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최악의 만남(4)

소녀는 행복했다. 비록 부모님은 서로 사랑하는 것이 아닌 비지니스적 관계로 소녀와 소녀의 오빠를 낳았지만 오빠는 소녀에게 상냥했고 사랑을 주었다.

가끔 얼굴보러 와주는 어머니도 그렇지 않은 척을 하고 있지만 남매를 볼때면 표정이 풀어졌고 아무리 바빠도 꼭 한번은 남매의 얼굴을 보러오며 용돈을 챙겨주었다.

그리고는 부족한건 없는지 불편한것은 없는 꼭 물어보고는 했다.

비지니스 관계였기에 아버지의 눈치를 봐야 했기 때문에 어머니는 대놓고는 절대 남매들에게 사랑을 줄수는 없었다. 관심을 주는 것도 꼭 명분이 필요했다.

그래서 어머니는 사랑은 못주어도 부족하지는 않게는 키우기로 했는지 항상 무언가를 못주어서 안달이었다.

소녀는 그런 어머니가 좋았지만 소녀의 두살차이 나이 오빠는 달랐다. 오빠는 언제나 소녀를 제외하고는 관심이 없다는 느낌었고 그 누구도 믿지 않았다.

소녀는 그것이 마음이 아팠다. 조금더 타인에게 다가서 어울리면서 그렇게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마음을 열수있는 누군가와 행복해지길 소녀는 진심으로 바랬다.

그래서였다. 평소 한번도 빠진 적이 없는 학교를 몰래 빠져나가 베타들이 많이 사는 곳에 발을 돌린것은.

우성 알파와 오메가와에게 극도의 경계 상태인 오빠에게는 베타친구가 있다면 혹시라도 마음을 열고 조금이라도 편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상류층인 알파나 오메가의 삶이 아닌 베다의 삶이 알고 싶었다.

하지만 어린 소녀의 눈에 보인 것은 어둠침침하고 우주충한 하늘처럼 생기없는 베타들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소녀는 크게 충격을 받았다. 그저 성별의 차이로 이렇게 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소녀는 그날 처음 알았다.

그대로 도망칠려고 하였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때 열성인듯 정제되지 않은 알파의 러트에 말려들었다. 초 극우성 이라고 하더라도 소녀는 오메가였다. 거기다 아직은 오빠처럼 페로몬을 다루법을 잘 몰랐다.

손목을 붙잡혀 여러명의 열성 알파에게 둘러쌓이자 소녀는 공포로 몸이 굳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목을 물리고 소녀는 비명을 질럿지만 이내 거친 손에 의해 입이 막혔다.

그저 페로몬을 더 멀리 보내어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랄뿐이었다.

고급진 교복이 거친 손길에 찢기고 하얀속살이 드러나자 열성 알파들의 페로몬이 더 공격적으로 달려들었고 소녀는 무서워서 그저 울었다.

그때였다.

한줄기의 빛같은 목소리가 들린것은.

그리고 기분나쁜 열성 알파의 페로몬이 사라진것은.

‘그 사람’이 나타나자 이상하게 마음속의 깊은 곳에서 안도감이 흘러나왔다. 안도의 눈물이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분명 페로몬을 내보내고 있는 것도 아닐텐데 ‘그 사람’의 재취에 더 가까이 가고 싶었다.

마치 갓태어난 아이가 자신의 어미의 본능적으로 원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쉬이, 괜찮아.”

“자고 일어나면 모든것이 괜찮아져 있을거야.”

‘그 사람’의 목소리가 사냥한 손길이 채취가 모든 신경을 진정시키는 느낌이었다. 붙잡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 사람’의 말대로 잠들어야 할 것 같았다.

어미의 말에 따르는 아기 새처럼 소녀는 깊은 수마에 빠져들었다.

다시 눈을 뜬 것은 소녀의 오빠의 손에 의해서였다. 오빠를 보자 다시 눈물이 흘러나왔고 오빠는 그런 소녀를 꼭 품에 안으채로 차에 태워서 데려갔다.

저를 겁탈하려고 했던 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묻고 싶었지만 오빠는 어머니가 알아서 처리했다고만 말하며 아무것도 알려고하지 말고 쉬라고 하였다.

그 이후 소녀는 불면증과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잠에 들면 항상 그날의 악몽을 꾸었고 괴로움에 몸부리치다 상처가 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자해까지 하게 이르렀다. 밥과 물에 손을 안댄지가 오래였으며 고통스러울때 는 항상 욕조에서 찬물에 몸을 담구어 조금이 라도 그 고통을 잊을려고 하였다.

스스로도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오늘도 죽은 듯이 보낸 소녀는 문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깜짝 놀랐다. 문의 너머에 있는 것이 누군지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았다.

노크소리가 들렸다.

당장가서 문을 열고 그 품에 얼굴을 묻고 울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이 초라하고 볼품없는 모습을 어떻게 생각할까 싶어서 차마 문을 열수가 없었다.

“괜찮아.”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가슴속에 응어리가 풀어지듯이 편안해졌다.

“무서우면 거기서 있어도 돼.”

저 상냥한 목소리가 너무나도 듣고 싶었다. 다시 한번 만나고 싶었다.

“혹시 나 기억하면 이 문을 열어줄 수 있을까?”

서두르지 않고 나를 기다리는 배려를 해주는 상냥한 사람. 어머니에게 받아 본적이 없는 따스함을 알려주는 사람.

소녀는, 서은하는 한번도 그 사람을 잊은 적이 없었다.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 한줄기의 빛의 너무나도 눈부셨다. 그 때의 그 순간이 마치 머리속에 각인되듯이 새겨졌다.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어두운 방에서 문으로 가서 문고리를 열어 당겼다. 그러자 눈부신 빛이 은하를 맞이하였다.

“안녕. 나 기억해?”

분명 그때와 많이 달라진 모습일 텐데도 그 사람은여전히 상냥한 목소리였다. 그것이 이상할 정도로 위로가 되었다.

조심스럽게 움직인 흰 손이 은하의 머리카락을 섬세하고도 상냥히 쓸어주었다.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질 않아 입만 버끔거렸다.

말하고 싶었다. 기억한다고. 자기가 어떻게 당신을
잊겠냐고.

무척이나 고마웠고 다시 만나고 싶었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흑, 흐흑.”

아무말없이 묵묵히 자신의 머리카락을 쓰는 손길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며 토닥여 주는 것같아서 결국 우는 소리밖에 내지 못하였다.

이지한은 고개를 숙인채로 가녀린 어깨를 떨며 울고 있는 소녀를 보며 그저 페로몬을 진정시키고 머리카락을 쓸어주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소녀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고마워요.”

그제서야 소녀는 울음을 그치고 환하게 웃어 보였
다.

“같이 밥먹으러 갈까?”

소녀가 긴 속눈썹을 펄렁이며 물기가 있는 눈으로 날 올려다 보았다.

“사실 나 손님인데. 밥도 못먹어서 배고프거든.”

슬쩍 손을 내민 손을 소녀가 아무런 의심없이 바로 잡는 모습이 작은 강아지같아서 귀여웠다.

그래서 속으로 욕했다. 서은성이 부러운 자식.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동생이 있다니. 게다가 성격도 그놈과는 완전 딴판이지 않은가!

“저, 그 이름이 뭐에요?”

조심스럽게 나를 올려다보면서 묻는 모습이 깨물어 주게 귀엽다. 나에게도 여동생이 간절해지는 순간이었다.

“이지한. 지한이 오빠라고 불러. 존댓말은 하지말고.”

우물쭈물 거리더니 수줍게 볼을 붉힌다.

“네 아니, 응 지한이 오빠. 나는 서은하야. 오빠도
편하게 불러주, 아니 불러.”

세상에 저렇게 귀여운 생명체가 있어요. 내 동생이 었으면 온 세상에 자랑질 하고 다닌다.

서은성 이 전생에 우주를 구한놈.

“그런데 밥먹는데가 어디야?”

어색하게 웃으며 묻자 은하가 웃는다.




※※※




“왜 같이오지?”

식당에 도착하자 마자 삐딱하게 의자에 앉아 고개를 기울이는 모습이 잘어울리면서도 얄밉다.

“돌아다니다 만나서 같이 밥먹자고 했어.”

“손은 왜 잡고 있는 걸까.”

“네 여동생이 예뻐서.”

내 말에 서은성은 매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고 은하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내 여동생이 예쁜건 인정하지만 너에게 줄 생각은 없어.”

“미친, 재 뭐래냐. 그치 은하야?”

내말에 은하도 거세게 고개를 위아래 흔들며 긍정을 표했다. 그 모습에 서은성의 미간이 좁혀졌다.

“지한이 오빠는 그러니까.”

“지한이 오빠? 언제부터 오빠가 둘이 되었을까?”

서은성은 여동생바보인 것이 분명했다. 우물쭈물 거리며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 은하를 대신해서 내가 대답했다.

“언제부터 기는. 지금부터 지.”

지한을 보며 미간을 좁히던 은성은 이내 옅은 한숨을 쉬며 은하와 잡고 있는 손을 보았다. 이상하게 저 손이 영 기분에 거슬린다.

“식사부터 하지.”

자리에 앉으라는 듯이 눈짓하자 지한은 얌전히 손을 놓고 의자에 맞은편의 의자에 앉았다. 풀린 손을 아쉬운듯이 손가락을 우물쭈물 거리는 여동생이 보였지만 지금 은성은 풀린 손을 보자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은하는 꼼지락거리다가 지한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그 모습에 지한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은성은 미간을 필줄을 몰랐다.

“지한이 오빠 옆에서 먹을래.”

은성의 태도에도 은하는 지한의 옆자리를 고집했다. 은성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나타내듯이 페로몬이 조금 거칠게 흔들렸다.

“아유, 귀여워라. 어떻게 저런 놈에게서 이런 귀여
운 여동생이있지?”

하지만 그것을 무시한채로 지한은 은하와 눈을 마
주치면 방긋방긋 웃었다.

그 미소에 은성은 심장이 떨어지는 것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불쾌하기도 했다.

지한과 관계될때면 스스로가 제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냉정을 찾으려해도 페로몬은 제어에서 벗어나며 이성이 밀렸다.

도대체 저놈이 뭐길래.

마음을 닫고 방에서 스스로를 가둔 여동생이 저토록 따르는 것이며 자신은 왜 이토록 저놈에게 끌리고 있는 것인지를 모르겠다.

외모는 반반하지만 성격을 성난 개같은 놈인데. 은성은 고분고분한 성격을 좋아했다. 제 말에 토를 달지않는 그런 성격이 편했으니까.

혹시 외모가 자신의 취향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봤지만 극 우성 오메가의 외모에도 자신은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성생활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비지너스적인 관계로 몇몇 오메가와 은밀한 밤자리 상대로 지내왔었다.

그것도 여동생의 일 때문에 전부 연락을 끊었지만.

아무튼 자신은 성욕만 해소할수만 있다면 외모는 신경쓰지 않았다. 외모가 어떻게 되었던 자신의 눈에는 그저 비즈니스적인 짧은 파트너에 불과했으니까.

그런데 지한의 얼굴은 계속 눈에 밟이었다.

혹시 자신이 저런 얼굴이 취향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저 저 눈에 띄는 본인의 입으로 염색이 아니라고 했었던 백발이 신비로워서 계속 눈이 가는 것일까?

은성은 주거니 받거니 서로에게 이게 맛있다고 먹여주고 있는 두사람을 보며 다시 울컥했다. 왜 이리 기분이 나쁜지 모르겠다. 그저 불쾌했다.

하지만 동시에 지한이 어리다는 것을 인지했다. 여동생인 은하와 지한은 키도 비슷했고 체구도 비슷했다. 옆에 같이 있으면 지한이 더 어려보일 지경이었다.

누가 누구를 보고 오빠라고 부르는 것인지.

지한이 은하를 누나라고 불러도 아무도 이상점을 눈치채지 못할것이다.

잘먹고는 사는 건지. 왜 저렇게 마른거야.

비쩍마른 하얀 손목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거리면서
열심히 볼을 부풀리면서 음식을 먹고있었다.

5인분이상 차려진 음식들이 개눈 감추는 듯이 사라지고 있었다. 저 작은 몸에 저 음식들이 다 어디로 들어가는 것인지 진심으로 궁금했다.

“지한이 오빠 이것도 먹어봐.”

포크로 닭가슴살 샐러드를 내미는 것을 지한이 받아 먹었다.

“음, 맛있어.”

“이것도 이것도.”

이번에는 안심 스테이크를 먹기 좋게 잘라서 내밀었다. 그것을 지한이 맛있게 받아 먹었다.

“와, 완전 살살 녹는다.”

행복한 얼굴로 받아먹는 지한을 보며 은하는 배부른 미소를 지었다.

“은하도 먹어야지.”

지한이 포크로 내미는 음식을 은하는 맛있게도 먹었다. 식음을 전폐하고 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밝게 웃으며 예전처럼 먹는 모습이 보기는 좋았지만 은성은 이상하게도 계속 불쾌했다.

멈춰있는 은성의 손을 본 지한은 의아한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쟤 진짜 아픈가? 왜 안먹고 얼굴만 구기고 있는거지?

얼굴을 구기고 있어도 참 잘생겼다는 생각을 하며 포크로 스테이크를 찔러 은성의 입에 가까이 대었다.

“먹어. 맛있어.”

놀란듯이 은성의 눈이 조금커졌지만 이내 얌전히 스테이크를 입에 넣고서는 우물우물 씹어먹었다.

“…맛있네.”

언제나 먹던 스테이크였지만 평소보다 더 맛있게 느껴졌다. 뾰루퉁한 표정으로 은하가 은성을 보고 있었지만 그런 시선조차 못느낄 정도로 은성의 모든 신경은 지한을 향해있었다.

“근데 나 집에 언제가?”

그러고보니 여기 오래있었다. 밥도 먹었겠다. 슬슬
집에 가고 싶었다.

“지한이 오빠 갈거야?”

슬쩍 내 옷의 소매를 꽉잡으며 눈물어린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는 은하의 눈빛에 마음이 약해졌다.

“나 자고 가도 돼?”

눈치를 보며 슬쩍 서은성에게 물었다.

“…마음대로.”

서은성은 왠일인지 눈을 피해서 대답했다.

“그럼 나 지한이 오빠랑 쇼핑할래!”

“그럴까? 나 마침 옷도 사야하고. 지금 바지도 없
고.”

생각해보니 바지 안입고 돌아다녔네. 와, 씨. 내가 변태였어. 다행이도 은하는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런데 이거 오빠 옷인데 지한이 오빠가 왜 입고 있는거야?”

“저놈에게 물어보렴. 나도 잘 모르겠으니.”

내말에 은하가 묘한 시선으로 서은성을 바라보았
다.

“의사가 진찰하기 위해서 옷을 벗겨라고 해서 친절하게 벗겨줬지. 그런데 옷을 다시 입히기어는 상태가 말이 아니어서 세탁보냈어. 그 대신 내 옷 입혔고. 바지는 내 사이즈가 안맞더라고.”

차근차근 설명하는 목소리에 은하는 납득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서은성을 보다 이내 시선을 돌려서 포크를 내려놓았다.

“내 옷은 맞을 것같은데 내 방에 가자.”

“숙녀가 외간남자에게 옷 빌려주는거 아니야.”

큰일날 소리를. 내 앞에 무서운 너의 오라버니가 있
단다.

“괜찮아, 괜찮아. 가자!”

손목을 잡힌채로 그대로 은하의 손에 끌려 일어났다. 은하는 생각보다 힘이 셌다.

이거 안 막아도 괜찮냐는 눈으로 끌려가면 서은성을 돌아봤지만 서은성 저 변태놈은 웃으면서 손을 흔들며 입모양으로 말했다.

예쁘게 입고와.

미친놈. 외간 남자가 여동생 옷 입는 걸 그냥 지켜본다고? 저 자식이?

의야했지만 은하의 손에 이끌려 간 은하의 방에서
나는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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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7-16 21:38 | 조회 : 2,289 목록
작가의 말
블래티

웅..빨리 진도빠서 꾸금쓰고 싶다.((써도 못 올리지만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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