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폭탄 어릿광대 부미


오늘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지하철과 막히는 출근길이 인상적인 한 도시. 아침부터 무슨 일인지 나와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 아침부터 빌런과 히어로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이봐! 진정들 좀 해! 도시가 다 망가지잖아!”
밑에서 이 상황을 보고서로 써야하는 경찰관은 속 터져 죽을 지경이었다.

“앙~~~? 망가지라고 하는 거다! 초능력자들을 감시하고 차별하는 이런 나라는 부서져야 된다고!”
그는 빌런 ‘부미’, 어릿광대 분장을 하며 나타나는 그 빌런은 초능력자에 대한 사회의 은근하고도 확고한 차별을 없애야 하며, 감시하는 듯한 제도를 폐지하라고 외치는 빌런이었다. 그는 빌런명 그대로, 폭탄을 이용했는데, 그의 초능력이 폭탄을 만들어내는 초능력이기 때문이다. 그의 능력은 자신이 원하면 무기물을 폭발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초능력에는 제한조건도 있는데, 그의 경우에는 한 손으로 던져야만 폭발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형 폭발은 아직 일으키지 못한 빌런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런 그의 능력을 최대한 막기 위해 경찰이 호출한 히어로는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만든 직사각형 내의 물체를 보며 윙크를 하면 대상을 얼릴 수 있는 ‘얼음 사진사’였다. 참고로 그의 초능력은 한 개의 물체를 얼릴 때마다 물체의 질량에 비례해서 몸에서 냉기가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그의 저체온증을 막기 위한 특수 수트를 입고 싸우지만, 엄청난 양은 한 번에 얼릴 수 없다.

“아무리 내 폭탄을 얼린다고 해도 결국 모두 얼리지는 못하는군!”
부미의 득의양양한 목소리에 짜증이 난 얼음 사진사는 폭탄연기가 가신 틈을 타 이번에 날라가는 폭탄들은 무시하고 부미를 얼리려고 했다.

그 때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우, 활기찬 분들이시군요. 그런데 잠시 멈춰주시죠.”
그 말이 끝나자마자 부미와 얼음 사진사는 각자 가까운 건물에 달라붙어 버렸다.

“이봐, 당신은 뭐야? 꼴을 보아하니 비행 초능력자라고 깝치면서 히어로 놀이라도 하려나 본데. 여기는 그 유명한 히어로 얼음 사진사와 빌런 부미의 싸움이 일어난 위험한 곳이라고! 괜히 다치지 말고 다른 시민들처럼 얼른 대피해!”
폭탄 연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경찰관이 말했다. 위에 있는 그는 익살스럽게 웃고 있는 가면을 쓰고 있었고, 검정색으로 된 양복을 입고, 와인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으며, 검정색에 빨간 띠가 있는 중절모를 쓰고 있었다. 밤색 구두는 반짝반짝 광이 났으며, 하얀 지팡이는 마치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신사들이 가지고 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이런. 저는 히어로도, 빌런도 아니지만 조금 시끄러워서 와봤습니다. 시끄러운 곳에는 쇼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 때 폭연이 걷히고 건물 벽에 붙어서 꼼짝도 못하는 히어로와 빌런의 모습이 보였다. 둘러싸고 있던 경찰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누가 한 일인지 눈치 챈 경찰이 총을 뽑아서 그를 겨누려 했으나 그는 어느새 싸움을 통제하고 있던 경찰들의 포위망 한가운데의 부미와 얼음사진사 사이에 서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쇼를 시작하겠습니다~! It's show time!”
그러고나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더니 가면의 사나이는 말을 이어나갔다.
“먼저, 저는 스마일 마스크라고 합니다. 공연 중 주의사항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놈 잡아!”
그 순간 경찰들이 일제히 스마일 마스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첫째, 쇼가 진행되는 도중에는 정숙해주십시오.”
경찰들이 달려드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가 말했다.
“어길 시에는 쇼에 동참하신 것으로 알고,”
사방에서 고함을 지르며 달려드는 경찰들이었으나 역부족이었다. 스마일 마스크가 지팡이로 바닥을 한 번 치자 모두 밀려서 날아가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쇼의 일부분으로 만들어 드립니다.”
“시작부터 멋진 퍼포먼스구만.”
부미가 말했다.
“이야, 역시 저와 함께 쇼를 할 사람은 통하는 것이 있군요.”
“뭐라고? 내가 왜 너랑 같이 이런 짓을 해?”
그러자 스마일 마스크가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부미는 그 손에 순식간에 달라붙게 되었다.
“뭐, 뭐야?”
“자, 오늘의 쇼는 저의 공연 팀에 들어오게 될 부미 군의 소개와 저의 등장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쇼입니다! 첫 공연부터 팀원을 얻다니 정말 운이 좋습니다~!”

“너, 지금 하는 일이 무슨 일인지 알아? 경찰과 히어로의 공무를 방해한 거라고!!!”
아직도 벽에 붙어있는 얼음 사진사가 끼어들었다.
“아~사진사 분께서는 사진 찍으실 수 있으면 얼른 찍기나 하시고! 오늘은 부미 군과 폭발 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스마일 마스크가 무시한 채 진행했다.

“자, 부미. 내 말대로 하면 너는 평생 못 해봤을 놀라운 쇼를 할 수 있다.”
“뭔데?”
“자동차 폭탄”
스마일 마스크가 부미에게 속삭였다.
“자동차? 야, 나는 한 손으로 던져야만 폭탄이 된다고!”
“그럼 보여주도록 하죠.”
스마일 마스크의 말이 끝나자마자 경찰차 하나가 떠오르더니 부미의 오른손 위로 왔다.
“자, 어디를 부숴 볼까요? 아, 저기 쓸 데 없어 보이는 전화박스가 좋겠군요. 스마트폰이 있는 이 시대에 왠 전화박스인지... 던지세요!”
부미는 이 상황이 혼란스러웠다. 어디서부터 이렇게 됐는지는 기억도 나질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뒤에 있는 스마일 마스크를 이길 자신이 없어졌다. 손가락도 까딱 안하고 자동차를 옮기는 괴물 아니던가! 무조건 말을 듣기로 하였다.

부미는 떠올라 있는 경찰차를 전화박스 방향으로 힘껏 밀었다.
그리고 경찰차는 전화박스에 부딪히자마자 커다란 폭발음을 내며 폭발했다.
경찰차는 폐차 직전의 상태로 도로를 나뒹굴며 불타고 있었고,전화박스는 산산조각나 형태를 찾을 수 없었다. 옆에 있던 가로수도 뚝 부려졌다.

“Oh~~~~~~YEAH!!!! 부미와 스마일 마스크의 첫 합동 쇼가 성공했습니다!!! 여러분 박수!!!! 사진은 찍어놓으셨나요?”
스마일 마스크가 펄쩍펄쩍 뛰며 호들갑을 떨었다. 섣불리 진입을 하지 못하고 있던 경찰들도 입이 쩍 벌어진 상태였다.
“자, 이제 저의 스카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나요, 부미?”
“좋아. 그러도록 하지.”
“좋아요 그러면... 쇼의 막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스마일 마스크는 부미와 함께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명함을 한 무더기 뿌렸다.
“자, 스마일 마스크의 공연이 필요하신 분은 그곳에 적힌 주소와 전화번호를 이용하세요~~~~!!!! 지금까지 스마일 컴퍼니의 대표, 스마일 마스크였습니다!!!!”

뒷수습으로 정신없는 경찰들과 얼음 사진사를 남겨두고 날아가던 중에 부미가 고용계약서와 스마일 컴퍼니라는 회사에 대해 신나게 설명하고 있는 스마일마스크에게 질문을 했다.
“근데 스마일 컴퍼니라고 하는 회사, 회사원은 있어?”
“저밖에 없습니다만? 아, 그래서 말인데요, 원하시는 직책 있으신가요? 부서는요? 첫 직원이니까 우대해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부미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나 따라가지 말라는 말은 어릴 때가 아니라 나이 먹어서도 통하는 말이라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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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8-29 22:08 | 조회 : 1,008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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