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불청객

*

평화롭던 가정, 화목한 가정을 깨는것은 어려운것이 아니다.

남편을 너무 믿었고 사랑했던 철부지 부잣집 아가씨는 남편의 외도로 인한 아이가 있다는 사실과, 그 아이를 자신들이 키워야 한다는 사실에 치가 떨렸다.

은혜ㅡ제발, 우리 남편좀 그만 괴롭혀요.
지겹지도 않은가봐?

해연 ㅡ돈을 원하는게 아니에요. 저, 몸이 안좋아져서 죽게 될지도 몰라요.. 염치 없지만.. 아이만, 거두어주세요.

은혜ㅡ이봐요. 지금 그 아이를 나더러 거두라는게 발목 잡는거예요. 안들킬 자신있었으면, 끝까지 숨겼어야지. 그랬어야지! 왜 화목했던 가정을 깨트려요?

( 여자가 무릎을 꿇는다 )

해연 ㅡ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제발 노여움 푸세요. 제가 애를 맡길곳이 애 아빠밖엔 없어서 그래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흐흑....

은혜ㅡ이런..!

해연ㅡ지훈씨. 우리 아이, 제발.. 나처럼 천애고아 만들고 싶지않아...

해연이 눈물을 글썽이며 부탁하자 마음이 약해진 지훈이 망설이는듯 했다.
한때 사랑했었던,

아니. 아직도 사랑하지만
돈때문에 결국 버렸었고, 다시 만났던 여자에 대한
조그마한 측은지심같은것의 종류였다.


지훈ㅡ여보, 은혜야. 내가 더 잘할게.

은혜ㅡ됐어요. 당신 맘대로 해, 그대신 난 절대 정 못 붙여.

은혜의 화난 모습을 처음본 지훈이 살살 눈치를 본다.

겨우 돌을 뗀 무렵으로 보이는 아이는 자기 처지를 아는 듯 은혜를 보면서 밝게 웃는다. 이런 아이의 행동에 은혜는 갑자기 자신이 엄마라도 된듯한 모성애가 차올랐다.

마침 아이도 없었던터라
꼴보기 싫은 저 여자의 아이라는 것이
석연찮다는 것만 빼면,

나름 괜찮았다.

연준혁, 이게 그 아이의 이름이었다.

**

하지만 곧 둘 사이엔 아이 소식이 들리게되고 몇년 후 아이와 행복한 주말을 보내고있었던 가족에게 준혁이 찾아온다.

준혁ㅡ아...안녕하세요. 제 아빠를 찾아왔는데요..

일곱살의 아이가 변변찮은 옷가지들을 들고 울면서 서 있었다. 그 뒤로 서있는 여자. 그새 더 야위었지만 여전히 예쁜 여자가 말한다.

해연ㅡ저, 아이를 돌봐주시겠다고 하셔서...

은혜ㅡ 그래요. 거짓말하는 취미는 없으니 그러도록하죠.

해연ㅡ 감사합니다..

그렇게 아이를 두고 여자는 가고

집안에 침묵이 흐른다. 그 정적을 깬것은 준우였다.

준우ㅡ형아! 나랑 놀자아!

조용히 눈치만보던 준혁도 슬그머니 일어나 놀이방으로 간다. 일곱살, 아직 새 장난감을 좋아할 나이,

준우의 반짝거리는 새 장난감들과 달리 준혁이 갖고온 장난감들은 다 떨어져가는 헌것들 뿐이다. 그나마 새것으로 보이는건 곰인형 하나뿐.

준우ㅡ형! 나 이 곰인형 가지고 싶어.

준혁ㅡ응..? 이건.. 이건 안돼.


준우ㅡ왜 안돼?

준혁ㅡ이건.. 엄마가...

갑자기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은혜ㅡ왜 자꾸만 날 비참하게 만드는거예요? 왜! 대체 왜!

지훈ㅡ아니 그럼 애를 차디찬 길바닥에 버리란 말이야? 알잖아, 내가 부모없이 어떻게 자랐는지. 내 자식은, 그렇게 하고싶지는 않아.

은혜ㅡ당신, 지금 이러는거 나랑 준우한테 얼마나 상처가 되는줄 알아요?

지훈ㅡ이미 4년전에 끝난 얘기야. 그런데 왜 다시 그래?

은혜ㅡ당신 그러는거 아니예요. 아무리 사정이 딱하대도 그 여자가 당신 아이를 낳았으리란 보장이 있어요? 난, 당신 왜그러는지 모르겠다.

지훈ㅡ내 애야, 내 애라고.

은혜ㅡ확인해본것도 아니잖아.
증거있어? 있냐고.

그 후로 여러 시끄러운 소리들이 섞인다.

말소리, 깨지는 소리, 부서지는 소리

겁먹은 준혁이 바들바들 떨며 곰인형을 끌어안고 귀를 막자 준우가 준혁을 토닥인다.

싸움이 끝나자

준혁은 아직 이질감이 느껴지는 자신의 방에서 홀로 숨죽여 운다.

준혁ㅡ끅..끄흐윽... 흐윽..


우는 소리를 듣고 나온 은혜가 준혁에게 묻는다.

은혜ㅡ너, 왜 우는거니?

준혁ㅡ저.. 엄마, 엄마 보고싶어요..

은혜ㅡ네 엄마는 이제부터 나야.
그리고, 보고싶다는 소리하지마.


공기중에 느껴지는 엄청난 위압감에 준혁이
자신도 모르게 움츠린다.

안쓰럽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역겹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 은혜가 혀를 차며 방으로 돌아간다.

준우가 방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와
준혁을 쳐다본다.

준우ㅡ형, 괜찮아? 왜 울어어..

숨죽여서 억눌린 울음소리를 내며 준혁이 아무말도 하지 않자 준우가 조용히 준혁의 앞에 앉아서 빤히 쳐다본다.

준우ㅡ형.. 예뻐.
근데.. 울면 안예쁘댔어. 우리 엄마가.

준혁ㅡ으으응...?

준우가 준혁의 눈가를 닦아주며 말한다.
5살짜리 어린 남자애가 말하기에는 어른스러운 말투로.

준우ㅡ그러니까.. 울면 안돼.
울면 엄마도 슬플거니까.


준혁ㅡ알았어, 나 안울게.

훌쩍이며 준혁이 준우를 끌어안았다.

그렇게 이 형제는, 어렸을때부터.
친근하고, 어떤 영문인지는 몰라도
다른 형제들처럼 싸우는 일 한번없이 컸다고 한다.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에서.
그 누구도,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불청객. 이것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 되었다.

버려질까 겁에 질려 반항하지 못하는 형과
그런 그에게 이유없이 집착증세를 보이는
동생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 지훈과 해연은 같은 고아원 출신으로
나중에 더 자세한 이야기가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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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6-06 23:34 | 조회 : 3,760 목록
작가의 말
cherycandy

다시 연재하는 작품입니다. 기존에 합작하던 작가님과의 협의가 잘 되지 않아 리메이크하여 저작권부분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작업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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