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꿀수 없는 4월 1일


"...피곤하게 하지 마."

짜증나는 듯, 그는 머리를 쓸어넘겼다.

단정하게 묶어져 있던 넥타이를 한손으로 풀어넘긴 남자는 입꼬리를 한쪽으로 올리며 비릿하게 웃어보였다.

".....니가 그렇게 말하면 난 뭐가되는데?"

어의없다는 듯, 고양이 상의 남자가 쏘아붙였다. 그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달려있었다.

"넌...넌 내 몸만 좋아해?"

두 손으로 열심히 눈물을 닦으면 남자는 말했다.

"아니. 이제 질렸어. 헤어지자."

여전히 비뚜름한 웃음을 지은 채 남자가 말했다. 고양이 상의 남자는 한껏 눈을 치켜뜨며 그에게서 멀어졌다.

남자는 그런 그를 보더니 손목에 찬 시계를 바라보았다.

***

남자가 이변를 알아차린 것은 바로 다음날, 새벽 1시였다. 그래, 별볼이 없이 괜찮은 얼굴의 남자에게 늘 그렇듯 질려 이별을 선고한 새벽 1시.

멍하니 그를 떠나보내고, 남자는 의문에 잠긴채 그제야 날짜를 확인했다.

4월 1일.

공교롭게도 날짜는 만우절을 가르키고 있었다.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고 곧바로 집으로 들어갔다.

- 따르르르릉

첫번째에 울리는 알람에 폰를 키고 본 날짜는, 3월 31일.

"...하."

남자는 어의없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그렇게 멍하니 있던 남자는 버릇처럼 옷을 갈아입고 회사를 나섰다. 똑같은 일을 처리하고, 똑같은 대화를 나누고, 그리고...

"...."

똑같이 그와 헤어졌다. 다시 똑같은 하루의 시작. 그 사이에서 남자는 몇일 얌전히 보냈다.

남자가 다신 돌아갈수 없다는 것을 깨닫자 마자 남자는 온갖 짓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잘하게 회사를 빠졌고, 술을 퍼질러 마셨고, 부정하고, 화내다가, 울다가...그러다가 자살하고, 문제를 찾고...

언제부터인가 남자는 그냥 평범히 살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12시 30분. 남자는 공원을 거닐었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의 연인이었다.

그동안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어느순간부터는 그의 우는 얼굴도 버티기 어려웠기에, 그저 더 이상 나가지 않았다. 원래의 약속시간은 12시.

그래, 그는 미련하게도 자신이 올때까지 계속 기다렸던 것이다.

전화나 메시지도 방해될까 망설이는 것이 한눈에 보였다. 그러다 남자와 눈이 딱, 마주쳤다.

"....아..!"

30분이나 기다려놓고 만나기만 해도 좋은지 그는 기쁘게 달려와 그의 앞에 섰다.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겠지만, 남자가 스킨십을 싫어하는 것을 아는 그는 머뭇거렸다.

"안 잊었구나. 다행이다..."

헤실거리며 웃는 그의 얼굴에 남자의 시선이 닿았다.

남자는 자신의 가슴 한쪽을 간질이는 이 느낌이 이상했다.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그런, 그런 이상한 감정. 이걸 뭐라고 하더라.

"...저기, 괜찮아...?"

자신을 걱정하는 표정으로 손을 뻗어오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미련하다. 차마 잡지도 못하고 머뭇거리며 남자의 눈치를 보는 그의 모습에 남자는 머뭇거리며 손을 올려 그의 손목을 붙잡고 자신의 얼굴에 대었다.

찬 밤공기에 차가워진 손가락을 녹이려는 듯, 남자는 그의 두 손을 때내어 자신의 손으로 꼭 잡았다.

"...미안...해...정말...."

그제서야 한꺼번에 올라오는 감정에 남자는 눈을 감고 그를 끌어안았다.

"...어..어?어어어?아니...그...그으..."

무언가, 깨지는 느낌이 들었다.

***

그는 눈을 떳다.

4월 1일.

"...성공했다."

고양이 상의 남자가 눈꼬리를 접으며 웃었다.

"영원히 나만 사랑해줘, 내사랑."

그는 싱긋이 웃으며 핸드폰 화면의 남자에게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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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31 18:28 | 조회 : 4,750 목록
작가의 말
11月

만우절 장난 항상 당하는 사람 나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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