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그 집사의 서재

그날은 아버지께서 새로운 집사를 데리고 오신 날이었다.
그날은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비가 거세게 내렸고,
그날은 축축하고 습하며, 어두운 날이었다.

처음 본 집사의 첫인상은 차갑고 무뚝뚝했다.
무표정으로 나에게 인사를 건네오는 집사를 보시며 아버지께서는 그가 내 교육도 담당한다고 하셨다.

그는 빠르게 우리 집에 적응했고, 내 일상에 녹아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의 전반적인 시중에서 시작하여,
가정교사들이 해 오던 교육 역사, 지리, 천문, 외국어, 문학, 악기 등 모든 것들을 그가 교육했다.

집사를 보며 일상을 시작하고, 집사를 보며 하루를 마쳤다.

그 집사는 만능이었으며 일 처리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새벽에 불러도 흐뜨럼 없는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왔고, 밤을 새워 일한 뒤에도 흐뜨럼 없이 다음 날을 보냈다.

기계라고 의심될 정도로 그는 모든 일에 평상심을 가지고 일을 했다.
단 하나, ‘특별한 교육’을 제외하고는.

그가 내 집사가 된 뒤로 추가된 교육이 하나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성인이 된 나를 위한 교육이라 하셨지만, 나는 무서웠다.
타이르는 아버지께서는 새로운 교육이 나를 위해 꼭 필요하다며, 새로온 집사가 담당해 줄 것이라 하셨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돌아온 그날 밤, 집사는 내 침실에 들어왔다.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다음 날도.
집사는 ‘특별한 교육’을 쉬지 않았다.

교육의 시작은 집사가 부드러운 손길로 옷을 벗기는 것부터 시작된다.
집사의 유려한 손길이 와이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풀어나간다.

똑.

처음에는 무척이나 소름이 돋고 무서웠지만, 이제는 이 시간이 나를 애태우게 만든다.
내가 한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집사는 피식 웃으며, 나를 무시했다.
집사가 내 말을 어긴 것도 처음이었지만, 웃은 것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어벙벙한 채로 첫 교육은 끝나있었다.

또 같은 날이 반복되었고, 집사의 교육은 나날이 발전해 갔다.

입으로 지퍼 내리기,
혓바닥을 잘 사용하는 방법,
흘리지 않고 잘 삼키는 방법,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는 방법.

교육의 목적도 알지 못했지만, 그저 집사는 나를 교육시켰다.
집사가 집으로 온 지 일년이 다 될 즈음, 나는 집사의 손이 나에게 다가오면 심장이 아릿거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알싸해서 심장 안이 간질거리는 느낌.

참을 수 없는 느낌이었고, 집사는 나에게 참지 말라고 말했다.
교육의 강도는 나날이 늘어갔다. 이 교육의 끝이 어디인지 알지 못한 채로 나는 계속 교육을 받았다.

*

그러던 어느 날, 집사는 나에게 교육을 침실이 아닌 서재에서 한다고 말했다,
생소했지만 그 교육에서만큼은 그가 내 말을 존중해주지 않음을 알기에 시간에 맞춰 조용히 서재로 향했다.

그가 부탁한 샤워 가운을 입고 집 안 복도를 걸어가고 있으니, 알게 모르게 여러 시선들이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평상시 많은 사람들이 들락날락 거리는 서재였기에 이 시간대라면, 사용인들이 많았었을테지만 오늘은 그림자조차 숨어버린 짙은 어둠에 소리를 삼켜버린 듯한 정적만이 남아있었다. 서재의 중후하고 무거운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끼익.

철컥.

적막이 가득한 복도에 문 소리가 울려퍼졌다.
복도와 마찬가지로 어두운 서재 안에는 평상시와 같이 각이 선 정장을 입고 있는 집사가 있었다.


“오셨습니까, 주인님.”


건네져오는 말이 중후하게 서재를 울렸다.
내 심장의 소리가 서재 안을 가득 채워버린 듯했다.

서재의 의자에 앉아있던 집사는 한 발짝, 두 발짝 나에게로 다가왔다. 시원하면서 깊은 향.
그 특유의 향기가 더욱 진해져왔다.


“오늘의 교육은 뭐로할까요, 주인님?”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음에도 집사는 늘 이렇게 물어왔다.


“네가.... 네가 좋아하는 걸로....”

“뒷 부분은 무엇인가가 빠져있습니다, 마저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부탁해, 네가 좋아하는 걸로 괴롭혀줘.”

“...잘 하셨습니다.”


내 머리칼에 가볍게 입을 맞춘 집사의 입에는 나만이 볼 수 있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입 한쪽을 올린 비릿한 웃음.

그 웃음을 띈 집사에게는 부탁이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절대 교육을 시작하지 않는다.

주인이 집사에게 하는 부탁.
처음에는 무척이나 부끄러웠지만, 지금에 와서는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나를 흥분시켜주는 말이 되었다.


“....읏”


오늘도 시작된 교육은 그렇게 날 또 잠식시켜갔다.
어느새 사라진 가운도 이제 와서는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허리를 조금 더 드셔야지요.”

“...흐...이렇...게엣..?”

“네, 무척이나 잘하고 계십니다, 앞쪽도 부탁드려도 될까요?”

“...흐응”

손바닥 위에서 나를 가지고 노는 집사의 얼굴에는 또 그 미소가 퍼져있다.
교육 중에는 얼굴을 잘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내가 그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것은 앞을 핥을 때와 가끔씩 해 주는 키스 때.

그럴 때 마다 그의 얼굴에는 저 미소가 만연하고 있다.
그 미소는 나를 더욱 자극시키며, 나를 더욱 타락으로 내몬다.



“주인님, 교육 중에 다른 생각을 하시다니요. 아니될 말씀입니다.”

“흐읏!”

“다른 생각 무엇도 안 들게 해 드리겠습니다, ......나의 주인님”


피식.


아, 그래. 나는 저 미소에, 저 말에 ‘교육’되었다.



- 그 집사의 서재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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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03 19:17 | 조회 : 4,645 목록
작가의 말
아스므랑

전체와 15버전 둘 중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 양쪽 버전 둘 다 쓰게 될지는 이야기 내용따라서 달라질 것 같습니다 :) (....아무래도 15가 더 많을 듯 합니다) 미숙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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