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fellas(1)

"초능력자는 크게 공격형과 비공격형으로 나눕니다. 이것은 상대에게 물리적 위해를 가할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되는데, 특성에 따라 네가지로 세분화하기도 합니다.

물/불/흙/공기/빛, 자연의 5가지 원소가 근본이 되는 자연계와, 물리적인 현상을 이용하는 물리계.
그리고, 인간 내면을 다루는 정신계,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비분류계가 있습니다.

한마디 보태자면, 현재 존재하는 초능력자의 대부분은 물리계이기 때문에, 쓸 데 없는 구분이죠. -질문 없으면 오리엔테이션은 이만 마치고, 안내사항을 전달하겠습니다."

새학기 첫수업은 담당 교수의 일방적인 통성명과, 간단한 배경지식 전달을 빙자한 사담 시간이라고 보는 게 정확했다.

열어둔 창문 사이로 봄바람이 살랑였고, 담당 교수의 딱딱한 목소리는 자장가가 따로 없었다. 점심시간이 지나 대강의실에 모인 1학년 학생들 반절은 이미 식곤증으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초능력의 역사와 이해' 과목 담당 교수인 체스터는 대강의실을 쭉 둘러본 다음, 중요한 이야기라며 박수를 두어번 쳤다.

"안 듣는 건 뭐라하지 않겠지만, 나중에 딴소리 하시면 학교생활이 재밌어질줄 아세요.

우리 학교는 첫째주, 셋째주 수요일마다 외부 의뢰 지원을 나갑니다. 고학년들은 의뢰에 따라 개인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저학년들은 안전상 무조건 5인 1팀을 만들어야 하죠.

따라서, 내일까지는 팀을 만들어 어플에 등록 해야 의뢰를 배정할 수 있는 모양입니다.

미등록시 중앙데스크쪽에서 무작위로 팀을 만든다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입니다. 다음 시간부턴 진도를 나갈거니 교과서 챙겨오세요."

교수가 나가자 엎어져 있던 학생들이 좀비처럼 비척거리며 일어나 다음 강의실로 이동했다. 창가자리에 앉아있던 도경만 여전히 깊은 꿈에 빠져 있었다.

"도경, 재밌는 일이 생겼으니까 일어나봐요."

"..?"

"우리 지금부터 친구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애초부터 설명 같은 건 해 줄 생각이 없는지 할말만 내뱉는다. 자다가 봉천 두드리는 소리를 들은 도경은 한두번 있던 일은 아니어서, 익숙하게 관심을 놓아 버렸다.

"남는 한자리, 내 친구 데려와도 괜찮을까?"

도경은 앞에서 번호를 교환하고 있는 이들을 황망하게 바라보았다. 잠시 한눈 판 사이에 가방을 정리하던 여운을 설득하는가 싶더니, 뒷줄에서 듣고 있던 세별까지 도원의 친구만들기-5인 1팀만들기.-에 휘말려 있었다.

"마침 적당한 사람도 없었는데 잘 됐네요."

적극적으로 나서는 도원의 모습이 영 생소했다. 시선이 마주쳤을 때 여자의 눈빛이 거슬리긴 했지만, 착각했나 싶을정도로 순간이었고 속을 알 수 없는 쌍둥이의 처음 보는 모습이 신기해 도경은 가만히 있었다.

"기류는?"

"나는 다른애들이랑..,-"

"좋다고? 고마워! 빨리 친구한테 말해주러 가야겠다."

세별이 씩 웃으며 강의실 밖으로 뛰쳐 나갔다. 기류가 붙잡을 틈 없이 빠른 속도였다. 너가 나한테 같은 팀하자는 소리만 안 했어도, 원망스럽게 도원을 바라보자 그는 다음 수업에 늦겠다며 자리를 피해 버렸다.

대강의실에서 어느정도 멀어진 세별은 '친구' 윤주원을 찾고 있었다. 그 녀석들이랑 한 팀이 되는 건 마음에 안들었지만, F급에겐 개인적인 호기심이 있었기 때문에 나쁘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고 가까이 지내는 게 척을 지는 것보다 낫겠지 싶었다.

"수업도 안 들어오더니 여기 있을 줄 알았어."

"...너 친구 없지?"

옥상 정원에 만들어진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자고 있던 주원이 귀찮다는 듯 말했다. 그러자 그의 몸 위를 넉넉히 덮고 있던 그림자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너가 잘 모르나 본데 난 친구 많거든."

"그럼 걔네랑 놀아. 나 쫓아다니지 말고."

다가오던 세별이 정말 어이가 없는 듯 헛숨을 내뱉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둘은 그닥 접점도 없었고 몇 번 오며가며 본게 다였지만, 어째서 그가 재수 없기로 유명한지 뼈저리게 이해가 갔다.

"의뢰 여럿이서 나가야 한데."

"그래?"

"내가 너 이름도 넣어 놨다고!"

주원은 그런 것도 있었지 하는 얼굴을 했다가 이내, 어찌되든 상관 없다는 듯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졸업만 하면 된다 해도 학점이 낮으면 곤란할텐데 그는 태연했다.

하나둘 무리짓기 시작한 학생들 사이에서 가뜩이나 혼자 겉돌던 기류는, 평범한 학교 생활은 글렀음을 깨달았다.

불편하더라도 무작위로 정해주는 팀에 들어갈 작정이었는데, 도원이 같은 팀을 하자 나서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어플에 그들과 이름이 등록되자 노골적인 시선은 이전보다 심해졌다. 응용학습실에 도착할 쯤에는 앞에서 대놓고 욕을 던지는 건 예사였고, 일부러 치고 지나가기도 했다.

누군 좋아서 이러는 줄 알아. 막무가내로 끼어든 세별이 타이밍을 주었더라면, 어제 일에 찝찝한 감정이 남아 있던 기류는 당연히 거절했을 것이다.

불행의 연속이었다. 찾아간 행정실에서 입학시험 성적은 잘 못 된게 없으니 정정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을 때부터였다. 이쯤되면 학교는 그와 맞지 않으니 자퇴하라는 신의 계시인가 싶었다.



인적자원 양성 아카데미: 한국지부 <1학년 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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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7-25 16:57 | 조회 : 590 목록
작가의 말
H2CO3

아무도 관심이 없을테지만 시간표 만들어봤습니다... 중간중간에 이런 거 싫으시면 본편만 올리도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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