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온통 투명

너는 기억하지 못할 거야, 태형아.
넌 나와 처음 만났던 그곳도 기억하지 못했거든.

침대에 나와 함께 누워 나의 팔을 벤 네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어.

‘우리가 몇 살 때 만났지?’ 라고.

‘12살.’

나는 그렇게 짧고 건조하게 답했어.
더 이상 긴말은 나의 목을 죄어올 것 같았거든.
너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시 물었어.

‘정국아, 내가 몇 살일까?’
‘19살.’
내가 답했지.

너는 고개를 나의 가슴에 묻고 얼굴을 부볐어.
넌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다시 말했지.

‘기억이 나지 않아. 어쩌면 좋지? 정국아, 나 어떡해...’


사실 너는 아무렇지도 않은 게 아니었던 거야.
기어코 눈물을 터뜨리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너의 손목을 잡아끌었어.
너는 나의 손아귀를 벗어나려고 했어.
거의 울부짖었지, 넌.

난 그런 너의 바스라질 것 같은 몸을 내 품에 가득 끌어안고 너의 귀에 하염없이 속삭일 수밖에 없었어.
그 외에 내가 널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었어.
주문처럼 속삭였지.


‘김태형. 나를 봐. 이것만 기억해. 내가 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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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5-07 16:30 | 조회 : 1,129 목록
작가의 말
솔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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