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야했다.

“ 야 너 왜 그래?”
그 다음날인 오늘 같은 반 애가 나에게 다가온다. 나는 복잡한 마음을 숨기고 태연히
“왜?”
라고 했으나 거울을 보니 내 모습은 창백하고 심지어 어느 땐 식은땀이 났다.
난 단지 다시는 그 애를 마주치고 싶지 않다. 앞으로 같은 반이 되거나 복도에서 마주치지 않거나 한다면,... 제발!

아침 조회시간에 교실의 tv 모니터로 회장 선거에 출마된 새로운 회장과 부회장이 나와 새로운 학기의 시작을 떠든다. 근데 그 회장의 얼굴이 매우 불쾌한 얼굴이다. 바로 그 애였다.
그 애는 태연스럽게 tv 속에서 성실한 미소로 청중들에게 호감을 주고 있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불쾌한 키스에, 불쾌한 그....런....
“이현! 너 오늘 왜 그러니?”
선생님이 나에게 와 조심스레 물었다.
“쌤 제 오늘 계속 이상해요. 얼굴은 창백하고... 또 지금은 엄청 빨개요”
애들이 웃으며 나를 놀리거나 걱정했다. 특히 여자애들은 내게 와서 괜찮냐는 둥 괜히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거나 이마를 짚으며 흐뭇거리며 좋아했다.
“괜찮아?”
이번엔 진심으로 걱정스러운 듯 그냥 같은 반 남자아이, 아니 사실 초등학교도 동창이고 중학교도, 그랬던 ‘서하’라는 애가 내게 다가와 걱정해준다. 눈이 마치 사슴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눈이 크고 또 새카맣다. 속 쌍커풀은 마치 외국인 여자아이처럼 길다. 그 외에는 그냥 안경을 쓴 모범생 느낌이고, 목소리가 낮고 맑다. 이 애는 눈 빼고는 딱히 특별해 보일 것 없어 보이지만 깊은 배려심과 명량한 성격으로 남녀노소 꺼리지 않고 좋아하는 애이다.
그러나 서하의 속마음은 왠지 잘 모르겠다. 겉의 이미지로써, 그냥 그렇게 느껴지는 애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아왔음에도 이애는 나에게 그저 친절하고 다른 애들에게도 친절한 친구.
나는 이것이 조금 무섭다고 느낀다. 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 만큼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치 나처럼, 여자애들에게 관심이 없고 , 남자애들과 어울리지 않고, 조용한, 단지 존재할 뿐인 반 친구. 그 애도 내가 무서울까? 아님 알아챘을까? 그냥 나는 서하가 조용히 있으면 그만이긴 하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올라오고 나서 서하는 친한 친구와 고등학교에 떨어져 와서 그런지 나에게 자꾸 말을 걸거나 같이 있으려 한다. 나는 그러나 싫다.. 암튼.
“어”
나는 서하에게 대충 대답했다. 그러자 그 애가 내 이마를 짚어보고 자기이마를 짚으며
“잘 모르겠네.”라고 말하고 부드럽게 웃는다.
그러자 갑자기 얼굴을 들이밀더니 애 이마에 지 이마를 가져다 댔다. 그 애의 큰 눈과 내 눈이 맞닿을 듯 마주치자 나는 곧장 시선을 피해버렸다. 시선을 돌린 곳엔 서하의 창백한 손등이 보였다.
“음, 차갑네.”
이마를 내게서 때고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핫팩을 꺼내 내게 던져줬다.
“빌려줄게, 집에 가기 전에 주라”
또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그 따뜻한 핫팩을 들고 이 서하라는 애의 뒷모습을 보며 의미심장했으나 신경 쓰지 않고 곧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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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1-16 16:18 | 조회 : 74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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