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불안감 뒤에 숨은 행복./8화 5년 뒤. [끝.]

-제7화 불안감 뒤에 숨은 행복.-

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는 적막감이 맴돈다.
그 고요함을 만끽하고 있던 중 기연이 먼저 입을 연다.

"지금은 좀 괜찮아요?"

"응 덕분에~"

"선배."

"응?"

"사실 그 여자는요."

-따르릉-

아 진짜 타이밍 한번 끝내주네...
정말 중요한 말을 들을 타이밍이었는데...
한숨을 쉬곤 차 시트에 몸을 맡겨 잠을 청한다.
방금 난 내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했다.
하지만 그만큼 내가 안고 갈 짐이 많아진다는 소리다.
여자와의 연애도 해 본적 없었던 나는 남자와의 연애라고 쉬우리라는 것은 없었다.
솔직히 지금 기분이 좋지는 않다.

"제가 이따 전화드릴게요. 누나."

옆에선 급하게 전화를 끊곤 내 눈치를 본다.
눈을 감고 고개를 창문 쪽으로 향하곤 애써 자는 척 연기를 한다.
누나라고 하는 여자는 누구냐고 따지고 싶다.
하지만 난 여자가 아닌데.
절대 귀여울 리 없는 건장한 남자다.
솔직히 두렵다.
그리고 불안하다.
여자라는 성별은 남자에게 아이를 내려줄 수 있다.
남자는 해 줄 수 없는 것.
눈을 감고 많은 것을 떠올리고 또 지워낸다.

"선배 자요?"

아무 말도 없이 눈을 감고 그대로 자는 척 연기를 한다.
기연을 사랑했지만 그만큼 두려웠다.

"선배."

그가 부르는 소리는 달콤했다.

"사랑해요."

울컥.
냐가 방금까지 생각하고 불안해 왔던 것들이 모두 사라져간다.
나도 그를 사랑한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너....너 진짜..."

슬그머니 눈을 뜨고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기연을 바라보았다.
그때 기연이 날 바라보며 놀란 눈으로 외쳤다.

"선배...? 어디아파요?!"

난 그대로 눈을 감고 말했다.

"기연아... 사랑해."

그리곤 눈을 살짝 뜨고 옆을 바라봤다.
얼굴이 붉어져 그도 함께 눈물을 흘린다.

"왜 울어 바보야..."

"제가 더 사랑해요."

"알았어... 자식."

피식 웃음이 흘러나온다.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란말이냐.
큰 불안감을 더 큰 행복감으로 덮어씌운다.
우리는 지금 사랑을 하고있다.

-

집에 도착해서 기연이 날 소파에 앉힌다.
내 앞에 정자세로 앉아 사과를 한다.

"선배 죄송해요."

"뭐...가?"

대충 예상은 간다.
그 여자가 누구고 무슨 사이인지.
그거에 대한 거겠지.

"사실 그 여자는."

침을 꼴깍 삼킨다.
난 지금 무슨 말이든 들을 준비가 돼있다.
눈을 질끈 감는다.

"저희 이복 누나에요."

"엥?"

속으로 한다는 게 무의식적으로 밖으로 튀어나왔다.
이복누나... 라면 재혼가정인가?

"누나라고..?"

"네 이복누나. 누나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아아..."

근데 왜 집까지 찾아와서 문을 두드렸는가.
너무 궁금했지만 묻지는 못했다.
내 이런 마음을 읽은 건지 기연이 먼저 말을 꺼낸다.

"누나가 찾아온 이유가 어머니 아버지를 뵈러 가자는 말이었을 거예요."

"다녀와도 됐는데."

"사실 저 부모님 안 뵈러 가지 3년 정도 돼가요."

"그럼 어디에서...?"

"저야 뭐 학교에서 살았죠. 예체능 학교 선수 유망주라서 숙식 제공해 주시더라고요."

그럼 왜 부모님을 안 만나 뵀어?
목구멍까지 나오기 직전인 말을 억지로 구겨 넣는다.

"누나의 어머니 때문에 저희 어머니가 원하지 않는 이혼을 하셨거든요."

나는 아무 말 없이 기연의 손을 잡았다.

"저희 어머니는 아버지 때문에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차 파편이 눈에 튀셔서 제가 기억에 없을 때부터 시각장애 2급 장애인이셨어요."

"아..."

말을 끝마치고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고 있는 기연의 얼굴과 마주한다.
그런 기연을 안고 등을 쓰다듬어준다.
인고 있던 넓은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한다.
벌써 두번째다.
이 예쁜 아이가 울지 않았으면 하는데.
앞으로는 울음보다 웃음이 더 많은 날들을 만들어줘야겠다.
속으로 다짐했다.

"울지 마."

"선배는 절 떠나면 안 돼요."

"알겠어~"

떨리는 몸을 안고 말한다.
또 쓰다듬는다.
-7화 불안감 뒤에 숨은 행복 끝.-

-8화 5년뒤-

5년 전 27살의 이 태호.
5년 전 26살의 유 기연.
우리는 그 때 열렬히 사랑을 줬고, 사랑을 받았다.
우리의 사랑은 어느 무엇과 비례할 것이 안됐고 그 행복은 서로에게 힘이 되었다.

5년 후 32살의 이 태호.
5년 후 31살의 유 기연.
많은 것들이 바뀌어있었고 우리도 바뀌어갔다.
서로를 사랑함에는 변함없었다.
기연은 팀의 가장 선배가 되어있었으며 은퇴식을 앞둔 가장 나이가 많은 팀의 에이스였다.
태호는 어디서든지 볼 수 있는 흔한 체육교사가 되어있었다.
또 자신이 젊고 현역 선수였다는 게 학교의 작지만 큰 자랑거리가 될 수 있었다.
문제는 남고라는 사실에 기연이 불안해 하는 것뿐.
뭐, 그것 덕분에 유명 배구팀의 남자가 항상 체육 선생님을 퇴근시간마다 태우러 온다는 소문이 쫙 퍼지고 퇴근 때마다 그 차 앞에 학생들이 모여있기도 하지만 나쁘지 않다.
오늘은 차 밖에 나와서 얘들한테 인사하고 있네.

"얘들아! 어서들 집에 가. 부모님들 걱정하실라."

"쌤! 유기연 선수 맞죠?!"

"에...음... 얼른가라...!"

"쌤 유기연 선수랑 무슨 사이에요!"

"시랑하는 사이."

기연이 한마디 툭 던지곤 차에 올라탄다.
기연의 한마디에 시끄럽던 주위가 한순간 조용해지곤 잠시 뒤 시끄러워지기 시작한다.
이때다 싶어 차에 타오르는데 들리는 소리.

"예쁜 사랑하세요~!"

어우 창피해.
그 소리들 마저 출발하는 차의 엔진 소리에 금방 묻히고 말았지만.

"걸어서 5분도 안되는 거리 차로 태우러 올 필요 있냐..."

"물론요."

"벌써 거의 도착했구만."

"올라가요 형."

우리들의 자취집에 도착해 차에서 내린 뒤 집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너는 얘들한테 무슨 소리를 한 거야!"

"사실인데요 뭐."

기연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한다.
그런 기연에게 주먹을 쥐고 다가서자 기연은 내 손목을 붙잡곤 입을 맞춰온다.
도망가려 몸부림치니 현역 선수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이젠 안 놓쳐요."

기연이 내 볼에 쪽 키스를 하곤 바라본다.

"이게 아주 능구렁이가 다 됬어...?"

"다 형 덕분이죠~"

이번엔 화낼 새도 없었다.
기연이 날 안아들고 던져버리는 바람에.

"형 저 지금 급해요."

하곤 아까와는 다르게 부드럽게 입을 맞춰온다.
나는 그에게 자연스럽게 몸을 맡겼다.

-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또 열렬히 사랑해간다.
어느 날은 싸우기도 하고 한쪽이 삐치기도 하고.
화해하고, 다시 사랑하고.
그것이 우리의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아무리 미워도 화가 나도 결국 서로에게 돌아오게 돼 있다.
우리에겐 사랑이라는 믿음이 있다.
언제나 언제까지나 서로를 사랑할 것이다.

"사랑해 유기연."

"저도요."

서로를 꽉 껴안으며 주문처럼 말을 반복한다.

"사랑해."

"사랑해요."

-제9화 5년 뒤 끝-

[좌절 그리고 희망 끝.]

와 한 소설이 끝이 났어요!
기쁘네요. 오메가 버스 소설 쓸 때는 막 던져놓고 후회할 줄 알았는데 그래도 끝이 났네요.
이 이후로는 기연과 태호가 외국으로 떠나서 결혼하거나 태호의 호적에 기연을 넣어 살아가지 않을까요.
태호는 육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입양을 해서 둘이 함께 사랑으로 키워나가지 않을까도 싶네요. 남자아이라면 태호에게 매일 붙어있는 아이에게 질투할지도...?ㅎㅎ 그럼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ᵔᴥ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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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2-09 19:24 | 조회 : 1,096 목록
작가의 말
VU

한 소설이 완결났네요! 기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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