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다섯명이 모이면 그중 한명은 비정상(2)

5-2화 다섯명이 모이면 그중 한명은 비정상(2)

우리는 학원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는데, 대련장이라던지, 마법연구실이라던지, 강의실 등등을 보았다.
서둘러 돌아다니다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어 있었다.
다행히 통금시간 전에는 전부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마법사 기숙사와 검사 기숙사 사이에 있는 광장에 있었다.
아침에만 해도 사람이 많았는데 통금이 다 되어가니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럼 슬슬 통금시간이 다 되어가니 여기서 헤어지죠."

"응, 오늘 즐거웠어, 린."

율리우스는 뭐가 좋은지 연신 싱글거리고 있었다.
거 보면 볼수록 첫인상의 이미지가 전부 날아가는 느낌이다.
실제로도 그렇고.

"데하카씨도, 저의 친우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뭐, 내가?"

"네, 아닌가요?"

내 말에 데하카는 잠시 입을 다물더니 곧 대답했다.

"아니, 맞다."

"더 모두랑 같이 있고 싶은데..."

뒤에서 율리우스가 투덜거리자 데하카는 말없이 돌아서서 율리우스의 목덜미를 잡았다.
그가 율리우스에게 다가가는 도중 '역시 저놈만이 비정상이다.' 라는 중얼거림이 들렸다.
역시 다섯명이 모이면 그중 한 명은 비정상이라는 현자의 말이 맞는 것 같다.

"가자, 네가 있으면 항상 일이 꼬인다."

"자...잠깐! 기다려, 숨막...!"

같이 돌아다니면서 데하카에게 들은 사실인데, 평소 율리우스는 순수한 12살의 아이같다고 한다.
뭔가 크거나 중요한 사건 때만 180도 달라진다고 한다.
어떻게 알게 됬냐고 물었더니 어릴 때 몇 번 봤던 악연이라고 한다.
근데 너 지금도 어리거든?

"핀, 지니, 알데! 이따 보자!"

"응!"

"잘가라!"

그리고 의외로, 핀과 율리우스가 많이 친해졌다.
둘의 단순함이 의외로 잘 어울린 것 같다. 그나저나 드디어 핀도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을 만든거구나.
둘이 멀어지고, 우리 네 명만 남게되자 난 앞으로의 할 일을 말했다.

"자자, 시간이 없으니까 얼른 말할게."

"응, 린!"

"근데 왜 알데야?"

"율리우스가 길어서 부르기 불편하데!"

"그래? 그럼 나도 그렇게 불러도 돼?"

"응, 린이 좋으면."

"일단 모두 실력향상을 1차적으로 두되, 다른 사람들과 친해졌으면 좋겠어."

"그건-"

"그래, 그냥 기본적인 일이지, 그 기본적인 일들을 난 부탁하고 있는거야."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지...는 않지만 친구도 사귀고, 공부도 잘하고.
그런 삶이 얼마나 좋은데. 난 저번 생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떠올리면 불쾌하다.
그러니까, 적어도 너희는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나의 개인적인 마음이다.

"응, 그게 다야."

"알겠어, 린! 열심히 할게!"

"...알았어."

핀도 처음보단 많이 성격이 누그러졌다.
그렇게 무대포는 아니라는 거겠지. 핀도 정상의 사고력을 가진 인간이니까.

"지니는 같은 기숙사니까 가면서 이야기하자."

"네."

난 핀과 알데를 보내고 지니와 마법사 기숙사로 돌아갔다.
돌아가던 중에 나는 지니에게 물었다.

"그때는 정신없었는데 지니는 어디있었어? 그래도 내가 주위를 둘러봤는데 네가 안보였거든."

"....구석에 있었습니다. 못 보셨을 수도 있죠."

"그런가?"

"네."

"아, 맞다. 너 혹시 따라왔었어?"

"무슨 소리이신지..."

"데하카가 그랬거든. 네가 눈치가 좀 빠르다고."

내가 웃으며 말해도 지니는 표정 변화가 없었다.
지니는 정말 표정변화가 없다. 내가 봐도 모를 정도로.
지니는 정말로...

"왜 이렇게 숨기고 있는게 많은 걸까?"

드디어 지니에게 변화가 있었다.
아주 조금이지만 지니의 걸음이 느려졌었다.

"물론 네가 나에게 전부 말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아, 내 시종인데 주인으로써 말하라고 할까?"

지니가 조금 곤란해 하는게 이제는 좀 보였다.
뭐랄까,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지만 말하기 곤란한?
나는 피식 웃고선 부정해줬다.

"농담이야."

"왜 그런걸 물으십니까."

"난 좀 더 널 알고 싶어."

물론 설정이라던가, 성격, 키, 몸무게는 알지만.
어, 이거가 좀 위험한가? 어쨌든,

"혼자 꽁꽁 숨기는 것 같아서 말이야. 여자의 감이랄까?"

어느새 기숙사가 가까워졌다.
아직 시간은 늦지 않았다.

"네가 다른 사람들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벽을 하나두고 너무 가까워지지 않게."

난 지니를 바라봤다.
처음으로 지니는 내 눈을 피했다.

"혼자 고민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상담해줄 친구를 두는 것도 좋아.
난 그런 관계가 되고 싶은데 말이지."

"전 그런 관계가-"

"물론 우리는 계약관계야. 하지만 그런 딱딱한 관계보다 이왕이면 좀더 부드러운게 좋잖아?"

오늘따라 감정이 좀 솟는다.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어린 말.
생각나는데로 말하는 거지만, 내가 생각해도 놀랍다.
혹시 전생에 그런 역할이었을까.
떠올리려하자 좀 따스한 느낌이 든다.

"핀도 그렇고, 알데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데하카씨까지."

율리우스는 모르겠다.
마치 생각과 말이 똑같은 것 같아서, 그 행동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어떤 의미로는 율리우스가 제일 무섭다.

"서로 다른 사정을 품고 있으니까 각자 목적이 다르지.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힘을 추구해."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지니는 평소처럼 무표정이였다.
동요를 잘 추슬렸나보다.

"지니."

"네?"

"문뜩 든 생각인데, 좀 더 감정을 표현해봐."

"무슨..."

'내가 그래서 힘들었거든.'

감정을 숨기는 거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자, 순간 이 말이 떠오르면서 난 눈물이 흘러나올뻔 했다.
갑자기 감정이 차오르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뭐야, 왜....왜 이러는 거야? 머리가 좀 지끈지끈하다.
뭔가 떠오를 듯 말 듯하다. 뭔가 화를 내고 있는 듯한 사람이 떠오른다.
지금은 안돼. 지니와 대화중이야.
기억나지도 않는 저번의 생은 끼어들지마!

"아무튼 그런거야."

최대한 감정을 추스르며 난 웃어지지도 않는 얼굴을 억지로 밀어올렸다.
정말 필사적이였다. 이렇게 감정이 차오른 적은 처음이다.

"아, 벌써 도착했네."

그 후로 대화 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기숙사에 도착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반 선생님이 카운터 자리에 그대로 아침과 똑같이 앉아있었다.

"안녕하세요, 반선생님."

"너....아니다, 이름적고 들어가, 아슬아슬했다."

지니는 196호, 1층이였다.
난 말없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니도 말이 없었다. 그래도, 조금은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혼란스러운 사고속에서 나는 그렇게 믿었다.

"아, 린. 왔...."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에리카가 나에게 인사하다 입을 닫았다.

"응? 에리카, 나한테 뭐 묻었어?"

"혹시...오늘 무슨 일 있었어?"

"왜 그래?"

"표정이...안 좋아보여서."

내가 그렇게 드러났나? 난 괜찮다고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문뜩 든 생각인데, 좀 더 감정을 표현해봐.'

내가 한 말이였다. 내가 그렇게 말해놓고서 정작 나는 그렇지 않다니...
아, 더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런건가....
난 에리카에게 다가가 꼬옥 끌어않았다.

"응, 오늘 예전 기억이 생각나서. 좀 안 좋은 일이였거든."

"그래...? 괜찮은 거야?"

"응, 우리 에리카를 안으니까 좋아졌어."

말랑말랑하니 기분이 좋았다.
작고, 귀여워서 인형을 껴안는 기분이였다.

"에리카는 씻었어?"

"응.."

"그래, 그럼 나도 얼른 씻어야지, 먼저 자."

"알았어...."

나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낮에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는데, 여기는 욕실도 딸려있었다.
만약에 없었으면 어쨌을려나, 나.
아, 비누 찾았다. 비누망도 있네.
난 옷을 벗고 샤워기를 틀었다. 습관적으로 샤워기를 좀 틀고 있었는데, 여기는 바로 따뜻한 물이 나왔다.
비누는 향이 아주 좋았다. 은은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았다.
머리도 감고, 양치질도 하고.

"아, 개운하다~"

씻고 나오니 에리카는 이미 침대에 들어가 있었다.
살짝 다가가보니, 새근새근하고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볼을 꾸욱 눌러봤다.

'아, 이거 중독 될것 같네, 어떡하지.'

내 책상을 보니 올려놨던 교복이 정돈되어 있었다.
교복 옆에는 교과서인지 책이 꽤 쌓여있었다.
에리카가 정리해준걸까, 착해라.
나도 정리해야지...교복은 책상 옆에 있는 옷걸이에 걸어두고, 가방에는 필기구와 교과서를 챙겨넣었다.

"음, 준비완료."

내일부터 진짜 유드그라실에서의 생활이 시작된다.
새로운 세계에서의 첫 학교.
분명 세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근데...왜..."

아직도 이 기분이 가시질 않는걸까.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지만 머리만 싱숭생숭하고, 잠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난 결국 늦게 잠에 들었다.

『지니』

그 여자애는 처음 만날 때부터 이상했다.
만나자마자 뜬금없이 웃으며 '같이 가자!'라며 웃었다.
이곳은 이런 여자애가 올 곳이 못된다.
그런데도 왔다는건 이곳에 대해 잘 안다는 뜻이고 알건 다 안다는 뜻이겠지.
그리고 곧바로 셋만 남자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유혹이다. 앞에 뭐가 있을지 모르는 유혹.'

그리고 난 얼마 안 있어 세계최대최고의 학교 '유드그라실'에 입학 할 수 있었다.
솔직히 처음에 봤을 때는 그냥 좀 튀고 싶은 귀족이라 생각했다.
나에게 있어서 귀족은 단순히 자기과시욕이 강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벌레였다.
하지만 짧은 기간, 그 집에 머물면서 그 인식은 조금은 고쳤다.
알기 싫어도 알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진심이란.
적어도 그들이 나를 대해주는 태도에는 거짓이란 없었으니까.
그렇게 마음이 좀 풀어질 무렵, 난 2가지에 놀랐다.
하나는,

"나 마법 가르쳐줘!"

린은 나에게 마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가르쳐줘도 딱히 나쁜일은 없는지라 심장의 사슬을 푸는 작업을 했다.
난 거기서 놀랐다.

"음....뭔가 부족해..."

이 미친 아가씨는 팔다리에 있는 마력혈을 뚫기 시작한 것이다.
본디 마력이란, 심장의 마나가 받춰줘야 함도 있지만, 육체의 성장, 마력혈의 견고함도 같이 성장해야 한다.
그리고 마력혈은 처음에는 누구나 다 막혀있다.
마력혈을 뚫을 때는 다른 숙련된 마법사가 필요한데, 실수로 조절을 잘못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잘못 마력을 조절하면?
온 몸이 분해된다.

"후!"

그리고 이 미친 아가씨는 그걸 혼자서 해냈다.
나와 똑같이. 그리고 그 마력량 만큼은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그 마력량은 나를 뛰어넘었다.
인간이 비빌 수 있는 양이 아니다. 그 양은...인간의 범주를 벗어나있었다.

"....괜찮습니까?"

내가 물었지만 문제있냐는 듯한 그 표정에 난 그만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이 아가씨는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다...
게다가 곧이어 영역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미친."

마법사의 영역은, 자신이 마법을 쓰는데 최적의 상태가 되는 것.
영역이 펼쳐지면 그 공간은 마법사의 영역이 된다.
마법사의 손바닥 안이 되는 것이다.

'무언가 다른 것을 보고 있다.'

보통 영역은 마법사마다 다른데, 보통의 시야에 자신만의 표식이 보이는 것이다.
그 흐름을 끌어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쓰는 것이 영역의 의의.
초점은 맞춰져 있지 않았다.
시험삼아 최대의 효율로 파이어볼을 만들어 마력을 회전시켰다.
그러자, 단박에 린의 눈이 내 마법으로 향했다.

'린은 마력의 흐름 그 자체를 보고있다.'

이건 분명 마법계의 큰 혁명인 것이다.
마법사라면 누구나 예외없이 그녀를 연구해보고 싶어하겠지.

2번째는, 나의 관찰에 관한 것.

상인인 아버지에게 배운 통찰력과 마법에 의한 지식은 사람을 관찰하는데 뛰어나게 해주었다.
알기 쉬운 사람은 그 사람의 생각까지 유추해 낼 수 있었다.
린은 처음에 어렴풋이 느껴졌다.
뭔가 다른 목적을 갖고 있구나, 라고.
그리고 그건 유드그라실에 도착해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바뀌어버린 것은, 첫날 저녁.
마법사 기숙사를 향해 걷던 그 시간.

"문뜩 든 생각인데, 좀 더 감정을 표현해봐."

이 말부터, 난 린의 감정이나 생각을 유추할 수 없었다.
그저 웃는 얼굴의 린이, 뒤에 거대한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그 내면을 엿보았다간 내가 도리어 삼켜질 것 같아서.

난,

처음으로 린이라는 인간을 두려워했다

3
이번 화 신고 2019-07-07 00:25 | 조회 : 1,493 목록
작가의 말
Deemo:Hans

기억을 봉인한 알데, 어두운 과거를 품고 있는 지니, 모두를 적대하는 핀, 감정을 알 수 없는 린, 무슨 생각인지 알수없는 율리우스. 과연 누가 비정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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