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민

중학교 점심시간, 나는 옥상에 앉아 있다.
평소에는 옥상이 자물쇠로 잠겨 있기에 들어가지 못 하였다.
그러나 요즘, 옥상 문이 열려 있는게 빈번해졌다. 그렇기에 옥상에 있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나처럼 혼자 있고 싶은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피곤해서 라던가, 친구가 없어서 라던가, 따돌림을 당하고 있어서라는 이유들 말이다. 나같은 경우는 마지막 경우다.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
나는 어릴 때부터 혼자였기에 이런 상황에는 익숙하다.
애정과 행운, 사랑을 못 받고 태어났기에 사람들의 시선에서 경멸, 분노, 저주를
받아내고 있다. 사랑.. 그딴건 내가 얻어 본적도 없는 존재다.
나의 본 적도 없는 어머니는 날 낳고 그 날 저녘에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내가 어릴 적에 돌아가셨다. 나와 같이 버스를 타고 놀이공원을 가던 중,
트럭 한대가 내가 타고 있던 버스를 치는 바람에 그 도로 위는 피로 물들고 있었다.
모두가 죽어가고 있을 때 본 하나의 장면. 아버지가 날 보호하여 주는 것.
그나마 느껴봤던 마지막인 사랑이자 애정이었다.
그 날, 나도 죽을 각오를 하고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나만 살았었다.
트럭 운전대를 잡고 있던 사람, 그 옆에 앉아있던 사람, 버스 운전기사, 버스 승객들,
주변에 휩쓸린 사람들은 다 죽었다. 오직 나만 빼고.
나는 혼수상태 1달과 중상을 거치고 환자가 아니게 되었다.
아버지의 장례식은 이미 끝났었고 이제 무얼하고, 어딜가야 할지 모르기에
나는 병원 앞에서 멍을 때리며 앉아있었다. 그때 고모가 나타나서 나를 데려가주었다. 나는 한 줄기의 희망이 생겼었다. 하지만 그 희망이 부서지고 말았다.
그날 밤, 고모와 고모부가 하는 말을 들어버렸다. 나 같은건 불운을 몰고 온다던지,
애새끼를 키워야해서 피곤하다던지, 얼른 커서 고등학교 다니기 시작하면 기숙사로
보내야겠다던지, 여러가지 말 들을 들어버렸다. '나 같은게 있으면 근처 사람들이
불행해진다.' 이 생각을 기준으로 어쩔 수없이 난 사람들과 멀어져야 겠다 생각했고,
일찍 철이 들어버렸다. 고작 6살에 나이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사람들과 멀어지다보니 신을 싫어하고 증오하기 시작했고,
인간관계마저 무너져서 이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되돌아보니 쓸모없고 이유없는 인생이었다.
이 상태로 아무도 날 모르는 세계에 가서 조용히 살다가 죽고 싶다...
아니, 그냥 이 자리에서 죽고 싶다. 내가 아무리 신을 싫어하더라도 이 정도는
들어줘야지 않겠나? 신이 있다면 날 이 자리에서 죽여줬으면 좋겠다.
.
.
.
"신이 진짜 존재한다면 제발... 제발... 저를 죽여주세요...
처음이자 마지막인 소원입니다.."
.
.
.
그 순간 내 몸이 빛으로 감싸졌다. 나는 그 상태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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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9-29 21:00 | 조회 : 921 목록
작가의 말
MinSol_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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