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누구?

움켜진 손바닥 안에서 랭커를 뜻하는 은색뱃지의 차가운 금속성이 느껴졌다. 기류는 학생 대부분이 빠져나간 내부광장에 멍하니 서, 연신 말도 안돼를 중얼거렸다. 꿈을 꾼게 아닌 이상 입학시험에서 그는 레벨 2에 F급을 받았다.

현재 미국식 초능력자 구분법 - 레벨은 초능력자의 초능력 이해도(지속시간, 응용력, 사용조건등)를 평가해 1~10레벨까지 나타내며, 등급은 레벨과  초능력 자체의 순수한 위험도 같은 전체적인 부분을 반영해 F~S까지 평균을 나타낸 값.- 을 따르면 있으니만 못한 하등 쓸모없는 능력이란 뜻이기도 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뒤에서 들려오는 단정한 목소리에 기류는 어깨를 흠칫 떨었다. 하마터면 반사적으로 당연히 있지!라고 소리칠 뻔했다.

몸을 돌린 그곳엔 하나인듯 둘 같은 은발의 남학생 두명이 서 있었다. 다행히 둘의 키차이가 꽤 있어, 같이 있는다면 어느 한쪽을 구별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작은 쪽이 도원이었고, 큰쪽이 도경이었다.  

"어..? 아니. 괜찮아."

단상 위에서 안면을 틘 사이기는 했지만, 붙임성 있게 먼저 다가올 인상은 아니라 당황스러웠다. 말을 건 도원은 그나마 얼굴에 옅은 미소를 짓고있었지만, 도경은 온 몸으로 불만스러움과 언짢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빤히 마주쳐오는 회색 눈동자가 부담스러워져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괜찮아? F급인 네가 랭커가 된 게? 멍청한 거냐, 생각이 없는거냐."

난데없이 쏟아진 사실은 폭력에 가까웠다. 범인은 찾을 필요도 없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도경이었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몰랐던, 은색보다 푸른기가 도는 은청색 머리카락이 눈동자에 가득 비쳤다.

"도경, 그러다 기류가 우릴 싫어하게 되면 어쩌려고요."

대단하신 S급님들이 고작 F급짜리의 미움을 받아봤자 가렵기는 할지 의문이었다. 진정성 없는 중제는 오히려 이쪽에서 사양이다.

"얌전히, 피해가는 일 없도록 할게."

기류는 S급들이 전부 그렇듯, 그들이 자신과 하나로 묶이는 게 불쾌해 이러는 거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도, 기숙사 입실을 마친 다음 행정실이든 학생회실이든 찾아가 문제를 정정할 예정이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군요."

"...뭐?"

"내가 말했잖아. 쓸데없는 시간 낭비라고."

더 이상 용건이 없는지 도경이 등을 보였다. 다른 사람과 착각 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해가 안 되는 대화였다. 기류가 잠깐하고 불렀으나,  도원의 다음에 또 봐요.-하는 인사가 전부였다.

"그 쌍둥이들 별로지 않아?"

카페테리아 카운터에서 메뉴를 한참 고민하던 세별이 결국, 오늘의 메뉴를 받아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맞은 편에는 이미 꽁치구이를 먹고 있던 주원이 있었는데 일어날 듯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갈 거야?"

"... ‥."

"같이 좀 먹어 줘, 혼자 있기 민망하다고."

반쯤 들어올린 접시를 잡아챈 악력은 진심이었다. 주원으로써는 남의 사정을 봐줄 이유가 없었지만, 저 애절한 눈빛을 무시했다 피곤해질 앞으로를 알고 있있다.

"짜증나. 내가 당연히 2등일줄 알았는데."

세별의 포크가 달걀말이를 신경질적으로 찔렀다. 그녀는 레벨 10이였지만, A급이기 때문에 도경을 이길 수 없었다.

"다음 번엔 열심히 하면 되겠네."

"뭐래, 너 방금 말실수 했어."

누구보다 완벽한 초능력 이해도를 자랑하는 세별의 뒤엔 항상, 노력형 천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레벨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등급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었다. 초능력이 정해지는 세포분열의 순간부터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란 게 존재했다.

"어차피 너한테 위로 같은 건 기대도 안했다. F급 랭컨, 어떻게 생각해?"

"전산 오류겠지."

"너무 성의 없잖아. 이곳의 모든 게 초능력자에 의해 운영되는 걸 뻔히 알면서."

그녀의 말대로 초능력은 거짓말도 실수도 하지 않는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입 밖으로 소리 낼 수 없었다.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그렇다면 누가, 어째서, 왜.

"위험한 것도 아니잖아. 신경 꺼."

"그래, 우리 목표야 무사 졸업 이니까."

슬슬 카페테리아를 찾아 넓은 교정을 헤매던 학생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이대로면 몇분 안에 북새통을 이룰 게 분명해 보였다.

"맞아, 너 한번만 더 전화 씹으면 영창 보내버린데."

"난 아쉬울 거 없어."

저 잘났다는 소리를 꼭 저렇게 해야하나. 세별이 손에 쥔 포크를 집어 던지자,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떠밀려 툭- 떨어졌다. 하여튼 끝까지 재수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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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7-21 20:36 | 조회 : 577 목록
작가의 말
H2CO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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