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검과 이점

2계층에 발을 딛은 순간 내 머리가 하얗게 정리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 실제로 정리되어 잊어버린 건 없으니 썩 나쁜 일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시원하기까지 했으니 청소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
어쨋든 난 2계층의 푸른 풀밭에 도달했다.
드디어 짐승들의 소리가 들린다..........적어도 쓸쓸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아.......혼자 있는 것보다는 낫지만.....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네."

순간 풀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짐승인가?
짐승이라고 해도 싸울 방도가 없다.

'어떻게 할까.........아무것도 없는데........도망이 답인가?'

나는 전속력으로 도망쳤다. 한기가 등을 타고 내려왔다.......
살이 갈라지고 뼈가 페이는 고통과 함께 동맥이 잘리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돌로 내리찍은 듯한 느낌이 아닌 날카로운 무언가가 깊숙히 박힌 것이다.

"끄아아아아악!!!!!!뭐야!!!!!!!어떤 개자식이!!!"

"왜 그러게 갑자기 도망을 가......."

'사람?'

"이런 미친..........누구야!!!!!!!!"

"죽이려는 건 아니야......그렇지만 독이 있으니까 조금 아프긴 할거야......"

'독?'

불길한 예감이 내 머리를 스쳤다......다가올 고통에 뇌는 대비하도록 근육을 수축시켰다.
하지만 그런 걸로는 이런 류의 고통을 막을 수 없었다.

"제기라아아아아알!!!!!!!너어어어!!!!!!!!크아아악!!!!!!!"

나는 고통을 뼈저리게 느끼며 이름 모를 상대방에게 소리쳤다.

"10분이면 나아. 너도 알지 대충은?"

"미친놈이......!!!!"

"그럼 잠시 여기서 기다려줄게."

그 이후 10분동안 나는 알아차린 게 있었다.
독은 3분이면 거의 고통이 완화된다. 하지만 거동이 상당히 불편할 것이다.
물론 지금은 녀석의 방심을 위해 아예 못 움직이는 척 하고 있지만 도저히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일단 협상을 해보기로 했다.

"후..........그래서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아......그냥 맞춰본건뎅?"

"미친새끼......그리고 그 칼은 또 뭐야?"

"어 설마 칼도 못 뽑는 거야?"

"무슨 칼을 말하는거야?"

"1계층의 바위에 적혀 있었는데?"

바위라.........거기까지는 보지 못했다.........

"그래, 그래서 어떻게 가지는 건데 그런 칼."

"간단해. 그래도 일단 약속 하나 하지?"

"말해봐."

"나를 죽이지만 말라 이거야. 난 너랑 원만하게 지내보고 싶거든."

"칼 던진 놈이 그런 말을.....그래 약속하지. 방법이나 알려줘"

"그래! 약속한거야! 공중에서 주먹을 쥐고 죽었을 때를 상상해봐."

"죽었을 때...?"

흩날리는 피......뼈가 으스러지고 비틀리면서 근육이 찢어지고 살갗이 벗겨지며 모든 신경이 한 곳에 잡히는 듯한 그 기분.....
몸이 저절로 떨려오기 시작했다.

'무섭다.......두렵다.....'

두 눈의 초점은 흔들리기 시작했고 온몸에서 식은 땀을 흘리며 떨기 시작했다.

"침착해. 이제 심호흡 하고 잊어버려. 니 손에는 이미 쥐어져 있으니까."

'뭐라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내 손에는 고대 처형 집행인들이 쓸 만한 집행검이 들려 있었다.

"이건.........무겁지 않잖아....?"

"어? 검의 무게는 그대로 느껴질텐데? 아니면 그게 너의 어드밴티지인가?"

"어드밴티지? 이점이라고?"

"모든 검에는 어드밴티지가 있어. 나같은 경우에는 기본으로 도신에 독이 발라져 있지."

"그럼 나는 근력 강화같은 건가? 검을 들 수 있게 해주는 어드밴티지는 아닐 거 아냐?"

"그런 것 같네. 시험 삼아서 뭐라도 해보지 그래?"

"좋아 일단 기본적인 주먹부터."

복싱에서 흔히 스트레이트라 부르는 타격이었다. 진심을 다해 쳤더니 나무에 마치 커다란 해머로 친 듯한 자국이 생겨났다.
생각해보니 나무를 진심을 다해서 쳤는데도 손이 살짝 붉어진 것 빼고는 별 일이 없었다.
분명 근력에 맞는 내구성마저 갖췄을 것이다.

"이정도 근력에 내구성까지........땡 잡은건가?"

"어드밴티지는 상성 문제라고는 하지만.....이건 상성을 따질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

"다행이네. 꽝은 걸리지 않았잖아."

"다행인 정도가 아니라......이 쓰레기 같은 곳에서는 정말 행운이라고."

말을 들어보니 2계층은 꽤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세처럼 법도 무엇도 없으니
굉장히 평화로운 듯 싶지만 누군가 죽어도 누구 하나 해결하지도 뭣하지도 않는 곳이라고 한다.

"정말 지옥이잖아? 이런 어드밴티지를 가진 걸 다행이라고 여겨야겠군....."

"그렇다니까? 뭐 좌우간 앞으로 친구로서 잘 지내보자고! 나이는 지옥이니까 상관 없지? 난 변정인이야."

'생각해보니까 통성명도 한 적이 없네'

"그래 내 이름은 서진호야 잘 지내보자고 지옥에서."

일단 변정인의 의견대로 마땅한 동굴을 찾아서 그 안에서 쉬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는 사흘간 햇빛을 볼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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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0-21 02:33 | 조회 : 397 목록
작가의 말
캌푸치노

에버노트 오류 조지네요 걍 한글로 쓰는 게 편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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