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추악한 모습

김칫국인지 통찰인지 모를 생각을 하며 강희진은 들떴다. 류희연이 자신을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그 아주 조그마한 희망을 보았기 때문에, 강희진은 포기하지도 못하고 빛을 향하는 나방과 같은 처지가 되었다. 그 사랑스런 불에 타 죽는 나방과 같은. 그렇게 받은 전화번호를 휴대폰에 고이 저장하고서 그 날 저녁, 강희진은 류희연에게 문자했다.

[안녕하세요. 강희진입니다.]

라고 보낸 강희진은 책을 읽지 않았던 과거의 자신을 탓했다. 강희진이 다시 읽어보니 너무 딱딱해 보이고 그저 부족해 보이는 문자라고 생각할 때쯤, 답신이 왔다.

[웅웅 저장할게!]

강희진은 류희연이 참 텍스트로도 귀여움을 발산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미 류희연을 향한 강희진의 시선에는 분홍빛 콩깍지와 짝사랑 보정이 껴있는 상태였다.

***

강희진은 언제나 그랬듯, 류희연에게 가기 위해 교실을 나서는 중, 이름 모를 동급생에게 팔을 붙잡혔다. 무례하게도 허락 없이 팔목을 잡아 끄는 행동이었다. 그런 자신의 행동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희진의 팔을 붙잡은 그 남학생은 할 얘기가 있다며 강압적인 말투로 강희진에게 방과후에 학교 뒤로 오라고 명령했다. 강희진은 생각했다.
‘ 뭐 저런 똥 같은 새끼가 다 있지? 응 대가리 뜯어버려! ’
류희연을 제외한 상대에게는 거친 강희진이다. 강희진은 풀린 팔목을 문지르며 류희연에게 가기 위해 자리를 떴다. 그렇게 강희진이 떠난 자리에는 작은 수군거림만이 남았다.

“ 선배! 저 왔어요! 뭐하고 있었어요? ”
“ 희진이다! 나 까까먹고 있었지롱~ ”
“ 맛있어요? 저도 줘요! ”
“ 이리와! ”

그렇게 강희진이 류희연과 노닥거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시각, 강희진을 두고 더러운 짓을 계획하는 남학생들이 있었다. 그 일을 주도하는 것은 아까 강희진의 팔목을 붙잡은 그 놈이었다. 음모를 꾸미는 남학생들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들 또한 있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수업이 끝나고 방과후가 되었다. 류희연과 함께 하교하는 강희진을 주시하는 여러 개의 시선은 강희진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남학생들이 강희진을 향해 움직일 때, 동시에 움직이는 무리가 있었다. 강희진의 같은 반 여학생들이었다. 우르르 몰려가 강희진과 류희연에게 다가가서 살갑게 말을 붙였다.

“ 어머, 희진아! 안녕하세요, 선배님! ”
“ 어…안녕! 희진이 친구들이니? ”
“ 네, 선배님! 희진아 이렇게 예쁘신 선배님이랑 친하면 우리한테도 알려줬어야지! ”
한참을 그렇게 함께 하교하다 남학생들이 전혀 보이지 않을 때쯤, 여학생 무리는 강희진만 들리게 속삭였다.

“ 너한테 남으라고 했던 그 자식, 너한테 몹쓸 짓 하려고 하길래 우리가 같이 온 거야. 부디 조심해. ”
“ 대가리에 똥만 들었나. 좆을 부셔버려야겠군… ”

강희진은 류희연에게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그들의 대화를 듣지 못한 류희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강희진을 바라보았다. 강희진은 류희연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웃었다. 그렇게 첫 날이 안전하게 마무리되고 강희진은 복수를 다짐했다. 아주 폭력적인 방향으로. 강희진은 싸움에 천재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복수를 이루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강희진이 복수를 다짐하는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강희진은 사실 그리 큰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약간의 불쾌감뿐. 하지만 그런 감정의 세기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강희진을 잡아 끌었던 그 놈이 류희연에게 말을 걸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희진은 동물과 같은 본능으로 그 녀석들의 목표가 류희연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놈은 류희연을 학교 뒤편의 공터로 데려가려는 듯 싶었다. 강희진은 가장 가까이에 위치한 학교 뒤 공터가 보이는 교실로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놈의 더러운 패거리가 놈이 데리고 올 류희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빠득, 이를 간 강희진은 뛰어서 류희연 옆의 그 놈의 성기를 걷어찼다. 무언가 터지는 느낌이 났다.

“ 개 같은 새끼들아! 더러운 새끼! ”

강희진은 사타구니를 쥐고 몸을 웅크린 놈을 향해 발길질을 멈추지 않았다. 점점 멍 투성이가 되어가는 놈을 향해 강희진은 심한 욕을 뱉으며 구타했다. 류희연이 곁에 있다는 사실은 강희진의 정신 저 멀리 날아간 후였다. 강희진은 실소하며 발길질에 더 힘을 가했다. 강희진을 보는 류희연의 시선이 방황했다. 마치 지진이 일어난 땅처럼. 흔들리는 류희연의 눈동자를 까맣게 모르는 강희진은 이내 움직임을 멈췄다. 강희진은 숨을 고르며 류희연을 쳐다봤다. 여전히 류희연은 어쩔 줄 모르는 채로 시선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있었다. 강희진은 류희연에게 말을 걸었다.

“ 선배. ”
“ 어, 어? ”
“ 잠시만 반에 계세요. ”

진지한 표정으로 류희연에게 말한 강희진은 금방 달려 학교 뒤 공터로 향했다. 강희진을 발견한 남학생 패거리의 눈에 욕정이 번들거렸다. 더러운 새끼들, 하고 속삭인 강희진은 곧바로 뛰어서 발차기를 날려 한 놈씩 쓰러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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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6-06 19:12 | 조회 : 319 목록
작가의 말
longhair madman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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