋겠어"

"그게..무슨.."

"연지도 알파잖아, 혹시 모르는 거고..."


고개를 숙이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질투하는 건가?


"..싫어"

"..어..?"


왜인지 모르게 눈물이 떨어졌다.


"내가 왜, 나는 선배도다도 연지가 훨씬 편해요. 선배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윽... 진짜..."


그는 차를 멈췄다.


"잠깐, 해솔아. 왜그러는거야. 이유를 말해줘 내가 연지한테 그렇게 말해서 그래? 미안해"


선배는 나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나는 그의 눈을 피했다.


"너...!"


선배도 이런 나에게 살짝 짜증이 난 듯 운전을 계속했다.

집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려 먼저 집으로 갔다.

괜한 일로 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방 하나로 들어가 문을 잠궜다.

뒤늦게 온 선배는 방문을 두들겼다.


"해솔아!!해솔아!"


그는 불안한듯 내 이름을 부르며 문을 계속 두드렸다.

눈물을 훔치고, 선배가 오지못하게 문을 단단히 잠그고 스르륵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






아침이 됐다.

어제 들어왔던 방이 드레스 룸이었는지 옷가지들이 보였다.

문이 열려져있었다.


"딴건가.."


나가자 선배가 막 씻고 나온건지 허리에 수건을 두른 채 머리를 털고 있었다.


"아,해솔.."

"아침, 준비할게요"


부끄러운 마음에 주방으로 가서 브런치를 준비했다.


"드세요"


간단히 옷을 챙겨입고 나온 선배는 깨작깨작 먹기 시작했다.

그가 아침을 다 먹고, 나도 준비를 하려 의자에서 일어났다.

탁-

선배가 내 손을 붙잡았다.


"...?"


나는 그를 쳐다봤다.

평소 시크한 선배와는 달리 꽤 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해솔아.. 이야기좀 하자"


나는 선배를 따라 소파에 앉았다.


"미안해"


앉자마자 내게 사과를 했다.


"너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되는 건데, 연지랑은 오랬동안 친했으니깐, 뭔가 질투가 났던 것 같아"


선배의 얼굴이 빨개졌다.

나도 덩달아 얼굴이 붉어졌다.


"할 말이..있어요"


선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는 나를, 사랑해요?"

"당연하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고 말하는 선배에 뭔가 기분이 좋아졌다.


"있잖아요,나..."






-






삼백...육십...오..일...

달력에 체크를 했다.


"어,마, 엄,아"


방에서 아이가 아장아장 걸어왔다.


"어이구,"


우리엄마가 아이를 들어안았다

아이는 방긋방긋 웃었다.


"그래서, 어디로 다녀오려구?"

"그냥..휴양 할 수 있는데로 다녀오려구.."


엄마는 소파에 앉아 아이에게 장난감을 쥐어주고 나에게 얘기했다.


"그래, 내가 지하 볼테니 다녀와, 아이구 근데 벌써 일년이나 되고, 시간 참 빠르다야"

"ㅎㅎ.. 그러게"


나도 미소지으며 사진을 봤다.

지하도 벌써 걸어다니기까지 하고, 벌써 선배와 결혼한지 일년이 되어간다.


"코타키나발루는 어때? 예전에 출장때문에 가봤는데 괜찮더라구"


선배는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 일하고 있다.

선배 부모님께서 나를 탐탁지 않게 보시기는 하지만, 선배는 나와 지하를 받아주지 않으면 집을 나가겠다는 폭탄 선언을 했기에 부모님들도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받아주시기는 하신다.


"왜 대답을 안해? 어떻냐니깐?"

"응? 아, 잠깐 딴 생각좀 하고 있었어"


선배는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요즘 선배는 잘 삐치거나, 우는 일이 잦아졌다.


"응, 미안해, 또 삐지지마,"

"안삐졌어.."

"ㅋㅋ거짓말."


나는 웃으며 선배의 몸 위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그의 귀에 속삭였다.


"여행가서, 둘째 만들어 오는건 어때.?❤️"


선배의 입술을 혀로 핥으며 말했다.


"하여간..."


피곤한 생각은 접어둬야겠다. 지금은 행복하고, 앞으로도 행복할 예정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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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2-07 10:19 | 조회 : 7,228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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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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