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흔하지 않은 첫 만남(1)

이미 자정을 넘은 시간.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는 어느 사람 하나 없었다. 거기다 골목에는 가로등 마저 없어 음산했다. 그런 골목을 한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걷고있었다. 저 멀리 번화가로부터 전해지는 미미한 불빛과 하늘에 떠있는 보름달의 빛에 의존하며 걸음을 재촉하는 한남자는 도희였다.

어두운 거리에 도희의 눈은 이미 적응한지 오래였다. 나라는 세금을 그렇게나 걷어가면서 이런데 가로등 설치 안하고 뭐하는 거야, 투덜거리며 도희는 주섬주섬 입던 코트를 여몄다. 이제 가을도 지나려 본지, 바람이 꽤나 쌀쌀했다.

도희는 이 골목을 통해 집으로 가길 꺼려했다. 애초에 잘 이용하는 길도 아니였다. 하긴 미치지 않고서야 멀쩡한 길 놔두고 어둡고 마치 무슨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골목을 다닐까.

하지만 이 골목길은 빠르게 집에 갈 수 있는 지름길이였고, 늦은시간까지 알바를 하고난 도희는 그저 빨리 집에 가고싶다는 마음밖에 없어서 골목길은 선택한 것이였다.

차다리 알바를 다른 곳으로 바꿀까도 생각중이다. 지금 하고 있는 알바는 돈도 안되고 사장이 부려먹기만 하니까. 거기다 집에서도 멀다. 상사니 손님이니 해서 잘 보일려고 오늘도 하루종일 웃고 있었더니 입에 경련이 온다.

"...~!!"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데, 골목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났다. ...아마 사람이 뭐라 소리지르는 소리... 그리고 여기서 멀지 않은 곳.

"...무시하자."

괜히 가서 이상한 일에 역기면 정말 최악이니까.

이성으론 그렇게 생각하면서, 호기심이 드느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한번 가볼까, 말까. 가볼까?

가보자. 인생 뭐있어.

소리나는 쪽으로 발소리를 죽이며 가봤다. 차피 길을 돌아가는것도 아니라, 도희가 골목을 지나 집으로 가려면 지나쳐야만 하는 곳이였기 때문에 도희의 이성과 호기심은 서로 타협했다. 상황을 보되 그냥 한번만 보고 지나치기로.

도희가 저곳이네, 하고 소리의 근원지를 정확히 알고 몇초도 지나지 않아, 바닥을 긁고 끙끙거는 소리가 뚝 끊겼다. 이어지는 조용하게 움직이는 소리. 땅의 자갈이 밟히는 소리가 났다. 도희는 숨죽여 귀를 기울이며 더 다가갔다.

"...!"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여도 5m는 넘게 떨어진 곳의 사람은 그저 형체만보일 뿐이였다. 우뚝 서있는 사람은 도희에게 등을 돌리고 서있었다. 충분히 수상한 모습이네. 뭐지. 아직 눈치 못했나? 이성은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아우성이였지만 손은 이미 핸드폰의 후레쉬를 키려 핸드폰이 있는 주머니로 향하고 있었다.

핸드폰을 키는 순간, 당연히 핸드폰 스크린이 켜지며 주위가 밝아졌다. 동시에 도희에게 등을 보이던 남자가 휙, 하고 고개를 돌려 도희를 바라봤다.

도희는 남자의 어둠 속에서도 유난히 섬뜩해 보이는 눈과 마주보며 핸드폰에 후레쉬 앱을 찾았다. 남자의 눈은 선명한 붉은 색이였다. 뭐지, 잘못본건가, 싶었다.

"너...!"

남자는 도희가 하려는 행동을 알아차렸는지 성큼 성큼 도희에게로 다가가 도희가 피할 틈도 없이 쾅, 하고 도희의 몸을 옆에 벽으로 밀어붙였다.

"커억,"

강한 충격에 도희는 마를 기침을 토했다. 그리고 동시에, 핸드폰 후레쉬가 켜졌다.

"...!"

남자는 순간적으로 터진 강렬한 조명에 얼굴을 찌푸렸다. 도희 또한 갑작스런 밝은 빛에 잠시 시야가 햐얗게 물드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너... 너... 뭐야."

남자는 당혹스럽다는 듯 말했다. 도희는 달싹이는 남자의 붉은 입술을 보며 감탄했다.

잘생겼네.

도희가 속으로 외모 품평회를 열기도 전에, 남자는 다짜고짜 도희의 목을 두 손으로 움켜 잡았다. 생명이 위험한 것 같으니 외모 묘사는 뒤로 미루자는 도희의 판단과 함께, 밝은 조명에 적응 되니 도희는 남자 넘어 땅에 널브러져 있는 이상한 형태의 무언가를 발견했다.

"...저게 뭐지?"

뭔가 사람의 형체. 조명을 슥, 비춰 보니,

사람이였다.

심지어, 아마도 시체. 산 사람이 저렇게 축 처져있을 리 없다.

도희이 눈이 커지자, 남자는 도희가 무엇을 봤는지 알아차렸다. 아직도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는데, 그게 아직도 빛의 조명 때문인지, 그냥 화가 나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나저나 찌푸려도 잘생겼네.

"그러니까 그냥 지나치지 왜 또 이걸 봐서 일을 크게 만들어."

아저씨가 목격자는 모두 죽이라 했단 말이야.

...? 아저씨? 그게 누굴까. 아니 그전에, 그말은 날 죽이겠다는 뜻 인가. 도희에게 신경쓰이는 점은 그 외에도 많았다. 남자의 음성 톤이 꼭 감정없는 기계마냥 딱딱했다. 표정도 찌푸린 표정 뒤에선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굉장히 인위적인 느낌이였다.

거기다 남자의 눈은 도희의 눈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은 눈을 마주치면서 말하는데 말이지. 왠지 눈에 안개가 낀 사람 같이 도희의 얼굴을 뭉그리듯 바라봤다.

본능적으로 알것 같았다. 이 남자가 저 고깃덩이가 되어버린 사람을 죽인건 그냥 확실하고, 이남자는 정상이 아니라고.

자신과 같은 부류라고,

픽, 하고 절로 웃음이 나왔다.

얼마나, 수도 없이 사람을 죽이고 싶어 했던가. 하지만 감옥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개미 눈곱만큼도 얽히기 싫었기 때문에, 매일 참아왔고, 매일 웃어왔다.

그런데, 그냥 본능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자신과는 정반대인 사람이 여기에 있다.

궁금했다. 어째서 그러는지. 그럼 살기 힘들어 지는걸 모르나? 본능이 그런 것 보다 중요한건가.

자신과 같으면서도 명백히 다른 그에게 흥미가 느껴졌다.

그냥 궁금했다.

"저거, 왜죽인거야?"

그래서 물어봤다. 왜 죽였냐고. 그냥 진짜, 순수한 궁금증이였다.

그런데,

남자의 눈이, 허공을 바라보던 눈이 갑자기 도희와 눈을 마주했다. 시뻘건 피같은 붉은색 눈동자. 그리고 왼쪽 눈은, 흰자가 검은색인, 역안이였다. 매우 몽환적인, 현실세계의 외모라는 생각이 들지 않은 외모. 남자의 두 눈이 도희의 칠흑같은 검은 눈과 맞춰진다.

눈이 뚜렸해 지고 1초도 안됐을까, 갑자기 눈이 커지더니, 몇번 눈을 깜박였다. 이 사람 속눈썹 진짜 기네.

그런데 갑자기 투둑, 하고 남자의 맑은 눈에서 투명한 눈물이 떨어졌다.

뭐야? 뜬금없이 왜울어, 애. 방울방울 눈울을 떨구며 남자는 도희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눈물에 젖은 속눈썹이 참 예뻤다. 왠만한 여자보다도 더.

눈물은 흰 볼을 타고 흘렀고, 그린듯이 예쁜 눈썹은 약간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말고 투명한 눈동자는 꼭 거울처럼 사람을 비출 수 있을거란 착각마저 들었다. 높게 자리잡은 콧대와 예쁘고 붉은 입술. 남자의 외모는 미남보다는 미인상이였다.

남자의 미모에 도희가 감탄하는데, 남자는 갑자기 도희의 목에서 휙, 하고 손을 떼고는 몇번 뒷걸음질 치더니, 바로 어디론가 뛰어가 버렸다. 도희는 뒷걸음 칠때 남자의 흔들리던 눈동자를 놓치지 않았다.

"...뭐야. 도망친거야?"

별... 미친 애를 다보네. 갑작스런 예상 못한 행동에 도희는 그저 어벙벙해졌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차갑게 식은 시체가 시야에 들어왔다.

"...아씨."

원래 쟤는 시체도 안치우고 갈 생각이었나. 저쪽 방범용 CCTV로 보이는 카메라는 아마 가짜로 보이니, 목격자는 나말고 없을것이다. 거기다 아까 보니 그 남자는 장갑을 끼고 있던데, 아마 저 시체에 남자의 흔적은 없겠지.

...어쩌면, 잘못하다간 자신이 범인으로 몰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런 씨 발."

뭐같네 진짜. 이렇게 된이상 시체를 처리해야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쓰레기 소각기가 있었다.

"...들어갈까, 이게."

시체에 가까이 다가가 보니 목이 시퍼랬다. 목졸라 죽였구나. 깔끔하네. 피도 없고.

좀 수월하겠다, 생각하면서도 그전에 이 시체 처리는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 다시 떠올라 다시한번 욕을 읊조리는 도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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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16 20:52 | 조회 : 1,453 목록
작가의 말
연어구이

오타 지적 감사하게 받습니다. 하트와 댓글은 제 삶의 의미..((뭐라는 거야.. 아마 다음편은 공 시점 첫만남이지 않을까 하네요요^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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