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끝 그리고 시작









눈을 뜨자 낮선 천장이 보였다.
약간 낮은 온도에 오돌토돌 닭살이 돋았다.
12평 정도 되어 보이는 이 벽돌방은 사면에 걸려있는 횃불로 어스름하게 밝혀지고 있었다.
바닥에 누워있던 수연은 손을 쥐락펴락 하며 신체의 감각을 확인했다.
톡 토독 바닥에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에 그는 청각이 살아있음을 확인했다.
서서히 상체를 일으켜 앉은 그는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 밤이었다.
우산도 쓰지 않고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도로 한가운데를 걷던 수연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작은 점에서부터 커다란 물방울이 되어 뺨에 떨어져 부서지는 빗방울을 보며 그는 생각했다.

오늘역시 평소와 별 다른 것이 없는 날이었다.
그는 언제나와 같이 출근을 했고, 마찬가지로 일에 시달렸다.
유일하게 다른 점이라면 그는 내일부터는 회사에 출근할 필요가 없어졌음이라.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일까.

그의 행동일까?
그가 고아라서?
그가 사람들에게 친절했기에?

그래서 그가 모든 죄를 뒤집어 쓰게 된 것일까.
갑자기 속이 울령였다.
먹은 적도 없는 저녁이 올라왔다.
혀 안쪽에서 씁쓸한 소화액의 맛이 났다.
그는 생각을 털어내듯 머리를 흔들었다.
그의 머리카락에 흐르던 빗물이 사방으로 털어졌다.

아니다.
이럴 순 없다.
그가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해 오며 살아왔는가.
이렇게 끝날 수는 없다.
그래.
말도 안 되지.

다시끔 우중충한 하늘을 바라보던 수연은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조용히.
그저 조용히 자신을 위로했다.

-쏴아아아

빗소리를 듣던 수연은 돌연 오른쪽에서 강한 빛이 느껴져 눈을 떴다.

그리고.

그의 몸은 짧고 강한 충격을 받아 공중으로 치솟았다.

오른손에 들려있던 편의점 봉투는 삼각김밥과 캔음료를 흩뿌리며 날아갔다.

3초간의 짧은 활강 동안, 그는 자신의 몸에 충격을 가해 튕겨나게 한 하얀색 5톤 트럭을 볼 수 있었다.
트럭의 운전자는 핸들에 머리를 박은 상태로 졸고 있었다.

-젠장

격한 통증과 함께 바닥에 부딫히는 것을 느끼며 그의 의식은 암전되었다.




***




기억났다.
그는 죽었다.
죽기 직전의 그는 회사에서 잘리고 남은 건 반지하 원룸과 두달동안 월급이 밀려 텅텅 빈 통장뿐이었다.
허탈했고 억울했고 저주스러웠다.
'사축'
말 그대로 회사의 가축이 되어 끌려다니다 결국 내버려진 그는 삶에 대한 의지를 잃은 채 정처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죽고 싶다.'

어렴풋이 돌아가는 머리에선 자꾸만 죽음이 맴돌았다.
그러다 결국 그는 트럭에 치였다.

트럭에 치여 날아가는 그에게, 참으로 기구하게도 삶의 불꽃이 다시 지펴젔다.
그토록 머릿속에서 울리던 죽음이 막상 현실로 다가오자 아이러니 하게도 그는 삶을 원하게 된 것이다.

뒤늦게 지펴진 삶의 불꽃은 매우 짧게 타올랐다.
하지만 그 불꽃은 그 누구보다 크고 밝고 뜨겁게 불타올랐다.

그 불꽃을 본 것일까.
'누군가' 가 그에게 다가왔고 그는....

"크아아악!"

갑자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죽음의 마지막, 누군가를 본 것 같았는데, 떠올리려 하는 순간 격한 고통과 함께 머릿속이 하얘졌다.

"후우..."

그는 벽으로 기어가 몸을 기대었다.
숨을 고르며 머릿속의 통증을 진정 시키려 애썼다.
꺼슬한 벽돌의 질감이 셔츠를 통해 등으로 느껴지자 통증이 좀 가라앉는 듯 했다.
지금 알 수 있는것은 자신의 죽음에 누군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떠올리려 하면 지독한 두통이 몰려온다는것.
일단 자신이 타의에 의해 살아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당분간은 '누가' 그를 데리고 온 것인지 생각하는 것은 미루어 두기로 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어디에 있는가 이다.
주위를 둘러보자 수연은 그가 정육면체의 공간에 같혀 있는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몸통만한 크기의 벽돌로 이루어진 이 방은 사면에 결린 횃불에 의해 은은히 밝혀지고 있었다.
방 안에는 그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여긴 어디지'

막연히 생각해보지만 여기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돌로 이루어진 방은 마치 예전에 가 본 벽돌무덤처럼 생겨 있있다.
다만 규모가 좀 더 클 뿐.

'진짜 무덤인가?'

아니, 애초에 한국은 맞는건가?
중국등 다른 나라로 납치되었을 수도 있다.

인신매매.

이렇게 생각하자 순간 겁이 덜컥 났다.

'나가야 한다.'

여기서 당장 나가야 했다.

'어떻게?'

문을 찾아야 한다.

그는 비틀거리는 몸을 가누며 일어섰다.
당장 등을 기대고 있던 벽을 더듬으며 문을 찾기 시작했다.

'없다.'

등을 기대고 있던 벽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벽돌, 벽돌, 벽돌, 벽돌.

그는 벽에 몸을 기대며 다음 벽을 더듬기 시작했다.



...
없다.
문이 없다.
벽, 바닥, 천장까지 모두 찾아봤지만 문으 존재하지 않았다.

"으어어..."

꽉 잠긴 목에서 끓는 소리가 났다.

"으어어어...!"

마치 짐승처럼 깊은 곳에서 소리가 울려 나왔다.
눈에서는 누런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죽은 줄 알았다.
그리고.
살아난 줄 알았다.

포기했던 삶이 다시 이어져서 생겼던 작은 희망의 불씨는 밀폐된 공간에 같혀 있는 상황에 덧없이 아스라져 갔다.

'살고싶다'
'살고싶다'
'살고싶다'
'살고싶다'
'살고싶다'
'살고싶다'
'살고싶다'
'살고싶다'
'살고싶다'

그의 안에서 무언가 망가지면 안 돼는 것에 금이 갈 무렵, 그의 시야의 우측 상단에 깜박이는 작은 빛이 보였다.

뭐지

절망에서 나온 울음에 떨리는 몸을 추스리며 빛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갑자기 그의 귀에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예비 요옹사 여러부운!]

그것은 이 상황에 맞지 않는 높고 발랄한 목소리였다.




[튜토리얼(tutorial)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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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5-08 22:03 | 조회 : 1,035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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