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남들에게 상처받는게 무서워 본인에게 비수를 꽂고 또 꽂았다. 날을 세우고 살점을 파는 시리도록 차가운 그 날붙이는 내 급소를 뚫었고, 나는 끝끝내 안온함을 얻어내는데에 성공했다. 스스로 입힌 상처가 계속 고통을 호소했지만 남들에게서 지켜낸 자존심 하나만이 멀쩡한 모습으로 나를 존재 시키고 있었다. 이것은 실로 어리석기 그지없는 행위였다. 자존심을 지키려 기를 쓰며 발버둥 쳤지만, 자존심을 지킨 대신 자존감을 죽였기에. 이것은 등가교환이라 여기기에는 둘의 무게차가 심각했을 터이다.


만신창이가 된 자존감을 뒤로 한 체 교만하고 얄궂은 나의 자존심은 나에게 물었다.

-네가 원하던 결과를 얻었니?

-응.

-그럼 이제 만족하니?

-...응.

-그럼 행복하니?

-...

자존심을 꿋꿋히 내세우며 버틴 나의 자존감이 바닥이었기에, 스스로 행복하다 자신할 자신감은 없었다. 내면에 스스로 비수를 덕지덕지 꽂은 나는 만족스럽다. 만족스러울 것이다. 만족스러워야 한다. 자존심을 지켜낸 대가가 너무 컸기에, 만족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자신이 없다. 그러니 난 만족스럽다. 그러나 행복하다고는 억지로 라도 자신 할 수 없었다. 행복하다고 자신 할 수 없는 나는 비뚜름한 미소를 띤 채 어리석고 당당하게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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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5-07 15:10 | 조회 : 1,340 목록
작가의 말
Marigold

(호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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