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한 자

미숙한 자- 추락 (0)

예로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바에 의하면 태초에 괴수들이 세상을 지배했다고 한다.

그 시기를 -암흑기-라고 한다.

대괴수들이 하늘을 잠식시켜 태양도 달도 땅을 비추지 못했다고도 전해지니, 그것은 비유적 표현이 아니었다.

그저 그렇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고한다.

그 암흑기를 없애버린 10인이 있었다.

그들은 하늘을 뒤덮을 만한 괴수들을 최전방에서 살해하고, 태양과 달을 되돌려 놓은 뒤 괴수의 왕을 죽였다.

그리고, 괴수의 왕의 정수로 암흑기를 지워버리고, 그들은 신적인 힘을 얻었다.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신이 되었고, 인세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고, 그것을 지켜본 이들이 그를 입에서 입으로 이를 전했다.

그리고 지금은 잊힌 한 신이 더 있었다.

그는 누구와도 다르게 신이 되었고, 공식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다르다는것은 곧 이질적이라는 것이고, 신들에게도, 인간들에게도 따돌림 받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과연 그 신은 어떻게 되었을까.

-제 11신이여. 제 외침이 들리십니까?

-그래, 들린다.

-곧 당신께 크나큰 재앙이 일어날 것 입니다. 저같은 일개 신도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재앙이겠죠. 부디 그 재앙에서도 건재하시길 빕니다.

-고맙구나 나의 신자여. 하나밖에 없는 나의 신자여. 내가 현재로서 마지막 남은 신력을 사용하여 네게 축복을 전하느니 너는... 아니다. 너야말로 건재하거라. 인세의 기억속에선 지워지긴 했지만, 너에게선 지워지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항상 고마웠다. 그리고 만약 다음이 있다면 나를 이름으로 불러주지 않겠는가?

-꼭.. 작별하는것 같지 않습니까? 그런말 마시죠. 저의 하나밖에 없는 신이시여 주제넘은 말인것 같지만, 고하겠습니다. 추하더라도, 살아남는것이 가장 좋은 선택지입니다. 부디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빌지만, 최악의 상황에서도 살아남으시는것을 우선으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살아남으신다면, 신명으로 불러드리죠.

-고맙구나. 그럼 오늘은 여기까진가보구나. 재앙이라는 불청객이 왔으니.

제 11신이라고 불린 신은 아직까지 건재했다.

아직까지는.

"아직까지 재앙은 닥치치 않았나보군? 이정도라면 신탁이 잘못된 수준이니 허허..."

그의 앞에는 강대한 악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친숙한듯 그 악에게 인사를 건냈다.

"악신 라이드마. 허어. 오랜만이구나, 여전히 정정하구만"

"너도 그렇지. 불쌍한 녀석 너는 어쩌다 여기로 오게 되었나?"

"그 작자들의 정치공작 때문 아니겠나? 여전히 맘에 들지 않는 작자들이야."

"오호.. 그 말에는 동감할 수밖에 없구나."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건 마찬가지지?"

"그렇지. 그 작자들에게도 한방 먹여주고싶긴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건 이 앞의 운명밖에 없으니."

"그러게나 말이야."

그 둘은 대치 중이었다.

자신의 공간을 빼앗기지 않으려 하는 수읽기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건만, 그들은 여유롭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제 슬슬 결판을 내야 하지 않을까? 악의 신이여"

"그렇군. 슬슬 시간이 그만큼이나 지났구먼"

서로 준비를 했다.

''신''이라고 하면 전지전능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공간 한정이다.

''신역''이라고 하는 진정한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면 전지전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전지전능하지 않아도 그들은 강했다.

흑색 광선이 쏘아졌다.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것만 같은 거대한 흑색의 광선은 그저 일직선으로 펼쳐졌지만, 피해는 거대했다.

"이런이런 이 공간을 부숴버리면 어떡하나?"

"이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자네 털끝도 건들지 못할걸 뻔히 아는데, 당하고만 있을 줄 알았나? 나도 그동안 놀고만 있지는 않았네."

곧 광선은 허무하게 잘렸다.

"그래도 내 털끝을 못 건드는 것은 마찬가지라네 하하"

갑자기 악신의 영역에 있던 모든 파편이 박살 나며 고속으로 날아갔다.

제 11신은 그저 손을 휘저으며 흘려냈고, 놀랍게도 검을 만들어냈다.

"이정도면 되겠지?"

"자네가 검을 들게만들다니. 감격이라고 해야할까, 걱정이되는군."

신은 검으로 그저 일선을 그었다.

그어진 일선은 공간을 찢었다. 세계가 울부짖으며 찢긴 공간을 메우려고 하지만 신은 세로로 한번 더 그었다.

"잘보게, 이는 내 밑천중 하나라네."

십자가 형태의 공간이 악신에게 쇄도한다.

"크읏"

악신은 양팔을 교차하여 공간을 막았다.

하지만 막은줄 알았던 공간은 그저 악신을 뚫고 가버렸다.

"막을수는 없어 그저 다 무시하여 자르고가지. 자른다는 표현은 틀렸지만 말이야."

악신에게 십자가 형태의 구멍이 생겼다.

"크윽.. 역시 자네구만..."

그리고 악신은 기를 모았다.

기의 파동이 얼마나 강대한지 모으는것만으로도 공간이 흔들리며 깨져나갔다.

그 기는 여러모양으로 압축되고 분열되고 다시 합쳐지는 과정을 반복했다.

"한방으로 끝내자는건가?"

악신의 기는 암흑 그 자체였다.

궁극의 어둠이 있다면 저 형태를 띄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의 강대한 암흑이었고, 신은 그저 바라볼 뿐 이었다.

"대단하구만.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 몰랐네. 소모전으로 갈 걸 그랬나?"

그래도 신이 짓고 있는 미소는 지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냐, 너만 생각하고 만든 기술이지. 이 오만한녀석아."

"어감이 약간 이상한 거 같다만?"

"자네에 대한 나의 존경은 당연히 연모만큼 강하다! 마지막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야속하구나."

"예로부터 알고 지낸 인물이 이제 죽는다고 생각하니 안타깝긴 하구만."

서로서로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고 있지만, 한명은 죽어야 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너무 꼬여버렸군."

"그러게나 말이야."

"무명. 죽지 말게. 나는 죽겠지만, 자네는 죽지 말게."

"알겠네, 악신."

그리고 악신의 암흑 구체는 무명이라고 불린 신에게 쇄도하였고 무명은 그저 베었다.

"극섬"

무수히 베어진 구체가 소멸하고 난도질당한 악신은 절명했다.

"허어... 또 한 친우가 죽어버렸구나."

악신과 신.

본질적으로 친우라는 경우는 집어치우고 원수로 보지만 않으면 다행인 경우인데. 무명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저 그러한 친우의 죽음에 안타까워할 뿐이었다.

그리고 악신의 죽음 이후 빛이 점멸했다.

"응?"

<제11신 무명은 들어라>

<신들의 재판에서 ''제11신의 신격박탈''에 대한 논의에 대한 결과가 찬성 8 반대 1 무투표 1이 나왔다.>

<이 시각이후로 제11신의 신격을 박탈하도록 하겠다>

그 이후 10명의 신과, 그의 정예들이 무명에게 쇄도했다.

"하하.... 이렇게 될 줄을 알았지만, 진짜 이렇게 될줄이야."

"너의 혈통의 나약함을 원망해라!!"

"방심하지마라! 상대는 신이다!"

무명은 잘 싸웠다. 잘싸운 수준이 아니라 신을 일곱명이나 패퇴시키고 800이 넘는 천사를 죽였다. 하지만, 계속 이어지는 물량공세와 3명의 신들의 견제로 인해 무릎꿇게 되고, 결국 신격을 빼앗기게 된다.

대표격인 제 2신이 신언으로 선언했다.

<제 11신 무명, 그동안의 정, 그리고 네놈이 세상에 공헌한 많은 업적을 감수하여 죽이지는 않고 신격을 박탈시킨뒤, 인세로 보낼것이다. 축복으로 인해서 노쇠로 죽지는 않을것이다. 세상의 판단에 감사하도록>

그리고 무명이 하늘에서 추락했다.


0
이번 화 신고 2019-05-18 22:44 | 조회 : 713 목록
작가의 말
코시코즈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