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벚꽃

El amor,
당신은 아름다웠다.

벚꽃과 함께 찾아온 그 사랑은 시리도록 눈부셨다.

4월, 새카만 단발을 벚꽃과 휘날리며 등교하는 그녀의 이름은 강희진이었다. 차가운 인상을 가진 미인인 강희진은 지겨워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명찰 상단의 1학년을 뜻하는 노란 띠가 그녀의 나이를 짐작하게끔 했다. 이내 강희진은 학교 내부로 들어가며 모습을 감추었다.
강희진은 고양이를 닮은 미인이었다. 크고 올라간 모양의 눈, 흰 피부, 붉은 입술이 그녀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그녀는 조끼는 아예 안 입고 타이도 어딘가에 버려둔 채로 검은 티 위로 와이셔츠를 대충 입고 다녔다.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강희진을 어려워했다. 강희진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 그녀를 몰래 좋아하는 이들 또한 많았지만.
평소처럼 교내를 돌아다니던 강희진의 시선을 잡아 끈 것이 있었다. 그것은 교내 댄스 동아리 홍보 문구였다. 그녀는 취미이자 특기가 춤이었기에 더욱 관심을 가졌던 것이었다. 강희진은 그 길로 댄스동아리 신청을 한 강희진은 면접 날을 기다리게 되었다.
대망의 면접 날. 방과 후, 면접을 위해 그녀는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고 면접 장소에 15분 먼저 도착했다. 벽에 기대서서 같은 동아리가 될 선배들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때쯤,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고운 미성의 목소리였다.

“ 안녕, 일찍 왔네? ”

대답하려 고개를 든 강희진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사슴을 닮은 미인이 자신을 웃으며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베이지 빛 장발이 큰 호선을 그리며 늘어트려져 있고, 크고 순한 눈망울, 흰 피부, 산호색 입술 어느 하나 어여쁘지 않은 곳이 없는 사람이었다. 말을 걸어온 그 아름다운 사람의 명찰 상단의 띠는 붉은 색, 3학년이었다. 자각한 강희진은 당황하며 90도로 인사했다.

“ 어어…안녕하세요!!! ”
“ 기운 좋네~! ”
기운이 좋다며 인사를 받아준 그녀의 명찰을 다시 확인한 강희진은 다시 한 번 놀랐다. 이유는 학교에서 손 꼽히는 미인의 이름이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류희연, 하고 입 안으로 속삭인 강희진은 생각했다
‘ 우와… 세상 혼자 사네… ’
그만큼 아름다웠다. 자신이 예쁘다는 것을 알긴 했지만 누구를 봐도 예쁘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없는 강희진이었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그런 강희진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연하게 말을 붙이는 류희연이었다.

“ 면접 보러 온 거야? 이름이 뭐야? ”
“ 네…! 강희진이에요…! ”

웃음을 지으며 류희연은 생각했다.
‘ 신청서 받는 애가 말한 예쁜데 무서운 애가 얘구나…귀여운데? ’
류희연의 미소에 강희진은 어쩔 줄 모르는 상태가 됐다. 그러면서 강희진은 깨달았다. 자신이 속칭 얼빠라는 것을. 아름다움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취향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얼굴과 귀는 점점 빨개지고 동공은 떨리기 시작했으며 안절부절 못하는 강희진이었다. 맞다, 강희진은 류희연에게 첫 눈에 반해 버린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찬란하고도 아픈 짝사랑이라는 길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강희진은 면접을 통과했다. 프리 스타일 댄스를 추는 것이 과제였다. 춤 추는 것을 제외하고서도 면접 질문 또한 성실히 대답한 보상이었다. 그렇게 강희진은 류희연을 매 주 볼 수 있게 되었다. 강희진은 면접 때 보았던 그 미소를 잊지 못해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하루 종일 그 웃음이 머리를 휘저었다. 강희진은 류희연을 사랑하고 있었다. 마침내 류희연의 미소가 사랑스럽다고 느낄 때쯤, 첫 연습 날이 되었다. 시간에 맞춰 장소에 도착한 강희진은 우선 류희연부터 찾았다. 모두가 있는데 류희연만이 보이지 않았다. 강희진은 그나마 얼굴이 익숙한 선배인 김지애에게 류희연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 그 선배가 말하길,

“ 아, 걔 오늘 안 와. ”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강희연은 세상을 잃은 표정을 하고 연습에 들어갔다. 모두 흘끗흘끗 강희진을 쳐다보는 데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은 강희연은 모두 함께하는 연습에서 자꾸만 틀리는 상황이었다. 연습이 끝나기까지 15분 정도 남았을까, 문이 다급하게 열리면서 문 앞에 서있던 김지애가 문에 머리를 박았다. 퍽 소리 내며 등장한 이는 바로 강희진의 그녀, 류희연이었다. 류희연과 눈이 마주친 강희연은 울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물론 좋아서. 강희진은 오랜만에 보는 류희연이 너무 예뻐서 머리를 맞은 느낌이었다. 뛰어왔는지 몰아 쉬는 숨과 붉게 변한 얼굴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미칠 것 같았던 강희진은 자각하지 못 한 채 시선을 피했다. 류희연은 의아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갔다.

“ 늦어서 미안~ 그래도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연습하러 왔다~~! ”

류희연은 친구들의 쓰다듬을 받으며 헤실 웃고 있었다. 강희진은 그런 류희연을 빤히 바라보며 귀가 빨개졌다. 강희진은 사랑스럽다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류희연과 눈이 다시 마주쳤다. 눈이 마주치자 이빨을 드러내며 환히 웃는 류희연에게 강희진은 마주 웃어주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
다음 연습 때, 큰 용기를 낸 강희진은 류희연에게 말을 붙였다.

“ 그…선배…전화번호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뭐 다른 뜻 있는 건 아니고…! 부장이시니까…! ”
“ 나는 다른 뜻 있어도 좋은데. 이따가 알려줄게! ”

강희진은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잡듯 자신의 멱살을 잡고선 붉어진 얼굴을 가리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생각했다.
‘ 다른 뜻 있어도 좋은데, 라니 꼬시는 건가? ‘
김칫국인지 통찰인지 모를 생각을 하며 강희진은 들떴다. 류희연이 자신을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그 아주 조그마한 희망을 보았기 때문에, 강희진은 포기하지도 못하고 빛을 향하는 나방과 같은 처지가 되었다. 그 사랑스런 불에 타 죽는 나방과 같은. 그렇게 받은 전화번호를 휴대폰에 고이 저장하고서 그 날 저녁, 강희진은 류희연에게 문자했다.
[안녕하세요. 강희진입니다.]
라고 보낸 강희진은 책을 읽지 않았던 과거의 자신을 탓했다. 강희진이 다시 읽어보니 너무 딱딱해 보이고 그저 부족해 보이는 문자라고 생각할 때쯤, 답신이 왔다.
[웅웅 저장할게!]
강희진은 류희연이 참 텍스트로도 귀여움을 발산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미 류희연을 향한 강희진의 시선에는 분홍빛 콩깍지와 짝사랑 보정이 껴있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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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5-25 22:41 | 조회 : 423 목록
작가의 말
longhair ma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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