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해와 달, 군신의 관계 (외전)

”해가 참 이쁘게 지고 있습니다. 폐... 도련님.“

”도련님이 아니라 원이라 부르라 했지않느냐, 운아.“

”예, ....원. 이번에는 저쪽으로 가보지 않으시겠습니까? 놀거리 패들이 온 모양입니다.“

”그래, 가보자꾸나.“

제 2황자, 곤의 즉위식이 끝나자마자 황궁을 나온 원과 운은 한가로움을 양껏 느끼며 시장을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떠나온 지 꽤 시일이 지났음에도 그의 정인은 자신의 이름 부르기를 무척이나 어려워했다. 처음 도련님도 잘 못 불러 하루 동안 말을 걸지 않은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척이나 귀여웠지만, 처음에는 큰일이 생긴 걸까, 자신이 무언가 화나게 한 일이 있던가 원도 하루종일 생각했었으니까.

왕궁을 떠나온 후를 생각하던 원의 시선이 자신의 손을 잡으며 데리고 가는 운의 뒷모습에 머물렀다. 자신을 맞잡은 손이 무척 따스했고 소중했다.

석양이 아름답게 지고 있었다.

*

*

*

원과 원은 마을을 모두 둘러보고는 잠자리를 찾아서 숙소를 방문했다.
방 두개를 주려는 숙소 주인을 말리며, 한 방으로 올라왔다.

먼저 목욕을 마친 원이 침대에 걸터앉았다. 욕실에서는 운이 씻는 물줄기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뭔가 선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은 원은 귀를 붉게 물들이면서 다른 생각을 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다른 생각도 운에 대한 생각이라는 걸 깨닫고는 더 붉어진건 운은 몰라야하는 비밀이었다.

원은 꿈 같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 자신이 지금 여기에 이리 앉아 있는 것도, 운과 이 공간에서 자유롭게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운과 함께하는 모든 시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선물이었다.


‘시작이 너무 늦었으니, 앞으로 지내는 모든 일을 소중히 여기며 네게 감사할 것이다. 너는 나만의 것이니 누구에게도 넘겨주지 않을 것이야. ’


원은 자신의 커져가는 욕망을 운이 알게 된다면 어떡할까, 그럼에도 자신을 여전히 은애한다 말해줄까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며 이어졌다.

스윽.

뒤에서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온기에 놀란 원은 돌려했으나, 돌아보지 못했다. 운이 뒤에서 안은 까닭이었다. 물기가 뚝뚝 흐르는 머리카락을 하고 자신을 안아 내려다보는 운의 모습은 너무, 야했다. 수건 너머의 온기가 전달되면서 운과 원 모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어찌 이리 갑자기 안는게냐. 놀랬지 않느냐.“

”또, 불안해하고 계십니까?“

”.....!“

”소신이 떠나갈까봐 이리 두려움을 느끼고 계신다면, 걱정하지 말아주십시오. 운. 나는 당신에게 내 전부를 주었어. 당신이 어둠으로 물든 태양이 된다하더라도, 세상이 당신을 등지고 외면한다 하더라도 나만은, 나의 전부는 당신에게 향할 거야. 그러니 불안해 하지마.“


피식.


”...이럴 때만, 존대를 멈추는구나. 무척, 무척이나 반칙이다.“

”.....“

”그래, 너는 나만의 것이지. 그럼 나도 너만의 것이 되겠다. 어서 빨리 오거라.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셈이더냐, 목욕 시간이 너무 길다.“



운은 자신의 말에 눈물이 글썽거려 우주를 담은 듯 빛나는 원의 눈동자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원은 운과 왕성을 벗어나면서 점점 감정을 쉽게 드러내고 있었다. 불안함의 기색이라면 숨기지 않고 더더욱. 그렇기에 운은 더욱 원에게 은애한다, 약속한다 등의 말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자신은 이미 태양의 것인 것을, 태양만 모르는 듯해서 애탔기 때문이다.

원의 마지막 말에 운의 그동안 참아왔던 욕망의 사슬이 풀렸다. 원을 거칠게 침대에 눕힌 운의 입술이 원의 몸 곳곳을 조급하지만 사랑을 담아 빠르게 훑어 내려갔다.

쪽.

할짝.

소리를 들으며 운의 애무에 흥분을 과하게 느끼고 있던 원은 운의 입술이 자신의 것에 닿자, 소스라치듯 놀랐다. 그런 틈을 놓치지 않은 운은 자신의 체액을 뭍힌 투박하지만 길쭉한 무사 특유의 손가락으로 운의 뒤를 침범하기 시작했다.


”..흐응 흣,...으흣!“

”쉬, 숨 쉬셔야지요. 운“

”잠, 잠시, 아흣...흣, 운,아.“


완성되지 않은 말이 원의 입에서 흩어졌다. 오랜 시간을 자신과 함께 했음에도 늘 새로운 원의 몸은 늘 운을 과도하게 흥분시켰다. 쾌락에 젖어가면서도 자신을 밀어내지 않는 원의 모습이 자신의 것 같아서, 자신만 아는 원의 모습이어서 운은 늘 소유욕과 끝도 없는 쾌락을 맛보았다.


”...후, 이제 저도 못 참겠습니다. 운, 조금만 더 힘을 풀어.“

”그러니까, 이럴, 때만, 흣 흐응.“

”존대하면 또 화낼 거잖아, 그러니까 조금만 더... 힘 좀 풀어줘.“


촉, 쿨럭.


자신의 안을 침범하는 운의 것은 뜨겁고 커서 원은 늘 힘들었다. 거기에 운은 자신의 귓가에 속삭이며 귓불을 깨물고 앞을 만져주며, 가슴을 지분거리는 것이 자신을 더욱 늪에 빠지게 만들었다.

자신의 것과 운의 것이 만나는 소리는 오늘도 야했다.


”흣, 으흣, 아, 조금만 더, 빨리, 흐응 읏,“

”....후, 흣.“


그래도, 자신의 가득 채우는 것이 운이기에 원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운에게 매달릴 수 있었다. 태양이 별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태우는 순간이었다.

흩어지는 말 사이로 토해낸 원의 말이 운의 족쇄를 더욱 풀어놓았다. 빨라지는 운을 느끼며, 원은 마지막 생각을 힘겹게 해낸 후 쾌락의 늪에 완전히 잠겨 버렸다.


‘오늘 밤도 쉬이 잠들지는 못하겠구나...’


석양은 이미 지고 밤은 더욱 깊어져 갔지만, 그들의 밤은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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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5-07 00:11 | 조회 : 2,361 목록
작가의 말
아스므랑

다음편 스포를 살짝하면.... 약간의 도구플과....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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