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화 - 스테이지 1









[튜토리얼(tutorial)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뭐...뭐야?"

갑자기 귓가에 울리며 들려오는 목소리에 수연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주변을 재빨리 살피며 등을 벽 쪽으로 바짝 붙였다.

그렇게 긴장하고 있자,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흠흠! 에...아마 지금쯤이면 여러분 모두 슬슬 정신이 들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당황스러우셨나요 용사님? 자자 긴장 푸시고 앞으로 이어질 말은 중요하니까 경청하시길 바라요!]

용사?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에 집중하게 되었다.

[여러분은 모두 원래 계시던 세상에서 한번 죽었습니다! 차에 치여서 죽고 말에서 떨어져 죽고 발을 헛디뎌...풉! 죽고 익사하고 등등! 어휴 다양한 방법으로 죽으셨네요~ 아무튼! 그렇게 한번 죽은 당신들에게! 또다시 새로운 삶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빠밤! 와! 박수!]

짝짝짝짝짝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올 듯 한 박수 효과음이 들려왔다.

[자자 진정하시고. 이렇게 다시 살아난 여러분에게는 사명이 주어졌습니다! 그렇죠 목숨은 공짜가 아니죠!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어요? 아무튼, 여러분의 사명은~ 두구두구두구두구~]

정신사납다.
가뜩이나 혼란스러운데 저 깔끔히 이어지지 않는 화법은 수연이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빠밤~! 세계의 구원입니다! 뭔 소리냐구여? 여러분은 이제 세계를 구원할 용사가 돼는 길에 첫 걸음을 내디딘 겁니다! 여러분이 구원하러 갈 세계의 이름은 {이데아}. 아주, 아아주 나쁜! 마신과 마족들에 의해 침식당하고 있는 세계죠! 이 평화롭고 아름답던 세계는 마계의 침식으로 점점 썩어가고 있답니다... 흑흑]

작위적으로 들리는 울음소리를 잠시 낸 목소리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쿨쩍! 킁! 어쨌든 그래서 여러분들이 {용사}로써 {이데아}를 구원해주셔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여러분은 그저 토끼, 아니 그냥 개미, 아니 아니, 하찮은 먼지같은 상태랍니다? 하급마물이라도 만나면 그냥....]

펑!

귓가를 세게 때리는 효과음에 수연은 깜짝 놀라 어깨를 움츠렸다.

[먼지가 되어 버릴 수 있어요! 뭐 나름 이름을 날리시던 분들도 있겠지만 그분들도 마족을 만나면 다 거기서 거기에요. 그.래.서! {이데아}를 굽어 살피시는 주신님이 여러분을 위한 성장 시스템을 만들었죠! 그게 바로~]

튜토리얼(Tutorial)...인가.
수연은 단어를 입안에서 웅얼거렸다.

[네 맞습니다! 튜토리얼이져! 후후. 놀라셨죠? 걱정 마요. 여러분의 생각을 읽진 못한답니다? 이짓을 한두 번 해야죠. 아무튼, 튜토리얼을 통해 여러분을 성장시켜서 쓸만한 용사로 만든 뒤에야 {이데아}로 갈 거예여! 튜토리얼은 총 100 개의 스테이지(Stage)로 이루어져 있구요 각 스테이지 별로 테마가 조금씩 달라요! 스테이지와 함께 점점 난이도가 올라가며 여러분 역시 점점 성장하실 거예요! 예예!]

튜토리얼.
이데아에 가기 전 일종의 연습게임인건가.

[아! 그리고 답답한 여러분을 위해 주신님이 만드신 게 하나 더 있어요! 바로 성장 보조 시스템인 {상태창}입니다! 후후 이 같은 시스템은 어스, 그러니까 지구에서 인간들이 하던 게임에서 따 왔죠! 직관적이고 좋잖아요? 아무튼 상태창 하고 말하시면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구요, 귀찮으니까 자잘한 정보는 상태창에서 알아서 찾아봐요!]

설마 했는데 게임 시스템이라..

웃기지도 않는다.

[자자자! 이제 10 분 후면 스테이지 1이 시작됩니다! 제 안내가 끝나는 동시에 10분 카운트가 시작되고요! 동시에 여러분에게 기본적인 무기가 지급됩니다! 잘 골라서 싸우시고요, 살아남길 바라요~ 그럼 뿅!]

발랄한 효과음과 함께 다시 적막이 찾아왔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은 시야 오른쪽 구석에서 카운트가 시작되었다는 것과 방의 중앙에 옅은 빛무리와 함께 무기가 놓였다는 정도.

수연은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데아? 용사? 구원? 마계? 주신?
이게 다 뭐란 말인가.
설명을 이해하지 못한 게 아니었다.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 뿐.

납치당한게 아닌가?
난 정말 죽었고 되살아난 것인가?
이 모든 게 미친 사이코의 장난이라면.
'여러분'이란 발에서 유추해 보면 이런 상황은 자신만이 아닐 수 있다.
아니면 그저 꿈일까.

수연은 목소리가 한 거짓말 같은 설명 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수연에게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과, 계속 살아나갈 수 있다는 사실만이 가장 중요했다.

그는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상념을 머리를 한번 털어내는 것으로 정리했다.


[09:44]


시야 구석에 줄어들어 가는 타이머를 흘끗 본 수연은 일단 알고있는 것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상태창"



<상태창>
이름 : 이수연
레벨 : 1
칭호 : (없음)
체력 : 10
마나 : 0
힘 : 5
민첩 : 5
스킬 : (없음)
《선천》
1.?
2.?
3.?
《후천》
1.
포인트 : 5

<상점>
(※5레벨 이후 이용 가능)



갑자기 눈앞에 팟 하고 떠오른 창에 수연은 뒷걸음질을 쳤다.

"뭐야...이게... 진짜 되잖아."

이젠 거짓말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눈앞에 떡하니 증거가 있는데 어쩌겠는가.
그때였다.

-삐빅

짧은 기계음과 함께 시야 구석에서 빛이 깜박였다.
시선을 옮기자 채 반도 안남은 타이머가 보였다.


[04:56]


"상태창"

마음이 급해진 수연은 일단 상태창을 닫았다.
급히 방의 중앙으로 가자 구식의 무기가 몇 개 놓여있는 것이 보였다.
조선시대나 사용했을까.

가장 왼쪽에는 1m 60cm 정도로 길게 다듬은 나무막대기 끝에 무딘 창날이 달려 있는 창이였다.
그 옆에는 활과 화살통에 담겨있는 화살이 넣어져있었는데, 둘 다 투박하게 생겼고 화살은 15개가 전부였다.
그 오른쪽에는 80센티 정도 되어 보이는 검과 프라이팬 정도로 되어 보이는 원형방패가 겹쳐져 있었다.


[03:48]


시간은 계속 줄어들었고 수연은 써 본적도 없는 무기들을 계속 들었다 놨다 하며 우왕좌왕 했다.


[03:21]


일단 몸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왼팔 하완에 원형방패를 꽉 매었다.
동시에 같이 놓여있던 검을 들었다.


[02:37]


검은 날이 다 나가있었으며 녹마저 쓸어 있었다.
몇 번 휘둘러 봤지만 여전히 어색했고 검의 무게에 몸이 휘청거렸다.


[02:04]


검을 뻗어도 봤지만 역시 무게 때문에 계속 검끝이 쳐졌고 80 센치정도 되는 검은 한없이 짧게 느껴졌다.


[01:32]


그러던 수연의 눈에 창이 들어왔다.
방패와 창.
괜찮다.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검을 한쪽에 내팽개친 수연은 바로 창을 집어 들었다.


[00:59]


휘둘러보았지만 여전히 휘청거리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길이가 있어서일까.
그는 나름 안심이 되었다.


[00:30]


제한시간이 30초가 되자 한쪽 벽에서 푸른빛의 포탈이 생겨났다.

저기를 통해서 가는 것일까.

알 수 없는 고양감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는 오른손에 창, 왼팔에 방패를 들고 포탈 앞으로 가서 섰다.


[00:05]
[00:04]
[00:03]
[00:02]
[00:01]


쓰읍




[00:00]

[게이트 활성화]

포탈에서 푸른빛이 쏟아져 나와 수연의 몸을 감쌌다.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끼며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아아아! 맞다! 깜박하고 말 안했는데, 스테이지에서 죽으면 진짜 끝이에요~! 꺄하하!]

뭐?!




수연이 머물던 방은 처음과 같은 적막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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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5-09 23:25 | 조회 : 1,097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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