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푸르스름한 여명의 끝에서 나는 너를 보았다.
너는 어딘가 먹먹해지는 새벽녘의 공기를 이기지 못하고 오열하며 속을 전부 개워내었다. 속은 텅 비었고 먹먹함이 가셨다. 그러나 그 울부짖는 소리만은 우리의 뇌리에 박혀 선명히 남아있었다. 울부짖는 소리가 너를 강타하고 너는 어딘가 끊긴듯 실없이 웃고 있었다.









무언가 괴리감마저 느껴지는 그 실없고 해맑은 웃음을 보다가 나는 문득, 속이 뒤틀림을 느꼈다. 뒤틀린 속에서 울컥 감정이 쏟아져 나오고 그걸 토하내고 보니 내가 토해낸 그것이 역겹기 그지없어서 또 울컥- 한다. 그 광경을 보았을때 울지도 웃지도 않는 애매모호한 표정을 하고 있던 너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음을 기억한다.









나와 눈이 마주친 너는 언제 표정을 풀었냐는 듯 다시 해맑게 웃어보였다. 그런 역겨운 광경을 눈앞에서 보고도 그저 웃고있는 네가 어딘가 소름끼치고, 그걸 소름끼치다고 생각하는 나의 간악함에 경멸했다.









여명이 가시고 해가 뜨면 소름끼치는 너의 미소에 휘요가 튀어 밝고 눈부신 너를 다시 돌려낼 것이다. 그 눈부심이 가시고 밤이 지나 새벽녘, 푸르스름한 여명이 먹먹하게 드리우면 너는 다시 오읍을 토해낼 것이다. 그리고 그 울부짖는 소리는 먼 훗날 심하게 와해되어 우리 둘의 기억 한켠에서 괴랄스레 남아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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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4-10 01:03 | 조회 : 1,309 목록
작가의 말
Marig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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