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fellas(3)

「등대, 1층 우측 계단에 토끼 두마리가 있어요.」

「확인했어. 사냥개는?」

「언제든 오케이야.」

현재 그들은 목적을 완벽히 달성하기 위해 역할을 분담한 상태였다. 때문에 세 팀으로 연결된 무선 통신장치가 각자의 귓속에서 이질적으로 웅웅 거렸다.

본부에 남아 백 오피스를 맡게 된 기류는 연합군의 도움을 받아, 들려오는 정보를 취합하고 다음 지시를 내리는 역활이었다.

「그럼 시작하자. 안개는 토끼들 위치 변하면 알려줘.」

그들이 쫓고 있는 토끼는 인질범들을 가르켰다. 등대, 안개, 사냥개. 통신장치의 해킹을 고려해 직접적인 단어 대신 미리 정해둔 암호였다. 등대가 본부인 기류를 뜻한다면 안개는 정찰/미끼를 맡은 주원과 도원이었고, 사냥개는 인질 구출을 맡은 도경과 세별이었다.

「알겠어요.」

도원의 손가락이 움직일때마다 하얀색 실타래가 엉켜 들었다. 폐건물 내부에 안개처럼 흝어진 하얀 구름들이 바람을 타고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감지한 것을 그에게 전해 주는 것이었다.

"이거 크게 만들 수는 없나."

폐건물 근처 바위 엄폐물 뒤에, 주원과 도원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여태까지 작전과 관계되지 않은 말은 한마디도 않던 주원이기에, 도원은 통신장치에서 손을 떼고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단은요. 왜요?"

겉으로 주원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구름을 이동시키고 있는 내부의 바람은 주원의 능력이었기 때문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싶었다.

"정말 전투에도 평범하게도 쓸모없는 능력이네."

"마음이 아픈데요."

주원은 사람좋게 웃어 보이는 도원을 무표정하게 바라 보았다. 몇 시간전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팀을 만들 때, 도원이 스스로 정찰팀을 지원했다. '인질범과 대치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능력'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렇지만 도경한테는 제가 가장 필요하죠."

콰쾅-. 마침표가 찍히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폐건물 4층 벽에서 커다란 굉음이 울렸다. 푸른 전격이 눈 앞에 반짝인 게 착시가 아님은 분명했다.

「도원, 구름양 최대로 늘려. 지하까지 한 번에 뚫을테니까.」

"그러게, 같이 있는 이상 적수가 없겠네."

「안돼! 건물이 붕괴 될 거야!」

멀게 느껴지는 천둥소리 사이로 기류의 외침이 통신장치를 타고 번졌다. 뇌운-번개 구름-. 아무것도 없는 대기 중에 번개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구름이 있는 상태에서 번개는 훨씬 쉽게 만들어진다.

쉽게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초능력자의 레벨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인 지속시간이나 사용조건면에서 제약이 덜하다는 뜻이었다.

본부에서 따로 능력을 들었을 때는 지나쳤던 것들이, 하나로 이어지자 주원의 머릿속에서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너, 이런 일 하는 게 처음은 아니지?"

철저히 실전에 특화된 연계와 응용은 훈련으로 흉내낼 수 없는 위험한 냄새를 풍겼다. 하지만, 국제 아동 인권법상 연합군에 속하지 않은 만 15세 미만 초능력자의 현장 투입은 금지되어 있었다.

"그건 주원도 마찬가지잖아요?"

"난 연합군 출신이니까, 넌 뭐야."

뿌옇게 일어난 콘크리트 먼지 속에서 세별은 연신 손을 휘적였다. 옥상 문을 열자마자 총알이 난사되었고, 순식간에 반파 된 사방이 바깥의 풍경을 시원하게 보여 주었다. 반응할 새도 없이 이미 상황이 끝나있었다.

"행동을 하기 전에 먼저 상의 좀 해줄래?"

"눈치껏 움직여."

세별이 무너지는 발 밑을 피해 다른 곳으로 가볍게 착지했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S급들은 재수없다며 궁시렁 소리를 무시한 도경은 무릎을 접고, 바닥에 손을 짚었다.

"연합군이 자랑하는 네 실력 좀 보자."

초록색 비상계단의 불빛이 현재 위치를 반짝였다. 4층짜리 건물의 옥상에서 진입했는데 두층을 뛰어내려와 있었다.

「아래에 지하로 통하는 입구가 있으니까, A급 능력자가 최소 한 명정도 있을거야. 조심해.」

"응, 알려줘서 고마워.

넌 눈 똑바로 뜨고 잘 봐."

도경의 한쪽 입꼬리가 피식 올라갔다. 조금전과 마찬가지로 파열음이 지축을 흔들었다. 세별의 한쪽 팔이 커다래지더니, 꼭 호랑이의 앞발처럼 변해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몸이 아래로 추락함과 동시에 커다란 낫이 목을 노렸다. 예상하지 못할만큼 사정범위가 넓어 도경의 뺨에 피가 주르륵 흘렀다. 금색 털로 둘러싸인 팔이 낫을 잡지 않았더라면 작은 상처로 끝나지 않고, 얼굴이 반으로 동강 났을 상황이었다.

"나한테 목숨 빚진 거 갚아라."

"... ..."

습관적으로 통신장치를 꺼놓지 않은 세별 탓에, 실시간으로 상황이 생중계 되고 있었다. 듣고 있던 주원은 옅은 한숨을 쉬고 일방적으로 연결을 끊어 버렸다.

「지금 교전중인 능력자가 A급인 것 같아!」

「한 명 더 있어. 도경 구경만 하지 말고 도와서 처리해.」

「네가 뭔데 이래라저래라야.」

인질범1과 몇 합을 주고받은 세별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인질극에서 진압시 속도는 민간인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도경은 기류의 지시에 투덜거렸지만 가세했다. 잠시동안 부서지고 박살나는 소리가 이어졌다.

「1층 클리어, 지하 계단으로 이동중.」

3D 모식도를 살피던 기류는 힘이 빠진 듯,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곁의 베테랑 연합군들은 아무도 다치지 않을 거라 했지만, 고위 초능력자끼리 대치하고 있는 코드 오렌지 상황에 민간인이 긴장하지 않는 게 이상했다.

"꼬맹이, 소질 있는데? 졸업하면 우리 부서 오는 게 어때?"

"생초짜치고 훌룡하지! 저번에 들어온 신병을 기억 해 봐."

접전이 소강 상태에 들어서자 다들 시덥잖은 잡담을 주고 받았다. 본부. 사령탑의 역활이 어렵다 평가되는 까닭은, 귀로 들은 것을 머릿속에서 이미지한 뒤, 다음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현장 요원들은 상황 전체를 알 수 없고, 전적으로 지시를 따른다. 즉, 잘못 내려진 판단은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이에 따른 무게를 감당할 멘탈이 필요하다.

"아서라, 요 꼬맹이 정신계래. 연구소에나 배치 될 걸."

「여기 이상해. 아무도 없어.」

절대 그럴리 없다만. 어색한 미소로 장단을 맞출 때 새로 들어온 통신은, 구원 같기도 아니기도 했다.

「안개, 아까는 지하에 5명이 있다하지 않았어?」

「그래.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갑자기 사라졌어.」

기류의 당혹스러운 물음에 답신한 것은 주원이었다. 그들은 정찰이 끝났을 무렵, 사람이 과도하게 몰려있는 지하에 인질이 있을 거라 추정하고 움직였다. 이제와서 아예 사람이 없다니.

「기류, 능력을 써 볼래요?」

치직-거리는 잡음과 도원의 목소리가 함께 들렸다. 이런 상황에 뜬금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해봤자 기류는 꿈과 관련된 제멋대로인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의지로 써지는 게 아니라 어느날 갑자기, 벽 너머로 새어나오듯 하나둘 예지몽 같은 무언가가 보이는 정도다.

「할 수 있어요.」

대부분 내일 나올 급식을 미리 보는 정도에 그쳐 유용하지도 않았다. 분명 그랬는데, 그 말이 무슨 레드썬하는 주문 마냥 속이 울렁거렸다.

깨질 듯한 두통에 괴로워 몸부림치자 주위에서 달려오는 것 같았다. 시야가 형체 없이 일그러지고 뿌얘지길 반복하는 사이, 뇌리에 한 장면이 꽂혔다.

콘크리트로 된 정사각형의 방, 한 면에 검붉은 무언가로 그려진 새. 무슨 새지?

의문을 갖기 무섭게 몸이 끌어 올려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점차 울렁거리던 속과 두통이 괜찮아졌을 때, 기류는 장거리 달리기를 마친 사람처럼 숨을 헐떡이며 몰아쉬었다.

"죽은거지..?"

"사람 죽은 거 한두번 봐?"

넓은 지하를 둘러보던 둘은 문짝이 떨어져나간, 어느 방에 들어서서 발걸음을 멈췄다. 목에 깊은 자상이 있는 여성의 시신 한구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화려하게도 그려놨네."

도경이 방의 한쪽 벽 앞에 서서 짧게 감상을 전했다. 불사조 형상을 한 그림을 만지자 붉은 피가 묻어나왔다. 그려진지 얼마 안 되었다. 1층에서 시간을 끌 때 빠져나간 거겠지.

"보고서 작성 어떻게 하냐... 중요한 사람인 것 같던데."

세별은 두 손에 침울한 얼굴을 파묻었다. 뛰쳐나가거나 토하는 반응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더 반응이 재밌었다. 도경은 고개를 떨구면서 끅끅 거렸다. 지하와 시신 그리고 유쾌한 웃음.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였다.

미쳤나. 그를 무시한 세별은 여성의 앞에서 짧은 묵념을 올리고, 벽을 따라 방을 한바퀴 걸었다. 군데군데 생긴 피웅덩이를 밟아 찍힌 구둣발이, 한가운데 기다렸다는 듯 놓인 동그란 데스크가 앞에서 멈췄다.

"테러범 주제에 불사조라니, 어울리지도 않아."

데스크 위의 하얀 카드를 집어들었다. 앞면엔 벽에 그려진 것과 같은 그림이 박혀있었고, 뒷면엔 붉은색으로 쓰여진 한줄짜리 문장이 있었다.

미리 지급받은 카메라로 방 곳곳을 찍던 도경은, 그녀를 곁눈질로 흘끔 볼 뿐 카드 속 내용엔 관심이 없어 보였다.

「상황 종료, 사냥개 복귀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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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8-11 02:47 | 조회 : 602 목록
작가의 말
H2CO3

분량 이전처럼 짧게하는 게 났나요 아님 이번 편처럼 긴 게 났나요?? 댓으로 투표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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