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동굴

동굴 속에서 첫날은 어둠에 적응하는 데에 애를 먹었다.
위험을 피하기에는 이보다 좋을 수 없었으나 끝을 모르겠는 동굴의 깊이와 어둠에 적응하기에 하루라는 시간은 많다고 할 수는 없었다.

“거의 보이지를 않는데.....그냥 다시 밖으로 나가는 게 어때?”

“그래. 이건 정말 위험한 것 같은데? 한 치 앞도 안 보이는데 동굴은 끝날 기미도 안 보이네.”

둘뿐인 만장일치로 우리 둘은 동굴을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나가기로 결정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우린 그 끝에 도달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게 되었다.

“뭐야 방향을 잘못 든건가? 변정인 우리 얼마나 왔지? 한 1시간은 걸은 것 같은데?”

“1시간은 무슨 2시간은 지났을걸......분명 들어올 때는 10분도 돌아다니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야.”

“뭔가 이상하지.....?”

그렇다. 분명 들어올 때에 대비해 출구가 너무 멀다.
퀴퀴하고 축축하며 습하다. 악취는 나지 않지만 분위기 만으로도 기분이 더러워진다.
생물체라고는 보이지 않으며 믿을 수 있는건 만난지 하루도 채 되지 않은 이녀석....
믿을 수 있냐고 한다면 당연히 못 믿지만 이 상황에서 이녀석마저 사라져버린다면 정말....

“왜 이렇게 말이 없어? 혹시 쫀거야?”

“그래 쫄았다. 여기서 못 나갈 것 같아서 말이야.”

녀석의 말투는 자신은 하나도 겁을 먹지 않았다는 듯 했지만 녀석의 얼굴에 흐르는 식은땀을 나는 볼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차츰 눈이 어둠에 적응해가기 시작했다.

“점점 눈이 잘 보이는걸? 다행이야.”

“그러게 좀 낫네. 나는 안 보여도 괜찮지만~누구랑은 다르게 겁이 없어서 말이야.”

“까불지 말고 앞이나 제대로 봐.”

그렇게 잡담을 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변정인 너는 어떻게 죽은거야? 생각해보니 듣지를 못했네.”

“부끄럽지만 아사했징~배고파 죽었다 이말이야! 배고파 죽은 귀신은 떼깔도 곱다고 했나?”

“반대일걸 머저리야. 근데 이건 도대체 언제 끝나는거야? 또 죽어야 하나?”

그러나 내 물음에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오는건 침묵뿐

“야 너 도대체......?”

옆을 돌아본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옆에 있던 녀석이 사라졌다.
그 외를 돌아봐도 결과는 마찬가지, 그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뭐야 씨발....장난치지 마.......”

돌아오는건 여전히 침묵뿐이었다.
내가 헛것을 보아왔던 건지 고민하던 찰나 내 얼굴에 실 하나가 내려앉은 걸 확인했다.

“실........?”

나는 무작정 반대편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항상 봐왔던 클리셰들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쪽이냐! 거기 있으면 소리든 뭐든 질러봐 병신아!!!!!”

‘끼기기긱....끼긱.....끄가극...’

‘역시 그거군.....잡혀간거지?‘

“기다려!! 조금만 버티라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공포심보다는 초조함이 앞섰다.
분명 변정인, 그녀석은 초면에 내게 칼을 꽂아넣은 미친놈이지만....이상하게도 증오는 금방 풀리고야 말았다. 심지어 이 짧은 사이에 나는 그녀석에게 일종의 정감마저 느끼기 시작했다.
땀이 미친 듯이 나고 손발이 후들거렸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녀석을 되찾는 것 이외에는 무엇도 생각할 수 없다.

“아악.....! 젠장 뭐야.......?!?!!!”

흠칫.

나는 순간적으로 숨을 멈췄다. 내 발을 걸었던 그것은.........그것은 내가 상상한 돌맹이 따위가 아니었다. 그건 도륙난 팔이었다.

“으웁.........”

구역질이 나는걸 간신히 참으며 무시하며 달렸다. 물론 평상시 나였다면 쫄아서 움직일 수도 없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점점 선명해지는 비릿한 피냄새와 퀴퀴한 공기가 섞인 분위기에 나는 확신이 들었다.

“변정인!!! 살아있는거냐!!!!”

‘끼기긱.......끼긱!!!’

내가 본 것은 매우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거미줄에 묶인 녀석이 마치 식료품 창고의 고깃덩이마냥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젠장 당장 구해줄게!!!”

“으브븝!!!!!읍!!!!!”

“좀만 참아.....!”

괴로움 그 자체를 표현하는 듯한 소리가 거미줄에 막혀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피와 땀은 섞여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광경을 연출했고 거미줄은 그 위에 기괴함을 정확히 담당하고 있었다. 녀석의 사지는 한 군데 멀쩡한 곳 없이 좌반신은 살갗이 찢어져 있었고 우반신은 대부분이 절단된 상태였다.

“늦어서 정말 미안해.....!”

“흐아으윽.......케엑.......거미새끼......죽여버려........제발...제발!!!!!”

“알았다........조금만 기다려.....어떤 건지는 몰라도 내가 조져버릴테니까...!”

나는 숨을 가다듬을 새도 없이 거미줄을 마구잡이로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아까 들은 기괴한 소리는 분명 거미의 것이다.
하지만 멀리 있었던 것처럼 들렸으니 이렇게 마구잡이로 거미줄을 헤다보면 분명 녀석을 부를 수 있을거라 확신하며 나는 검을 들었다.

“올테면 오라고 짐승새끼야.....!!!!”

‘끼기기긱!!!!!!!끼기그극!!!!!!!’

기괴한 파열음은 내게 고작 2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이미 눈은 어둠에 적응해 있었다. 짐승새끼의 모습 정도는 볼 수 있었다.
내가 본 것은 기괴한 무언가였다. 간신히 거미라고는 할 수 있으나 사람의 팔을 8개의 다리 대신에 달고 있었으며 입은 마치 낫이라도 되듯 긴 도신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변정인의 우반신을 반쯤 절단해버린 건 저 입임이 확실했다.

“상상한 것보다도 더럽고 흉측해.....! 이 짐승새끼야 죽여주마.”

그것은 예고도 없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8개의 인간의 팔이 철퍽거리며 뛰어오는 광경은 정신적으로 굉장한 충격이었지만 그런 것보다도 검을 들고 녀석을 베는 것에 집중했다.

“이거나 쳐먹어라!!!”

‘끼그악 구에엑!!!!!!’

나는 허리를 숙이며 녀석의 복부에 도신을 꽂아넣었다. 마치 강철과도 같은 감촉에 움찔했으나 내 손은 가속을 멈추지 않았다.
녀석의 내장에 도신이 박히는 감촉이 들었다.

“여기구나!!!!!!!끝을 보자고!!!!”

나는 손잡이를 우측 방향으로 돌려 녀석의 내장을 휘져었다.

‘끼그아아악!!!!!!끼에에엑!!!!!!’

“겨우 이정도로 그런 비명소리냐고!!!!!뒈져버려라!!!”

내가 얻은 어드밴티지는 괴력...써먹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나는 손에 잡은 검을 놓고 거꾸로 돌아 꽂혀있는 검을 혼신의 힘을 다해 찼다.
검은 미끄러지듯 녀석의 배를 가르고 단숨에 어깨부분까지 갈라버렸다.

“끝이다!!!!!!!!!!”

녀석의 복부에서 내장이 흘러나와 내 몸을 적셨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변정인에게 달려갔다.

“괜찮냐! 저새낀 죽었어...끝났어. 이제 안심해도 돼.”

“정말 고마워........상처도...아으..곧 나을거야..크윽...아악.....”

“아무 말도 하지마....잠시 가만히 있어....”

우리는 숨을 고르며 서로를 마주보고 그 상태로 모든 상처가 회복되길 기다렸다.

“잘 버텼다.”

“도와주러 와서 고마워.”

그 순간 변정인의 몸은 전부 복원되었고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무슨 의미야?”

“이제는 동료가 아니라 친구잖아.....?”

“이제 와서? 크핫.......하하하하하”

“뭘 그렇게 웃는거야.....흐흫.........하하하하하”

우린 그렇게 한참을 웃고 나서야 일어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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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0-30 02:39 | 조회 : 554 목록
작가의 말
캌푸치노

외고 입시가 가까워졌습니다. 빨리 입시 준비 끝내고 소설에만 전념하고 싶네요.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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