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계를 본다

안개가 낀 조용한 숲의 넓은 강. 그 숲의 길을 뚫으며 어느 여성이 조금 젖은 흙길 위를 걷고 있었다. 이어, 물기로 촉촉해진 나뭇잎의 물방울을 손톱에 올려보는 행동도 하였다. 강가에서는 나무로 만들어진 기다란 배의 상태를 점검하는 검은 로브를 덮은 여성이 있었다.


"준비는 다 된 거 같네요"


검은 로브를 쓴 여성이 다른 여성을 부른다. 여성은 기다렸지만, 그 부름에 조금 놀란 듯 허겁지겁 걸어와 그녀에게 다가섰다. 뱃사공으로 보이는 그 로브의 여성은 손님으로 보이는 여성의 손을 잡아 먼저 배 위에 태운 뒤, 자신도 그 위로 뛰어올라 배 위에 올라탔다. 나무로 된 그 몸체가 흔들렸다



문득, 손님은 검은 로브 안 뱃사공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키도 크고 가슴까지 내려오는 하얀 단발에 붉은색 눈동자의 왼쪽에는 긁힌 흉터까지 있으며, 사나워 보이는 인상 이였다. 검은 장갑을 낀 양 손에 노를 들고 있는 그녀는, 고개를 손님 쪽으로 돌려 물어보았다.


"뭐 얼굴구경이라도 하시나 봐요?"

"아, 아니요! 절대 아니에요!"


뱃사공이 인상과 다르게 꽤나 유쾌한 어조로 웃으며 말하니, 손님이 당황해서 두 손을 서로 부딪히며 배아래 강물로 눈길을 돌렸다. 안개 때문인지 모든 색이 하얗게 바래보였다. 맑은 강물 아래에는 작은 수초가 떠 있고 그 아래 어린 치어들이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었다.

노를 저어 생기는 물결이 흘러서 손님의 손가락 사이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몸을 돌려 뱃사공에게 말을 걸었다. 아마 아까 그녀의 말투를 보면, 인상만 험해 보이는 것이지 사실상 마음 놓고 편히 대화 할 수 있는 상대였으니 말이다.


“목적지가 정말 멀리 있나 봐요?”

“네, 생각보다 더 멀리 있어요. 아마……. 2시간 반 정도?”


손님은 헉 소리를 내며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맑은 강물과 하얀 하늘이 맞닿은 지점너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 출발한지 5분 됐는데……. 라며 배 위에 드러누운 손님은 문득, 뱃사공에게 물어보았다.


“이렇게 오래가야 되는 걸- 심심한데, 재밌는 이야기 같은 건 없나요?”

“재밌는 이야기요……?”


뱃사공이 노를 멈추고 손님 쪽으로 몸을 움직여 바라보았다. 노를 멈춘 이유는 아마 이곳부터물살이 있어 방향만 제대로 잡아만 준다면 굳이 노를 저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손님이 두 눈을 반짝거리며 뱃사공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한 손으로 턱을 괴고 앉아 곰곰이 생각하였다,


“있긴 있네요, 그렇게 즐거운 이야기는 아니지만요”


손님이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들으실래요?”


손님은 잠시 동안 고민하는 듯 했다. 그리고 듣겠다는 말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였다.


“좋아요”


뱃사공이 다시 일어서서 배의 방향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 이건 아주 옛날 옛적의 이야기에요,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보네요?”


여느 때와 같은 늦봄, 병원에서는 몸이 아파 병원에서 종양제거술을 받으러 온 15살 소녀와 그녀의 어머니가 의사와 함께 그녀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아기만한 사이즈, 아니 정말 아기모양으로 잡힌 종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어느 신생아들과도 같이 숨을 쉬고 심지어 울기까지 하였다. 테라토마 라는 악성 종양의 일종이라고 설명을 하였는데, 어느 학계에서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담당의사가 대답하였다. 아마 이 아이가 알려지면 이 사회에 정말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기 때문 이였다. 그 이유는 간단하였다.

「 국가에서 개조인간에 관한 실험을 진행 」 하고 있었기 때문 이였다. 의사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길 꺼려했고 그의 곁에 있던 동료의사들도 이 사실을 보도하게 되면 아마 이 가족들에게는 엄청 큰 스트레스를 안겨 줄 수 있었기 때문 이였다. 의사는 조용히 두 사람에게 아이를 키울 건지 입양을 보낼 것인지 결정하라는 제안을 했다. 아니면 그대로 죽일 것인지 라는 제안도 하였다.

소녀는 그 작은 아기의 모습을 한 종양을 바라보았다. 자신과 다른 것이라곤 아직 분홍색 눈동자 하나뿐인 이 종양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갈 곳이 없는 아이기도 한데…….”


소녀의 어머니는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겉보기에는 정말 아무 문제없는 신생아 그 자체였으니깐. 소녀와 소녀의 어머니는 정말 오랜 시간 고민을 하다가 아이를 거두기로 하였다. 실험체로 쓰이거나 죽임당할 바엔 차라리 데려가 키워보겠다고. 막둥이를 얻은 것처럼.


그 후로 15년이 지나갔다.



“언니!”


방에서 검은 긴 머리카락을 가진 분홍색 눈의, 그 아이는 커서 벌써 중학생이다. 아침부터 집의 방문을 열며 단발머리에 동그란 안경을 쓴 그 소녀를 찾는다. 소녀는 겉옷을 입다가 자신을 부르는 아이의 외침에 대답하였다.


“왜?”

“내 고양이 양말 못 봤어?”


소녀는 한숨을 쉬었다. 겨우 그것 때문에 날 부른 거야? 라며,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거 어제 더러워져서 빨랫바구니에 넣었잖아”

“헐”


아이가 꽤나 충격 받은 얼굴로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한숨을 쉬며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있었다. 문득, 눈을 아이 쪽으로 돌리면 꽤나 충격을 받았는지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 둘은 자매처럼 자라왔다. 아이역시, 소녀를 자신의 언니로 알고 있다. 두 사람이 자매처럼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아이의 외모나 성격이 소녀와는 많이 달라서였다. 조금 풍성한 단발에 동그란 안경을 쓰고 검은 눈동자를 가진 평균정도의 키를 가진 소녀와 달리 아이는 길고 쭉 뻗은 머리카락과 평균보다 큰 키, 그리고 좋은 시력을 가진 분홍 눈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시력만 좋냐? 아니다. 아이는 몸을 쓰는 활동에도 뛰어나 학교 양궁부에서 에이스로 활동하고 있었다. 두 자매는 15년이라는 나이차가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친구처럼 지내왔다. 이제 중학교 2학년인 아이와 연구소에서 일하는 소녀는 늘 아침을 함께 시작하였다.


“김유정, 김테라! 너네 그러다 둘 다 지각하려고?!”


그리고 둘의 어머니의 호통소리도 유정의 기준으로 20년 가까이 들리고 있다.


“하여간 누가 자매 아니랄까봐”


둘은 자매라는 단어를 정말 좋아했다. 휴가와 방학이 겹치는 날에는 둘은 늘 함께 있을 정도니깐. 떨어져 본다는 떨어진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으니깐.


떨어진다는 생각을 한 적 없었는데, 중학교 2학년 새 학기가 시작된 3월이 지나 4월 말이 된 어느 날, 국가 내 모든 연구원들이 실종되었다는 기사가 뜨기 전 까지는 함께 있을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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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6-22 23:54 | 조회 : 554 목록
작가의 말
최좀비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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