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이제 여기 아무도 없는 걸 아는데

그런데도 말할 데가 없어서

그래서 다시 여기에 있어

웃기다, 그렇지?

우울해

숨이 막혀

물속에서는 어떻게 숨을 쉬어야 해?

응?

새카만 바다 속에서 나는 어떻게 숨쉬면 좋을까?

어떻게든 활기차게.

어떻게든 밝게,

어떻게든,

어떻게든 더 나은 하루를 살고 싶은데 나는

근데 나한테 왜 그래?

어떻게 해야 나는 나아지는 건데?

어떻게 해야 이 지긋지긋한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어?

병원에 다니고 약을 먹고

그래도 안 돼서 전부 손에서 놓았어

공부를 놓고 관계를 놓고

나를 옥죄던 것들을 다 내려놓았어

근데 왜 난 아직도 아파?

왜 아직도 우울은 내 곁에 있어?

뭐가 문제인 건데?

그냥 내가 문제인 거 아니야?

내가,

나라는 존재가 문제인 거 아니야?

알지도 못하면서 지껄이는 소리들은 지긋지긋해

막연한 위로도 지쳐 이젠

어떻게 해야하는데?

어떻게 해야 숨을 쉴 수 있어?

어떻게 해야, 뭘해야 나아질 수 있어?

팔을 긋고 담배를 물고

공부를 놓고 그렇게 쉬고

관계를 놓고 그렇게 쉬고



지친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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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12-02 00:46 | 조회 : 591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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