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저만 특별한 건가요?

"뭐?"

은호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그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반의 여학우이자, 은호의 앞자리에 앉은 주영이 계속해서 말을 지껄였다.

"그러니까.."

괜히 말을 늘이며 회상하듯 사람을 답답하게 하더니 말을 더 이어간다.

"애고 말야, 복학했다고 해도 반 애들 중에 애고 한테 존대쓰는 애도 없고,
애고도 딱히 신경 안쓰던데 왜 너만..

존댓말써?"

은호의 표정이 변했다. 자신도 왜인지 모르겠다는 듯 아리송한 표정이다.

애초에 그냥 그런 호기심에, 지나가는 말로 물었던 주영은 그런 은호의 표정변화에 그저 장난기 담아 웃을 뿐이다.

"왜? 애고가 반말 못쓰게 하냐?"

그러나..

"......어.."

예상 외의 답변이 나오자 주영의 표정도 응?하는 표정으로 변해버린다.

"엥?진짜, 왜?"

"글쎄......."

그렇게 둘은 왜일까 하는 의문을 담은 눈으로 교실에 들어서는 이애고를 바라보았다.


겨울 방학 보충이라 3시쯤 학교가 끝나고 남은 찌게에 넣을 요량으로 돼지고기를 사든 은호가 자취방문을 열었다. 그런 은호의 눈에 먼저 들어온건 오늘도 보충 도중 지겹단 표정으로 교실을 나서던 애고였다. 아마 5,6교시연속 수학이라는 시간표에 질려 점심을 먹고 일찍이 하교했을거다. 애고는 거실쇼파에서 담요를 말고 자고있었다. 그리고 은호의 기척에 깼는지 곧 몸을 일으키고 잘 안 떠지는 눈을 뜨려 몇 번이고 눈을 꿈뻑였다.

"형, 또 저 없는 사이에 집에 먼저갔죠."

애고가 무표정하게 은호쪽을 한 번 힐끗본다. 그 무심한 동작이 사실은 눈치를 보는 행동이라는걸 아는 은호는 짐짓 화난 듯 표정을 굳혀본다. 그러나.. 네가 그러든지 말든지 라는듯,

"응."

하며 애고는 씩 웃고는 말아버린다.
은호도 보호자 처럼 잔소리 해대며 뭐라뭐라 설교할 순 없는 노릇이라 한 번 타박하는 눈빛을 보내고는 손에든 고기를 냉장고에 넣으러 부엌으로 간다.

부엌에서 돌아왔을 땐 담요를 말고 다시 누운 애고가 그 앞에 놓인 TV를 보고있었다. 은호는 그런 애고 옆에 앉으며 무릎배게를 해준다. 그냥 TV를 볼 뿐인데 평화롭고 행복감이 밀려왔다. 그러다 문득 아침에 주영이 한 이야기가 생각나 은호는 고개를 내리고 애고를 바라보았다.

애고는 얼굴은 평범하지만 옆 모습이 퍽 예뻤다. 그 예쁜 옆 모습이 감춰짐 없이 드러나 있었다. 빤히 쳐다보다 은호가 소리를 냈다.

"근데 형."

"앙."

TV를 보며 애고가 건성으로 답한다.

"왜 저는 반말 못하게해요? "

"........."
이번엔 대답없이 애고가 눈알만 굴려 자신의 위에 있는 은호를 바라보았다. 덩치큰 게 고개를 숙이고 있어 그늘이졌다. 게다가 빤히 쳐다보고 있어서 슬쩍 눈만 굴렸는데도 단박에 눈이 딱 마주쳐버렸다.

애고는 짐짓 놀라며 눈을 다시 TV를 향해 돌렸다.

"예? 왜 저만 존대 꼬박꼬박 써야되요?"

은호가 재촉하며 추긍한다.
그러자 다시 눈을 굴리던 애고가 얼굴을 붉히며 답한다.

"아..야."
"......?"

"씨발, 내가 깔리는데 너가 반말까지 해봐, 존심상하잖아."

8
이번 화 신고 2019-04-08 18:15 | 조회 : 2,911 목록
작가의 말
자유로운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