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싫다.'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
그리고 그 소리의 정체는 우리 부모님의 [말싸움] 이었다.
언제나 돈이 생기면 아웅다웅 물고 뜯는 소리.
'정말 싫다.'
차라리 돈이 있었으면 밖으로 나갈 수 있다.
휴대폰은 벌써 1개월째 정지.
난 부모님에게 얹혀 사는 평범한 백수.
싫었다. 단 하루라도 나가 살고 싶었다.
그래서 난 이어폰을 귀에 꼽고 노래를 들었다.
모른척 하기 위해서.
그게 최선의 선택이다.
교회를 하시는 일종의 목사님인 아빠는 교인들 앞에서 싸우기를 주저 하지 않았고, 언제나 돈이 생기면 엄마는 빚을 갚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 상황에서 로션이 사라졌다.
그래서 사도 되냐고, 아빠가 가고 나서 물었다.
"지금 이 상황에 그런 소리가 나와!? 아빠만 해도 무능해서 자꾸 긁어 가는데."
"5000원일때 로션 얼른 사야 되는데."
"네 통장에서 계좌이체 해서 사면 되잖아!!! 자꾸 엄마 뜯어갈래!?"
'몇 백 만원이 상여금 으로 들어와 그 돈을 적금에다 죄다 부었으면서 나한테는 아까운 듯이 그렇게 말하냐고.'
난 한숨이 나왔다.
난 어쩔 수 없이 가방을 쌌다.
'근처 와파존이라도 가서 와파 라도 빌리는 수밖에.'
그런데 엄마가 현관에서 영 비켜 주지 않는다.
얼갈이를 현관에서 다듬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아, 싫다.'
짜증나서 눈이 가늘어 졌다.
"엄마 나 좀 나가게 비켜줘."
너무 얼갈이를 많이 가져왔다.
아빠가 40키로나 가져와서 그런지 엄마는 영 비켜 주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절반이 끝났을 때, 드디어 비켜줬다.
졸려서 지금쯤 자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엄마가 자꾸 붙들어 둬서 신경이 예민해졌다.
'아, 힘들어.'
그렇게 집을 나서는데, 길고양이가 내게 다가왔다.
아무래도 너무 배고픈 모양이었다.
난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소세지를 대충 사서 고양이에게 2개를 까서 주었다.
'그래도 길고양이가 죄는 아니니까.'
난 사실 고양이를 매우 좋아하는 편이라, 입가에 자그마한 웃음이 띄워 졌다.
그렇게 등을 쓸어 주고 나서, 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