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래잡기는 이제 끝인가...?

"...아냐 아무리 그래도 이건...아니야...!"
"어머...! 정말 아름다우신...호호 아 죄송합니다...!"

거울 앞에 섰지만 차마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못보겠다. 아니, 솔직히 남자로서 이건 많이 수치스럽다고...! 내가 여자도 아닌데 이런 옷을...이런 꼴로 밖을 나가겠다니, 내가 미쳤었나보다.

"...객관적으로...솔직히 여자 같나요...?"
"음...선이 고우셔서 키가 좀 많이 커도, 멋지네요 호호~뭐 생각엔 키가 큰 미녀...로 볼 것 같아요. 아 이거 실례일까요?"

"...미녀로 보인다니, 다행이지만...아닙니다. 애초에 제가 무리한 부탁을 드린건데,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신의 머리색과 같은 흑색 긴머리 가발에, 깔끔한 민무늬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키가 큰 소녀가 거울에 보였다. 흠...생각보다 나쁘진...않은데 눈색깔은 혹시 모르니 바꿔볼까.

"저 눈색깔을 바꾸고 싶은데....색 좀 볼 수 있을까요?"
"아 네! 물론이죠. 여기 하늘색부터, 검정색까지 원하시는 색상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아버지 어머니가 못알아보셨으면 좋겠다. 지금 모습이면 들킬 것 같진 않지만, 부모님은 알아보실 수도 있으니까.

...아니 사실 그 도련님만 마주치지 않으면 된다. 그럼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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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문을 열고 한 걸음 내딛으며,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용기의 말을 건넨다. 괜찮아 아무 일도 없을꺼야, 걱정하지마...아니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

너무 떨리면 심호흡 해도 되니까, 숨 한 번 크게 들이키고 내쉬고...아 어쩌지 막상 나오니까 엄청 떨리네.

유한성 도련님...이 이 타이밍에 떠오르는건 이상하지만...잠깐 동안의 휴가가 끝나면 다시 돌아가야 한다. 왜나면 난...

"거기 검은 머리 아가씨~! 잠깐 멈추시오"
"...?"

설마 자신은 아니겠거니 하고 주변을 둘러봤는데, 흑발은 자신 뿐인 것 같다. 뭐야 이상한 건 아니겠지?

"...!"
아니 당신이 왜...! 여기에 있는거죠 김하늘 도련님...잠깐 분명 아가씨라 불렀으니, 아직 들킨건 아니겠지...?

"내가 아주 소중한 사람을 찾고 있는데, 그쪽이 내가 찾는 사람과 많이 닮은 것 같아서...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혹시 맞다면 잠시만...그 자리에 있으시오"

사람팔을 꽉 잡으면서 불타는 눈으로 쳐다보면...많이 부담스러운데...네 일단은 들어보죠. 당신의 말을.

"...혹시 남우현이 맞다면, 내가 누군지 분명 알고 있을것이오. 레이디에게 무례를 범하는걸 용서하시오"

"...?"
눈을 살짝 질끈 감았는데, 김하늘 도련님의 손이 내 앞머리를 살며시 쓸어 올리는 느낌이 들었다. 뭐야, 때리는줄 알았...

"레인, 역시 맞구나. 이것만큼은 내가 너를 알아 볼 수 있는 유일한 흔적이니까. 내가 만든거지만, 정말 미안해 남우현"

".....돌아가세요, 전 더이상 집사가 아니니까, 아니 지금은 다른곳에 있지만...그 일은 저도 잊었으니, 도련님도 잊어주시죠"

설마 자신의 오른쪽 눈썹 위에 희미하게 남은 흉터자국으로 자신을 알아볼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다.

아니 애초에 왜 그렇게까지 자신을 찾으려 하는건지도 이해할 수 없다. 난 유능하지 못한, 그래서 도망친 집사일텐데...?

"너를 찾으면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너에겐 내가 끔찍하고, 싫을수도 있지만 이번 한 번만 말할테니까, 끝까지 들어줘"

"...이제와서 무슨 소용인가 싶지만, 알겠습니다"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눈 앞의 남자, 김하늘을 쳐다본다. 이제보니 2년 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데다, 다크서클이 심하다. 뭐 일이 바쁘셨겠지...나 때문은 아니겠지.

"당신을 사랑합니다. 저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 무슨 소리를 하는겁니까. 지금 이런 곳에서 단 한 번뿐인 사랑의 맹세를 저에게 하시면..."

아니 아니 이건 아니지. 김하늘 도련님, 설령 당신이 그렇다해도 그런 일생의 단 한 번뿐인 소중한 맹세를 나한테 하면, 어쩌자는건데요. 진짜, 당신은 정말...그렇게 내가...

"와 귀족 도련님이 평민에게 청혼하잖아? 저 여자분 부럽네~"
"용기가 엄청난데~가문의 반대도 무릅쓰고 하려는건가? 젊네~좋지 사랑하면!"

주변 사람들이 자신과 김하늘 도련님을 사이에 두고, 멋대로 오해하고 있다. 아니 저기...전 일단 여자가 아닌데...아, 진짜 어쩌지...이런데서 평민이 귀족의 말을 거역하는 모습을 보이면 죽음이잖아. 이곳은 그런 사회니까.

...그렇다고, 청혼을 받아들이면 난 다시 그 곳으로 돌아가야한다. 어떡하지...진짜 내 인생은 내 맘대로 되질 않는군.

.....그래, 그 고고한 도련님이 내민 손을 매정하게 내치지말고, 일단은 잡아주자. 귀족 도련님과 내 사정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벗어나야하니까.

...절대로 당신을 용서해서 잡는건 아닌데, 귀족을 평민이 기다리게 하는 상황을 다른 귀족이 보면 난처해질테니...

"좋아요 당신과 결혼할께요"
...이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이다...와 진짜 부모님께 이대로 인사가야겠구나. 이 모습으로 가는편이 좋을까. 이젠 될대로 되라지...란 생각이 든다.

"반드시...당신을 행복하게 만들겠어 레인. 좋아 그럼 우선은 장소를 옮길까?"

울상지은 표정을 환한 미소로 싹 바꾼다. 와 표정 관리 기술이...아니 일단은 그래야 할 것 같다. 왜나면...

"어머~두 분 다 행복해지세요~! 나 엄청난 걸 봐버렸네"
"젊은게 좋구만~둘 다 행복하게 잘 살겠네"

...바로 이런것들 때문이다. 졸지에 나와 김하늘 도련님은 신분의 벽을 넘어선 진정한 사랑을 추구한 커플이 된것이다. 아니...난 이런걸 원하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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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ㅋㅋㅋ너무 오랜만에 적는 글이라 뭘 쓴건지 모르겠지만,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자 노력은 했습니다. 읽어주신 분이 계시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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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2-19 02:19 | 조회 : 908 목록
작가의 말
키스키

뭘 써야 할 까 고민했지만, 답이 안 나와서 그냥 쭉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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