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자유는 너무 이르다

모처럼 돈을 받았으니 빵을 사야겠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갈 수 없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몰리는 낮의 가게에 거지가 갔다가는 몰매 맞고 내팽겨쳐지기 마련이다.

무언가를 사려면 최소 저녁. 보통은 해가 완전히 진 후, 영업이 끝나기 조금 전에 가서 빠르게 사고 나온다는 것은 하층민들의 암묵적인 룰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하층민에게 물건을 팔아주는 몇 안 되는 가게에 피해가 간다는 것을 미리 경험해 본 자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간 쪽에 도는 소문처럼 그들의 경험은 그들의 무리에 퍼져나갔고 모두의 기억 속에 있던 경험은 간결해지고, 축소되어 법칙으로 바뀌었다. 그렇기에, 암묵적인 룰은 모두 누군가의 경험에서 나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직도 해는 하늘에 떠서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슬슬 배에서 소리가 날 것만 같으니까 빨리 추락해줬으면 좋겠다.


•••

이렇게 계속 기다리는 것도 지루해서 거적때기를 바닥에 깔고 낮잠을 잤더니 또 전생의 기억이 떠올라서 기분이 안 좋아졌다. 똑같은 기억을 매번 똑같은 시점으로 보여주는데, 지금 내 일과만큼이나 따분하고 싫증이 난다.

이렇게 계속 기억이 나면 연쇄작용으로 다른 기억이, 최소 매번 보는 기억의 조금 뒷부분이라도 나올 법한데 전혀 그런 것도 없고...

기억을 보다 보면 지금은 누릴 수 없는 모든 것들을 바라보며 즐거워하고 화를 내던 전생의 내가 너무 짜증이 나서 가끔은 미쳐버릴 것 같다.
지금이야 기분이 조금 상하고 말 일이지만 예전에는 더 심했다. 그 새끼한테 대를 들 정도였으니..


꼬르륵-....


기분이야 어찌 됐든, 배부터 채워야겠다. 이러다가 탈 나면 내 두 번째 인생은 끝이다. 물론 이 삶에 큰 애착은 없지만...
죽고 싶진 않다.

거적때기에서 몸을 일으켜 별빛을 등지고 빵 가게로 갔다. 생각보다 너무 늦어서 영업시간이 끝나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

다행히도 아직 빵 가게의 불은 켜져 있었다. 밖으로 새어 나오는 빛이 구원이라도 되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빵 가게 안으로 조심스레 들어갔다.

"빵 세 개 주세요."

내 전 재산을 올려놓고 빵이 내 손에 쥐어지길 기다렸다. 함부로 팔고 있는 상품에 손을 대선 안 된다. 옆에 있는 빵에 손이 닿았다간 그 빵까지 못 쓰게 되어버린다. 남은 빵은 가게 가족들의 밥이 되기 때문에 내가 손을 대어버린다면 밥을 못 먹...지는 않을 것 같지만 식탁이 조금 검소해질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별로 상관없는 것 같은데.. 밥을 못 먹는 것도 아니고...

아니. 이런 생각하면 안 된다. 이 사람들을 빵을 팔아주는 좋은 사람들이니까. 이 가게가 빵을 주지 않는다면 나는 지금부터 내일까지는 쭉 굶어야한다. 그러니 얌전히 기다리자.

"여기있다."

퉁명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내 앞에 돈 대신 빵 두 개가 놓여졌다. 저런 태도여도 빵을 주는 것 자체가 좋은 사람이란 증거이다. 고개를 까닥이곤 빵을 두 팔로 감싸안듯이 하며 빵집을 나왔다.

넉넉하게 식량도 있으니 내일은 구걸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럼 내일은 무얼해야할까. 오랫동안 갇혀있던 새장에서 나온 새가 된 느낌이였다.
나에게 자유는 역시 너무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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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7-25 00:26 | 조회 : 1,050 목록
작가의 말
oO((심심하다))

제 글은 수면제인가봅니다. 제가 쓰다가 졸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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